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그 작품 가치를 대중이 만들잖아요 그리고 내가 소비한 것의 가치가 되도록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도 대중이고요
전에 애플 레드프라이데이 사태 못 보셨어요? 지난 주에 샀는데, 가격할인 이벤트가 곧 시작되니까 환불이다 구매취소다 난리가 났죠. 애플은 차액 보전 다 해줬어요. 그 때 산 사람들은 다 바보여서 샀을까요? 애초에 구매하지 않았을 텐데 왜 샀을까요
저런 정책이 나쁘단 건 아닌데요 만약 제가 구매한 작품이 저러면 전 더 이상 안 볼 거예요. 옆 동료도 저랑 같은 의견인 거 보면 비단 저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네요
작가가 가격을 정할 수 있어야 된다는 논리 자체는 찬성합니다만, 이걸 하려면 가격의 하한선이 존재해야 합니다. 물량공세로 밀어붙이는 퀄리티가 낮은 글들이 범람한다면 독자 입장에서도 별로 반가운 일은 아닙니다. 이러면 좋은 글을 쓰던 작가도 대충 쓰고 박리다매로 나가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작가의 수익 극대화 전략이 글 쓰는 시간당 판매수익을 최대화하는 것이라 가정해 본다면, 공들여 질 좋은 글을 쓰기보다 그냥 공장처럼 팍팍 찍어내는 게 낫죠. 10~20원짜리 책시장이 형성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공들여 스토리 구성하고 복선짜고 이럴 필요 없이 자극적인 클리셰 몇개 끼워넣고 팔아먹으면 장땡이고, 이런 식으로 악서가 양서를 구축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장르소설의 고객층들 중 다수가 지갑이 얇은 학생들임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고 봅니다. 이런 시장에서 초저가로 공급한다는 건 상당한 위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단 초저가 시장이 생기면 고가 시장과의 분리가 가능하다고 보시는 것 같은데, 실상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학 얘기 하나 하자면 '호텔링의 역설' 때문에 균형가격이 한 곳으로 수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균형가격이 10원~20원 선에서 형성되면 장르문학 시장은 다 망하는 겁니다. 싸구려 글들만 범람하게 될지도 몰라요. 한정된 수요자를 놓고 유사한 상품을 파는 시장에서, 가격별로 이루어지는 시장의 완전분리는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아무튼 이런 초저가 시장이 생기면 신규 유입 작가의 질도 떨어집니다. 예를 하나 들면 책 구매시 브랜드 파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작가의 이름빨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기존 팬층이 있는 작가분들이야 가격을 높게 책정해도 따라오는 팬들이 있겠죠. 하지만 신규 작가의 경우 가격을 낮게 매기는 게 낫습니다. 고가를 책정해도 누가 알아주지도 않으려니와, 어자피 저가에 공급할거라면 시간 적게 들이고 질낮은 글을 써내는 게 낫습니다. 그런 걸 본 예비 작가들은 또 사기가 떨어져서 진입을 꺼립니다. 이건 양판소가 범람하는 현재 장르시장과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는 것인데, 시장이 저가에서 한 번 고착화되면 가격을 올리는 건 상당히 어렵습니다. 시장이 그런 식으로 형성되면 질높은 상품이 개발되는 기반도 미약하고요.
아무튼 '작가가 가격결정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논지에는 찬성합니다만, 가격의 하한선은 분명 존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가격이 50원도 안되는 것이라면 조금 위험하지 않나,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문피아가 장르소설의 향방을 좌우한다는 전제가 필요하진 않습니다. 현재 인터넷 장르소설판이 몇 개의 기업이 주도하는 과점시장이므로 문피아가 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로 가격을 내리는 정책을 사용한다면, 다른 사이트들도 가격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문피아가 그 정도의 규모는 된다고 봅니다. 작가들이 가격을 설정하여 독자들의 수요와 공급이 움직일 수 있다면, 문피아가 가격을 낮게 설정하면 다른 사이트 이용자들의 수요가 문피아로 이동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질적 하락에 대한 부분은 뭐 문피아에게 장르문학을 선도하고 책임감을 가지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것이 전체 판이 쪼그라들어 사이트의 장기적인 수익 도모에 해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한 번 걱정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어서 한 이야기입니다. 질적 하락이 찾아오고 비슷비슷한 소설들만 남으면 독자들도 떨어져 나가지 않습니까? 멀리 갈 것도 없이 몇 년 전의 장르문학시장이 그랬으니까요.
저도 작가가 자기 작품에 대한 가격결정권을 가져야 된다는 논리 자체는 찬성합니다. 다만 가격 설정시 최소가격이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더한 것이고요. 이 가격이 얼마가 되어야 하는 가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또 의견이 다르겠죠. 아무튼 제 생각은 문피아가 가격결정권을 작가에게 부여한다면 틀을 짜는데 있어서 신중하게 접근해봐야 된다고 봅니다.
다른건 다 떠나서 문피아가 내린다고 다른데가 내린다는건 웃음이 날정도 네요.
이벤트 하나 안하고 유명작가도 섭외 못하고 그렇다고 유입인구가 많은것도 아닌데 정말 문피아가 시장에 충격을 줄거라 생각하시나요?
이미 다른데는 프리미엄전략을 하던 할인전략을 하던 공세로 나가고 있어요 오직 문피아만 질을 위한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죠.
참고로 몇주전에 취룡님 나이트 사가가 할인 하는걸 북큐브에서 보고 문피아는 돈벌 생각도 독자 끌어 모을 생각도 없다고 판단 내렸는데. 문피아에서 주로 연재하는 작가님 책이 문피아가 아닌 경쟁사에서 먼저 할인해 고객 유치하는 현상황이 맞다고 보시나요?
뭘 좀 해봤으면 좋겠어요. 다늙은개 나무그늘 아래서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만 쳐다보는거 같은 느낌 밖에 안드네요
댓글을 읽으면서 제가 판단한 도리도리곰님의 논지를 살펴보자면
문피아는 고객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그 수단 중 하나는 작가의 가격자율결정권이다. 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결국 작가가 가격자율결정권을 가지고 가격을 내리면 독자들이 문피아로 유입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타 사이트는 현재 공세로 나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가격자율결정권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타 사이트는 독자들을 뺏기는 꼴이 되고, 타 사이트는 공세적이기 때문에 가만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 사이트도 가격을 내릴 개연성이 있습니다.
반면에 가격자율결정권을 통한 가격 내리기가 효과가 없다면 다른 사이트는 가격을 안 내리겠죠. 그런데 이는 도리도리곰님의 처음 논지와 맞지 않습니다. 가격 자율결정권은 효과가 있는 정책이니까요. 결국 문피아가 충분히 가격을 내린다면 다른데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아무튼 문피아가 무언가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정말 머리써서 잘 좀 해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볼때는 갈대님의 주장이 좀더 설득력을 갖는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의 책과는 달리 이북은 복제한다고 돈이 들지 않습니다.
인건비만 감축시킨다면 0에 수렴도 가능할정도로 가격하한선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격이 내려갈수록 경쟁력을 가지고, 거기다 공급자의 초기부담도 없다보니 자유경쟁이 된다면 끝없는 치킨게임이 되겠죠.
지금 문피아에 필요한건 자유가격제도가 아니라 이벤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갈대님의 말에 좀더 마음이 간 이유 중하나는 도리도리곰님의 공격적인 문장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너무 몰아붙이듯이 말씀하시는 것 같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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