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드 2019 의천도룡기를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적어봅니다.
신필 김용이 반세기 가량 전에 집필한 이 소설에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다수 등장합니다.
주인공 장무기로 인한 답답함을 상쇄할 강렬한 사연의 캐릭터가 한둘이 아니지만 제가 마음이 갔던 인물은 소소, 사손 등이 있습니다.
사손의 금모사왕 이란 별호는 캐릭터를 매우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자머리 금발에 백인혼혈로 벽안이며 건장한 체격을 자랑합니다.
작중 끝판왕인 혼원벽력수 성곤의 제자이자 피해자 중 한명이며 기구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온 가족이 성곤에게 이용당하고 죽임을 당했으며, 복수를 위해 사용할수록 부작용이 더해가는 칠상권을 익히는 등 절치부심하였으나 뜻은 이루지 못하고 곳곳에서 살인을 하고 성곤의 이름을 남기는 등의 방법까지 동원하지만 최고단수 성곤을 끌어내진 못했습니다.
후일 장무기의 의부가 되고 어느정도 성장한 장무기를 세상으로 내보낼 때 사손은 빙화도에 머물머 함께가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절정고수로서 엄청나게 강한 자존심.
성곤으로 인해 인생이 망가지고 끝없는 절망속에서 허우적 대던 그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된 장취산부부.
아끼는 사람이 생겼으나 그렇다고 적들에게 수그릴 수 없기에 결국 장무기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빙화도에 남을 수 밖에 없는 선택을 하는 사손.
속에 화산과도 같은 뜨거운 피를 갖고 있으며 온가족이 참화를 겪는 불운을 겪은 사손이 장무기를 위해 복수심마저 내려놓고 스스로를 희생하고 섬에 가두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짧은 지면안에 사손의 행적을 모두 적기는 어렵지만 이런 캐릭터를 전 어디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김용의 소설에는 이러한 캐릭터가 수를 셀수 없이 등장합니다. 오늘날에 다시 조명해보아도 비근한 예를 찾기 힘든 개성있고 창의적이며 복합적이고 절묘하게 만들어진 입체적 캐릭터입니다.
누군가는 오래전 창작물이니 오늘날에 연재되었다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뭐 그럴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작품의 퀄리티 자체를 평할 때에 그 어떤 무협소설도 아직까지 김용작품에 근접조차 못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신조협려에서의 눈물겨운 양과의 일대기와 악녀이나 집요함의 끝을 달리는 이막수
천룡팔부의 가슴아픈 주인공 소봉
소오강호에선 정파와 사파이 틀에 갖힌 이들과 달리 정사를 떠나 우정을 쌓았으나 그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 유정풍과 곡양.
등등이 생각납니다.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 캐릭터가 무궁무진한 신필 김용의 이야기 중 최근에 2019년 판으로 의천도룡기 드라마가 케이블채널에서 방영하기에 시청하면서 떠오른 단상을 적어 보았습니다. 남은 연휴기간 잘 보내세요.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