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가 1971년생인데요, 어렸을 때 TV에서 [타워링]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고층 빌딩을 완공하여 손님들을 초청해서 파티를 여는 저녁에 일어난 대형 화재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빌딩 중간에 있는 한 방에서 전기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하고, 이 화재가 점점 번져서 빌딩에 갇힌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죠. 주인공 남자는 건축설계자였는데, 건축주의 사위의 멱살을 잡게 됩니다. 자신의 설계도대로 시공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어서죠. 건축주의 사위는 건축비용을 아끼느라고 ‘설계도가 아니라 규정에 따라’ 시공했다는 겁니다. 돈 때문에 안전을 어느 정도 유보했다는 얘기이겠죠. 이 대목을 보면서 제가 건축주의 사위를 무척 미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2. 1995년엔가 삼풍백화점이 붕괴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삼풍백화점의 주인이었던 이 아무개 회장이 안전을 무시하고 불법 개축을 하였다가, 54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붕괴 사고였습니다. 사고 이전에 붕괴의 전조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아무도 이 회장의 돈벌이용 개축을 막을 수가 없었죠. 절대 다수의 사람은 불법 개축을 몰랐고,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이 회장을 말릴 만한 권력도 지위도 말할 수 있는 통로도 없었습니다. 건물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비관론자도 있었겠지만, 설마 붕괴까지 하겠냐는 낙관론자도 많이 있었겠죠.
3. 고베 지진이었던가요... 일본에서 아주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재산상의 피해를 보았습니다. 수직 방향으로 흔들린 지진이라서 피해가 더 컸다고 그러더군요. 그 때 저는 주변 사람들과 이런 얘기를 했더랬습니다.
‘일본사람들은 나름대로 지진에 대한 대비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부실시공으로 유명한 나라가 아닌가. 저런 지진이 우리나라에 발생한다면, 부실시공된 빌딩이나 아파트나 주택이 무너져서 어마어마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정부는 피해자들을 구조하고, 먹여 살릴 준비를 갖추고 있지 않을 게 뻔하고....
4. 2010년엔가 천안함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국방부는 함미를 찾아 생존자를 구조하려고 했지만, 뻘짓을 여러 번 했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생존자를 구조하려면, 최대한 빨리 함미를 발견해야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우왕좌왕했던 겁니다. 심지어는 함미가 떠올라서 표류하는 걸 신고했는데, 나와서 조사하지도 않았다고 하더군요. 거센 서해 조류 때문에 구조하러 잠수하는 것도 대단히 위험한 일이었다고 하고요. 아무튼 이 때의 국방부의 뻘짓을 보고, 정부가 재난에 대비하는 게 제대로 된 게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5. 세월호사고가 일어났던 것을 여러분도 잘 기억하실 겁니다. 과적해서 돈벌이하겠다는 기업, 과적을 방치하던 항구 관리, 해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해경, 탈출을 명령하지 않고 도망친 선장, 다 탈출했다고 오보를 낸 방송사 등등.... 대형 재난을 막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 기회들을 다 놓쳤던 최악의 사건이었죠. 천안함사건이 일어난지 4년만이었는데, 그 4년간 우리 정부는 아무 것도 나아진 점이 없었던 겁니다. 박근혜정부는 사후에 해경을 없애고, 몇몇 기관을 통합한다고 했지만, 역시나 뻘짓에 불과했습니다.
6. 메르스 사태... 이것도 길게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직접 보고 들은 게 있을 테니까요.
7.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현재 진행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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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문제 해결에만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저는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고, 재능이 좀 있습니다. 제 인생의 롤 모델은 제갈공명, 관중, 열자 이렇게 세 명인데요, 그 중에서 관중은 제나라의 재상으로서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제나라를 춘추5패의 첫 번째 패자로 만들었던 사람이죠.(관포지교 고사성어의 주인공)
제가 생각하기에 문제는 3가지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의 문제, 조직의 문제, 공공의 문제... 그 중에서 제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공공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이산가족 상봉 문제, 과외문제, 부동산문제, 부정부패를 한 방에 없애는 문제, 재난 문제 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궁리합니다.
전에 [블링크]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가진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기 thin slicing’ 능력을 여러 관점에서 다룹니다. 모든 정보를 다 취합해서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게 아니라, 단 몇 가지 요소만 가지고도 어떤 결론을 추론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아프리카 초원에서 누우 떼가 풀을 뜯어 먹다가 어느 한 마리가 뛰기 시작하면, 다른 누우들은 바로 따라 뛰기 시작합니다. 사자가 어디에서 몇 마리가 접근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옆의 누우가 뛰는 것은 곧 포식자가 나타나서 위험하니까 도망치라는 추론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이 thin slicing 능력은 정보를 수집하는 노력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지만, 잘못된 추론을 할 위험이 항상 존재합니다. 책에는 어떤 경찰의 사례가 나옵니다. 흑인이 주머니에 손을 넣는 행위를 보고, 이 경찰은 총을 꺼내는 거라고 잘못된 추론을 했죠. 그래서 죄없는 흑인을 총으로 쐈습니다.
제가 공공의 문제를 해결할 때 사용하는 능력이 바로 이 thin slicing 능력입니다. 단 몇 가지 요소만으로 어떤 해결 방법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래서 잘못된 추론일 가능성이 항상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궁리해 낸 방법들이 완전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지는 않고, 단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해결책 중의 하나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저는 비관론자입니다. thin slicing 능력으로 보면, 비관적인 예상이 더 잘 됩니다. 예를 들면, 저는 북핵문제가 거론되면 라면 박스를 삽니다. 메르스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라면 박스를 샀더랬죠.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제 비관적인 예상은 틀렸습니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고, 메르스 사태는 최악의 국면으로 번지지 않은 채로 해결되었습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벌어졌던 때는 큰누나에게 펀드를 해지하고 금으로 바꾸라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펀드 해지로 인해서 큰누나는 손해를 좀 봤을 겁니다.
우한 시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이 일어나고 뉴스에 보도되었을 때, 저는 처음에는 이 일의 심각성을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중국정부가 우한을 폐쇄했을 때 thin slicing 능력이 발동되었습니다. 비관적인 예상이 떠올랐죠. 감염 초반에는 격리 치료 등으로 전염을 막을 수가 있지만, 이미 늦었다.... 그리고 중국은 고립되어 있지 않았으니, 전세계로 퍼질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국과 무역 규모가 크므로, 중간 차단을 하기 어려우니, 감염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우한 시처럼 지역감염 단계로 발전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이미 막을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나머지 나라로 퍼지는 것은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
이런 비관적인 예상이 나오니까 저는 전에 메르스 사태가 일어났을 때 생각했던 2가지 대책이 기억났습니다. 하나는 확진 환자의 동선과 스마트폰 사용자의 동선이 겹치는지 확인하는 앱을 만드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정 규모 이상으로 지역감염이 일어날 경우에 계엄령(우한 시가 하는 봉쇄와 같습니다.)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엔가 가서 스마트폰앱을 만들라고 제안을 올렸죠.
저는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죠. 어차피 감염은 피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예상도 있고, 중국과 무역량이 많은 만큼 입국을 금지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중국인들이 혐한으로 보복할 것이 두렵기도 했고요. 그리고 나중에 한국에 지역감염이 일어났을 때 ‘한국인 입국금지’가 일어나서 무역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도 생각했습니다.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5일쯤 되어서 ‘또 내 비관이 틀렸나’하고 반성하던 중에 느닷없이 대구에서 확진자가 대량으로 발생했습니다. 뉴스에 보니, 대구지역에는 음압병상이 5상밖에 없다고 하네요. 도대체 어떻게 격리하고 치료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잠재적인 감염자를 찾아내는 것 또한 인력이 필요한데, 정부가 어떻게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재인정부의 대응에 대해서 평가를 해 보겠습니다. 지역감염이 안 일어났을 때까지는 잘 대응하고 있다고 칭찬을 받았죠. 저는 속으로 많이 웃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미인인데, 가까이서 보면 미인이 아닌 경우가 많잖아요. 문재인정부는 지역감염과 대유행을 전제로 대응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또 한동안 우왕좌왕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산 마련하랴, 체계 만드랴, 구매하고 배치하랴, 브리핑하랴, ....
제가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할까요? ^ ^
첫째로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 강제로 설치하겠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이동경로와 시간을 스마트폰에만 저장하는 앱입니다. 나중에 발병하면, 이 스마트폰의 이동경로와 시간을 서버에 전송하는 버튼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버에 등록된 확진자의 이동경로와 시간을 비교하는 버튼이 있습니다.
둘째로 우한 시처럼 계엄령을 내렸을 때 식량을 어떻게 공급할지 준비를 하겠습니다. 돈과 인력과 기자재가 필요하죠. 이걸 어떻게 운용할지 생각해 봐야 하고, 지금 준비해야 합니다.
셋째로 마스크를 대량 생산하여 저렴하게 판매하겠습니다. 시장에 맡겨둘 상황이 아니라고 봅니다.
넷째로 의료인력들의 안전을 위해서 예산을 즉시 마련하고, 물자를 들여오겠습니다.
오늘 오마이뉴스에 저와 의견이 일치하는 면이 많은 인터뷰 기사가 실렸네요. 그래서 한 번 읽어 보시라고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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