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딩동.. 딩동..
그는 초인종 소리를 애써 무시했다. 이 상황에서 얼굴을 보기라도 한다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았다. 귀를 틀어막고 TV의 볼륨을 더 높인다.
"재밌니?"
차갑게 얼어붙는 공기. 가슴이 쿵쾅거린다. 어깨위로 내려오는 서릿발같은 한기.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한 손에 펜을 든 학습지 교사가 내려다보고 있다.
쿵!
무심결에 뒤로 물러서다가 소파에서 떨어지고 만다. 고통을 음미할 시간도 없이 황급히 그녀에게서 떨어지려고 발악을 한다. 그녀에게 묻는다.
"어... 어떻게 들어온거에요?"
"나는 말야... 사실.."
그녀가 울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다.
"난 소위 말하는 판타지 대륙에서 차원이동한 사람이란다. 우연히 이 쪽 세계로 넘어온 것 까지는 좋았는데 쥐뿔도 아는게 없어서 이것저것 가지것도 모두 사기당하고 결국 빈털털이가 되서 그나마 잘하는 수학으로 이 일을 하고 있어."
"네?"
"제발 한달만 더 해주면 안되겠니... 이 번달 집세를 못 내면 나.. 거리로 나가야 되..."
그야 말로 ..
모흐는 더 이상은 어쩔 도리가 없음을 알았다.
그의 기감으로 느껴지는, 대문 앞의 보스 몬스터 [화난 학습지 선생]의 기운은 그의 것을 훨씬 능가했다. 모흐의 어머니 Lv.98 [마더몬]의 절대 결계가 아니었다면 벌써 저 문은 걸레짝이 되어 너덜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스킬을 쓴다면!'
모흐의 주먹이 꽉 주먹 쥐여지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지금 시전하는 스킬이라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본래라면 시전 불가능한 스킬이지만, 지금 모흐의 앞에 서 있는 유니크 등급의 마법 아이템 [인터폰]을 매개로 한다면 시전이 가능하다.
모흐는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불안감으로 떨리고 있던 그의 목울대가 한 차례 꿀럭였다. 이내 그는 천천히 손은 들고, [인터폰]의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입술을 움찔이며 비명을 지르듯 갈라진 목소리로 마침내 영창을 외쳤다.
「영구 없다~!」
Comment '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