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반에 강동원이 이경영을 사로잡고
산채 위치를 밝히라며 고문하지만 원하는 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백성 열명쯤 데려다놓고
“처음엔 하나, 다음엔 둘, 넷, 여덟”
대덥하지 않으면 이렇게 죽일거라고 말합니다.
눈앞에서 백성들이 죽어가는걸 보던 땡추(이경영)는
산채 위치를 발설하고야 맙니다.
왜 발설하지? 한눈에 봐도 수백명은 되어 보이는 산채 식구들 다 죽이려고 그러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듭니다. 기습받고 멀쩡할리 없으니 땡추의 눈 앞에서 몇명 죽은 백성들에 이어 산채 식구들도 땡추의 발설로 대부분 죽어 버리고 맙니다.
그런데, 아주 이해 못할 바는 아닌 것이 조윤(강동원)이 아무리 특별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수백단위를 죽이는 것은 무리일 것이나 수십단위의 백성은 무자비하게 손을 댈 것이 자명한 캐릭터 라는 점....그러니까 불 때까지 백성을 데려다 배겠다는 말은 완전한 허풍이 아닌 상황이었던 것이죠.
결국 불어도 안불어도 마찬가지라면 안 부는것이 좋았을 상황인데,
특히 무리의 중심이자 리더이자 머리 격인 땡추가 이런 말도 안되는 선택을 했다는 건 좀처럼 이해가 잘 되질 않았고,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왜 이런 진행이 나오느냐....
아주 간단합니다.
캐릭터를 설정하기 전에 밑그림 격의 플롯을 짜놓습니다.
그리고 플롯을 구체화 하는 과정에 캐릭터를 만들어 장면마다 배치합니다.
아니면 다른 순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플롯에 캐릭터를 매치하고 재 점검하는 과정이 생략되면 이런 전개가 나오게 됩니다.
구체적 결말을 만들어 두고,
이야기는 그 결말을 따라가는 여정입니다.
따라서 과정은 유연하게 플롯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야기 구조를 딱 짜놓고 거기에 캐릭터를 배치해놓고 그냥 거기서 끝내고 말면 과정 중에 캐릭터가 붕괴될 가능성이 지속 발생합니다. 여러번 언급한 왕좌의게임이 마틴옹 집필 분량에선 캐릭터가 살아 있다가 (드라마 작가진에 의한) 8시즌 때 전 캐릭터 붕괴가 한꺼번에 찾아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붙잡히고 발설하는 역할로
땡추가 아닌 다른 캐릭터를 배치했다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땡추처럼 눈앞의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못 보는 인간적 약점이 있으나
담대함이 부족하고 머리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동료 중에 하나로 말이죠.
큰 무리를 이끌 정도이 대담함, 지혜가 있는 자가 산채를 그냥 분다는 것은 역할에 맞지 않은데 그냥 정해진 플롯대로 가다 보니 캐릭터가 무시되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설정된 땡추는 머리가 비상하고 온화하며 백성을 사랑하나 그렇다고 대책도 없이 산채 식구를 몰살시킬 결정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않습니다. 그런데 뜬금 없이 붙잡히고 나선 다른 사람이 되어 눈앞에서 몇명 죽는다고 수백명 사는 산채를 죽음에 몰아 넣게 되다니...
산채 식구 중에 누군가 관군에 사로잡히게 되고, 위치가 누설 되었을 상황을 대비한 메뉴얼이 있어서 일부의 희생이 생기더라도 모두가 위험해지지 않는 대비책이 있었기에 분 것이 아니라 대책 없이 그냥 두뇌격인 사람이 다 죽으라고 불기만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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