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가는 글의 컨셉을 초반에 미리 깔아놓기 마련입니다. 그걸 뚜렷하게 하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개그막장 코드인 녹정기가 그런데요. 이 글에서 왜 여러 여자를 다 갖으려 하느냐고 따지는게 좀 그렇겠죠.
이글에서 왜 위소보가 절정의 무공이 쥐어져도 안 배우느냐고 묻는 사람 생기겠죠. 그런데 애초에 시작부터 위소보가 그런 인물이란 설득력을 가진 상태여서 납득이 되는 부분입니다.
즉 글의 타입과 맞지 않게 뜬금없는 전개와 어이없는 선택을 하는 주인공 또는 주변인물이 생길경우 비판의 목소리가 다소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인신 공격성이 아니라면 말이죠.
“퍼주지 않던 주인공이 어느 날 퍼준다.”
이걸 납득하느냐 마느냐는 독자의 몫이죠.
납득정도에 따라 불만을 표시하는 독자도 나올 것이고 자연스럽게 넘기는 독자도 나올 것이고요.
사람마다 관점이 다 제각각인데 다 맞출 수 있는 방법은 없겠죠.
어차피 나와 관점이 다른 사람이라면 이해시킬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어요.
직접 만나 대담이라도 한다면 모르겠지만요.
그건 저쪽에서 봐도 그렇고 이쪽에서 봐도 그래요.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며 따져봐야 나올 수 있는 답은 없어요.
뭐 물론 애당초 퍼주던 주인공인데 뜬금없이 나타나 왜 퍼주느냐며 따진다면 전적으로 당연히 그 독자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겠지만요.
호구이야기를 적었다고 작가님 성향이 그렇다고 보는 건 다소 과한 일반화지만, 말씀하신대로 '가볍고 편한 글'에서 갑자기 장르가 바뀐 것처럼 무겁거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장면이 나오면 발암이라는 말이 나올테고, 맥락적으로 지금까지 조금도 설득력있는 복선 없이 느닷없이 베풀거나 허술하니 손해보는 모습이 나오면 호구라는 말이 나오죠. 제가 볼 때 1차적으론 말씀대로 '가볍고 편한 글'이라는 고정관념 내지는 기대를 가지고 보기 때문에, 충분한 밑밥(보통 기승전결 중 기, 승에 해당)이 없으면 말이 나오는 건 인지상정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요즘 경향이 사이다로 치중되는 건, 인터넷 연재+편당결제의 활성화 때문으로 봐도 크게 틀린 건 아니라고 봅니다. 편당결재나 인터넷 연재글은 보통 하루~2, 3일의 텀을 두고 다음편이 나오는데 문제는 흔히 막장드라마라고 부르는 것 안에도 잘 보면 1화 안에 다양한 군상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말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연재글은 그렇지 않아요. 하루를 기다려 불편한 이야기를 보고, 다시 하루를 기다려 다음 이야기를 이어볼 때, 그리고 일반적으로 호구/발암 소리 듣는 이야기는 짧아야 3-4화는 지나야 해결되는 편인 걸 보면 결국 독자는 일주일 가까운 시간동안 불편한 이야기를 계속 읽는 겁니다. 그것도 잊을만하면 다시 찾아서 하루단위로, 띄엄띄엄 말이죠. 이런게 진입장벽이 되고, 독자들이 공격적인 댓글을 달거나 떠나는 원인이 되죠. 그러니 작가라면 반응이 뻔히 예상되는 전개를 적어갈 땐 연참을 하거나, 다른 이야기를 섞거나, 사전에 충분한 떡밥을 던지거나 해야하는데...
호구, 발암을 느끼게 된다는 건 소설 속 등장인물에 몰입하는 독자들의 상식선에서 있을 수 없는 행동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가 미리 등장인물이 그런 이질감을 느끼기 전에 납득할 수 있는 자그마한 단초를 알려 준다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차' 한다고 댓글로 당당하게 말하던 독자가 몇 편 뒤에 다시 '발암' 이라는 말을 댓글로 쓰는 건, 여러가지 마음이 있겠지만 '이 답답한 전개가 이후의 후속편에서는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가 아니었을까 라고 추측해봅니다.
물론 이런 거 다 무시하고 그냥 등장인물이 그런 말을 한다는 전개 자체가 다 마음에 안들어하고 단적인 모습만 보며 말하시는 분도 계시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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