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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특별한 유전자

작성자
Lv.99 시역과의
작성
19.09.21 08:45
조회
223

추석 연휴에 너무 심심해서 외장하드를 뒤적이다가 '패밀리가 떳다'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 중간에 게임을 하는 코너에서 참가자 중 2명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자기 편을 고르는데, 보통 운동을 잘하는 김x(존칭 생략) 또는 잘 생긴 게스트가 먼저 선택을 받고, xx이나 윤xx 등은 그냥 떨거지로 취급받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그걸 보면서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는데, 4학년 때인가 특별활동시간에 담임선생님이 먼저 공부 잘하고 인기 있는 4명을 선발하고선, 그 친구들에게 남아있는 다른 친구들을 교대로 택하게 하여 그룹을 만들도록 하는 그런 활동을 하게 하였습니다. 해보신 분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어떤 교육적 목적과 의미를 가지고 하는지 간에... 별로 좋지 않은 추억이었습니다.

중간 정도에 택함을 받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여린 마음에 얼마나 초조하고 불안했는지 모릅니다. 어떤 친구들이 먼저 선택되고 누가 끝까지 남았는지는 설명을 안해도 잘 알겠지만, 평소에 나보다 못하다고 여겼던 친구가 먼저 선택되었을 때 느끼는 이유모를 자괴감, 날 먼저 선택 안해준 친구에 대한 원망, 난 그 친구를 정말 친하다 여겼는데 그는 아니었구나 하는 어떤 배신감... 뒷끝 많은 나에게 그 후유증은 오랫동안 남아 있다가 지워졌는데, 한참 지난 지금 갑자기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요즘도 일상생활 속에서나 조직 속에서 이런 감정을 많이 느끼며, 당하며 살아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리 편 가르는걸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이에 따라, 학연, 지연, 어떤 관계와 조건에 따라 편을 가르거나 상하서열을 정하는걸 당연시 하고 그걸 안하면 진정한 관계가 성립이 안되는 것으로 여깁니다. 어떻게 해서든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밖에 나가서도 전혀 변하질 않는 것 같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이를 물어보고, 어느 대학을 나왔고 몇 학번인지, 어느 지역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자녀는 어느 학교에 다니고 어떤 학원에 다니는지...

예전에 기러기아빠였는데 싱가폴에서 2년 있다가 우리나라 보다 더 경쟁적으로 공부를 시키는게 싫어 (명문중학교를 가려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정말 피터지게 공부해야 하는) 호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시드니에서 처음 맞이하게 되는 주일이 되어서 교회를 갔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어정쩡하게 서있는데, 와이프 또래 정도로 보이는 여자분들이 와이프에게 다가와서는 "안녕하세요!" 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낸 다음 바로 나오는 말이 " ~ 몇 년 생이세요? ! 그럼 언니시네요... 호호호~ 따님은 어느 학교에? 집은 구하셨어요? 어디에? ~ 거기....."

우리에게만 있는 우리만의 특별한 유전자가 있는 것일까? 심리학과 문화인류학을 더 공부해봐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Comment ' 5

  • 작성자
    Lv.94 dlfrrl
    작성일
    19.09.21 09:00
    No. 1

    ㅎㅎ 초등학교 때 그거 기분 안좋죠. 아직까지 그거 정체를 모르겠음..
    학업 압박 높은 건 유교문화권의 특성, 나이 물어보고 하는 건 집단주의 문화권 국가의 특징이 아닌가 싶습니다. 편가르기야 세계 어디나 다 있는 것 같긴 하지만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4 dlfrrl
    작성일
    19.09.21 09:07
    No. 2

    최근 들어오시는 90년대 이후에 출생하시는 분들을 보면 많이 다르더라구요. 깜짝깜짝 놀람. 연령으로 상하정하고 학/혈/지연으로 편가르기 하고 그런건 이제는 안하는 것 같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9 시역과의
    작성일
    19.09.21 09:11
    No. 3

    부모들이 편가르기 시키는걸 자주 봤는데.... 얘들도 따라하던데, 나이가 들면서 극복했나 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ck*****
    작성일
    19.09.21 10:35
    No. 4

    스승에 은혜? ㅗ ㅗ 쳐드세요
    다들 소싯적에 선생이라 불리는 개에게
    차별받은적 많으실걸요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9.09.21 15:06
    No. 5

    보통 저런걸 이유없이 하는걸 본적은 없는데 이상한 선생님이네요.
    하지만 팀별로 경쟁하거나 할 때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죠.
    늦게뽑힌 일부가 소외감이 들 순 있지만... 어차피 밸런스를 위해선 어떻게든 줄을 세워서 나눠야 하고, 게다가 학교에선 기본적으로 줄세워서 경쟁시키려고 하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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