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대도오는 말씀하신대로 무협계에 어떤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종군님께서 말씀하신 삼대 기작이라는 것은 약간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네요.
대도오는 명작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종군님이 표현하신 기작(奇作), 즉 무협의 틀을 벗어난 기이한 작품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겠지요.
추룡기행이라 함은 용을 쫓는 기이한 기행이라 하여 말 그대로 용의 내단을 찾아 떠나는 코믹무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코믹무협이라고 말하기에도 쉽지 않은 것이, 문장과 필력에 '뫼' 사단 특유의 진지함이 묻어 있어서, 굉장히 고급스러운 개그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마지막에 용의 내단을 얻으면서 보여주었던 반전과, 이전까지의 주인공 스타일과는 극명하게 다른(대도오도 물론 그랬지만, 약간 뉘앙스가 다릅니다.)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기작"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겠지요. 게다가 3권 최종권에서 보여지는 결전들은 판타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기담이 주가 되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충격적이었던 작품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종군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추룡기행이 오히려 무난하다 했다면, 삼우인기담과 노자무어는 그야말로 기작 중에 기작이라 할 만한 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읽어 보시면, 왜 대도오가 그 범주에 안 들어가는지 대번에 알아채실 수 있을 겁니다. 전혀 다른 글들이니까요.
삼우인기담은 일단 네 권으로 구성이 되는데, 1-2-3권이 각각 동시에 벌어진 한 시기의 사건들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서술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무협에서 그런 식의 글이 나왔던 것은 그 전까지 전무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게다가 종군님께서 말씀하셨듯이, 글 전체를 통틀어, 사람 이름이 단 한 번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오직 작품속의 인물들은 "그"와 "그녀", "나"와 "당신" 등 대명사로만 표현이 됩니다. 고유명사가 거의 나오지 않는 작품이지요. 그러면서도 인물과 인물이 혼동되지 않으니, 그 필력이라 함은 가희 경의를 표해야 할 만한 놀라움을 자랑합니다. 구성과 이야기의 전개, 그 특이함은 다시 없을 기작이라 할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노자무어를 이야기하셨는데, 이는 김호 작가님의 작품으로서, 당시에 작가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처럼 이야기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노자무어는 제임스 본드, 즉 007 시리즈의 주인공 배우였던 로저 무어를 한자로 풀어 쓴 제목입니다.
제목부터 소위 말씀하시는 "포스"가 대단하지요.
역시나 믿을 수 없이 탄탄한 필력을 보여주시므로, 코믹무협이라든지, 패러디 무협이라든지 어떤 테두리 안에 집어넣기 힘든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추룡기행과 마찬가지로 10년은 앞서 간 작품이라고 보시면 되지요. 등장인물의 별호인, "제일 수 본두"라는지, 적들의 이름이 당구마(사구 치는 그 당구입니다.), 공부마라든지,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소재들이 등장하는 무협이었습니다. 트럼프 카드를 암기 대신 날리고, 당구공을 무기로 사용하는 등, 충격과 충격을 거듭하며 읽었던 작품이지요. 특히, 최종 보스가 이야기했던 "맨투맨 기본 암살법(맞나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성문기초암살법" "실력무공의 정석(역시나 그런 뉘앙스였는데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네요)" "무공이 제일 쉬웠어요."
등, 패러디답지 않은 패러디가 기억납니다. 무협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세계관이 송두리째 뒤흔들리는 경험을 하고 말았지요.
대도오가 꼭 저렇게 써 보고 싶은 무협의 결정판이라고 했다면, 위의 세 작품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가 있었을까,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는, 나는 저렇게 쓰지 못할 거야....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작품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기이한 작품, 기작이란 말은 그래서 해 주신 이야기겠지요.
더불어, 까마득한 후배로서 감히 대 선배님들의 작품들을 함부로 논한 것에 대해서는 이 자리를 빌어 정중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너무도 인상깊게 읽었고, 아직도 머리 한 쪽을 지배하고 있었던 작품들이었기에 문득 손가락이 움직여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쓰게 되었네요. 세 작가님들 모두 너무나 존경하는 선배님들이시니, 행여나 이 댓글을 읽으시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 있으시더라도 부디 너그러히 용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를 동경하던 시절, 놀라운 작품으로 많은 가르침 주셨던 것, 이자리를 빌어 커다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본디 자신이 쓴 글에 리플을 단다는 것에 대해 결벽증 비슷하게 꺼리는 사람입니다만 오늘은 리플을 달고 싶군요.
우선 함마드릴님 반인기 제목 알려주신거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폭풍건님 추천해주신 풍운만천 꼭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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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의 리플을 달아주신 한백림작가님께는 감사보다 우선 반가움을 느낍니다.
같은 시대에 같은 작품을 보고 같은 느낌을 공유했다는 점에서요.
한백림님의 리플을 읽어보니 마치 오래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마저 듭니다.
제가 본래 쓰고 싶었지만 필력이 없어 표현할수 없었던, 세권의 책이 준 감동과 느낌을 워낙 잘 쓰셨기에 추가할말도 없군요.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서 이런 말이 나오지요.
"위대한 개츠비를 세번 읽었다면 나와 친구가 될수 있다."
그가 왜 이런 말을 썼는지 이해가 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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