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장르소설은 요즘에만 양판소가 대다수였던 것이 아니라, 트렌드 생성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양판소가 많았습니다. 장르소설의 소비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양판소가 아니면 작품의 생산속도가 소비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적 원인이겠지요. 이것은 작가의 문제도 아니고, 독자의 문제도 아니고, 시장 때문도 아닌, 장르소설 그 자체의 속성 때문입니다.
영양보다 맛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만드는 불량식품을 먹으면서 몸에 좋기를 바라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저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장르소설의 기본 원리는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워야 합니다. 익숙하지 않으면 몰입하기 힘들어 눈이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새롭지 않으면 지겨워서 눈이 금방 떨어집니다. 장르소설은 언제나,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의 줄타기입니다. 이 줄타기는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장르소설을 쓰기는 쉬우나, 재미있도록 잘 쓰기가 너무 어렵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장르소설을 빠르게 소비하기는 쉬우나, 좋은 작품을 빠르게 생산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렵습니다. 좋은 작품을 빠르게 생산하려면 말 그대로 작가의 뼈를 갈아넣어야 하는데, 한두 작품은 가능하겠으나, 작가도 사람입니다. 어떤 작가든 빠르게 쓰려면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양판소의 길은 걷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장르소설의 한 트렌드가 질리면, 다음 트렌드가 나올 때까지 쉬는 것이 정답입니다. 작가나 장르 탓을 하지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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