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사실상 Z 들어서부턴 오공보다 오반이 더 주인공적인 포지션에 잘 어울렸습니다. 오공은 해결사적인 포지션에 더 가까웠고요. 특히 사이어인 편과 프리저 편에선 이러한 경향이 매우 강했습니다. 최종 보스는 오공이 도맡아 처리하지만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 오공은 수행, 부상 등으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던 점도 있으니까요.
엄밀히 말해 독자들이 '주인공을 바뀌게 할 정도'로 반발한 적은 없습니다. 만약 손오반이 주인공이란 것에 대해 독자들이 반발했다면, 오반의 한손 에네르기파가 시대를 초월하는 명장면으로서 기억될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왜냐면 그 장면이야말로 죽어버린 오공에게서 살아있는 오반에게로 바통 터치가 되는 순간이었거든요.
오반이 드래곤볼 시리즈의 진 주인공이 되지 못한 이유는 매우 단순합니다.
셀전 당시 이미 손오반이란 캐릭터가 완성되어 버렸기 떄문이죠.
자만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후, 오반은 정신적으로나 전투력으로나 완성된 캐릭터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오공이나 베지터처럼 정신적 성장을 끝마친 캐릭터들과는 달리 오반은 발전할 가능성이 많은 유망주였기에 주인공감으로 활약할 수 있었던 건데, 그 정신적 성장이 끝나버리는 순간 오반은 주인공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포지션이 되버렸거든요.
그 결과 '성장성'과 '소년 독자들의 자기이입 대상'이라는 포지션은 트랭크스와 손오천이 가져가 버리고, 한 명의 전사로서의 노련함이나 강력함은 이미 오공과 베지터가 가지고 있었기에 캐릭터성 자체가 붕 떠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상관은 없는 일이었습니다. 왜냐면 토리야마 선생은 셀전을 끝으로 드래곤볼을 완결지으려 했으니까요.
하지만 드래곤볼이라는 컨텐츠는 이미 일본의 문화 산업에 큰 축을 담당할 정도로 성장해 버렸고, 편집부는 물론 작가 자신마저 함부로 완결지을 수 없는 영역까지 도달해 버렸습니다. 그 덕분인지 드래곤볼은 연재가 계속되었고, 마인 부우라는 최종 보스가 등장하게 되죠. 여기서 토리야마 선생과 편집부는, 이미 완성되어 버린 손오반을 주력으로 밀기보단 드래곤볼 시리즈의 영원한 중심인 오공을 주인공으로 복귀시키자고 결론 내리게 됩니다.
따라서 토리야마 선생이 스토리 전개를 위해 작가 재량을 발휘하여 주인공 체제를 바꾼 것이지, 독자의 반발로 바뀐 것은 아닙니다.
반발이 있었으나, 그것은 이유 중의 하나일 뿐 핵심적인 단 하나의 이유는 아니었을 겁니다. 게다가 손오반이 셀전 이후로도 줄곧 주인공을 맡기에는 캐릭터성이 약했던 것도 있었고요. 수동적이던 오반이 능동적인 성격으로 변해 스토리를 풀어나간다는 것도 개연성에 어긋나는 일이니, 토리야마 선생으로선 손오반이란 캐릭터의 잠재 능력을 미스틱 오반을 통해 확고히 다져가면서 '오공의 후예'라는 고유한 포지션을 주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요약해 말하자면 독자 반응도 시원찮고, 오반을 주인공으로 삼아 밀고 나가기엔 스토리 상으로나 캐릭터 설정 상으로나 여러모로 아다리가 안 맞으니, 오공을 복귀시켜서 대미를 장식하자는 것이 토리야마 선생의 의중이었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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