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어느덧 20년 가까이나 지나버린 날들일 겁니다.
신년 첫 날 새벽에 백운대에 올라 해돋이를 보았죠.
혼자일 때도 있었고, 친구와 함께일 때도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올라와 이빨을 딱딱 부딪쳐가며 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멀리 수락산 자락 너머로 붉은 새해 첫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다들 발을 구르며 소리를 질렀죠.
즉석에서 덕담과 술잔 돌리는 소리들로 백운대 그 큰 바위
덩어리가 다 들썩거릴 지경이 되곤 했답니다.
그러면 저는 친구놈과 슬그머니 그곳을 떠났습니다.
정월 보름이면 달을 보러 또 백운대에 올라갔습니다.
언제던가...
밤으로 둘러싸인 백운대 정상에는 저 혼자 뿐이었죠.
그리고 머리 위에 올라 있는 보름달을 보았습니다.
늦게 올라간 탓에 달이 뜨는 걸 보지 못하고 머리 위에 있는 걸
본 거죠. 하지만 그때가 더 좋았답니다.
찬 바람을 맞으며 그 높은 바위 봉우리 위에 홀로 우뚝 서서
둥근 달과, 달빛에 은은히 속살 드러난 계곡과 먼 산 능선들을
꿈결인듯 바라보던 그 때의 그 잊지못할 감격이라니....
혼자서 엉엉 울어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후배를 따라 인수봉에 올라갔던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암벽등반을 하던 후배였는데, 초짜인 저는 정말 뭘 몰랐기
때문에 용감하게 따라 올라갈 수 있었죠.
암벽 중간에 매달려서 잠시 쉴 때 아래를 내려다 보았는데
정말 거시기 끝이 저르르 저려 오더군요.
죽을 둥 살 둥 올라가서 드디어 인수봉을 정복하고 정상에 섰을
때의 그 큰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잊지 못합니다.
바로 이 맛에 사람들이 암벽등반을 하는구나 느꼈죠.
내려올 때는 허무했답니다.
유격 훈련 받을 때처럼 자일을 타고 주르륵 하강....
올라갈 때 한 시간 걸리던 것이 내려올 때는 십 분도 채 안 걸리
더군요. 아, 허무해라....
이제는 더 이상 신년 새벽에 백운대 일출을 보러 갈 생각도 못하고,
정월 보름 밤에 홀로 달을 보러 가지도 못합니다.
인수봉 등반은 더더욱 꿈도 못 꾸죠.
아, 또 한 가지.
단풍으로 온 산이 불바다였던 어느 가을.
대청봉에서 저 멀리 내려다 보이는 속초 앞바다를 불지르며
떠오르던 해를 보았던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대청봉에서 일출을 보기는 정말 하늘에 별따기인데
운이 억시게 좋았던 거죠.
그랬던 적들이 있답니다.
한 겨울에 혼자서 대청봉에 오르다가 얼어죽을 뻔한 기억도 있고...
올 여름에 대청봉엘 가서 자고 왔습니다. 정말 바람이 엄청나더군요. 밤새도록 바람이 불었고 그 바람소리에 흔들려 새벽에 일찍 깼습니다.
자욱한 구름이 마치 파도가 넘나들듯이 넘나들고 있더군요. 결국 구름 속에서 잠을 잔 꼴이었지요.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나오는 날으는 양탄자 같았습니다.
그걸 잡아타고 내려오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말리더군요. 당신 그러다 다친다고-.-;;;;
그리고 기억나는 구름은 덕유산 천왕봉의 구름이었지요. 미친 말처럼 마구 내달리더라는...참...그곳의 산장에는 커다란 흰개가 한마리있는데 성질이 아주 순딩이라는...
두 산 모두 일출은 보지도 못하고 엄청난 구름 속에서 멍~하다 물소리에 실려 아래로 떠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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