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제 기억으로는 이랬습니다. 연초부터 한보철강부도가 일어나고, 한보청문회가 일어나고, 은행들이 대출은 줄이고 대출금 환수는 늘려서 다른 기업들이 줄줄이 부도가 나다가, 환율이 상승하여 9월쯤에는 외환위기 말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강경식 부총리와 조중동은 한국경제가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면서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했죠. 그러다가 11월21일엔가 느닷없이 IMF와 협정을 맺는다고 보도가 나오고, 텅 빈 외환보유고 때문에 모라토리엄이 선언되는 게 아닌가 두려워했던 연말이었죠.
우리나라에도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가능성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지, 실제로 벌어질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태국 등의 외환위기가 한국의 외환위기로 번질 거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 국민은, 외환위기는 태국 같은 남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인 줄로 알았고,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정부의 말만 믿고 있다가 거하게 뒷통수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외환위기를 온 몸으로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 뒤로 22년이 지났건만, 우리의 기억 속에는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와 관련해서 우리 국민은 무개념 상팔자였던 겁니다. 온갖 신호가 사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신호들을 죄다 무시했지요. 그리고 외환위기가 일어나자 눈을 뻔히 뜨고도 마치 쓰나미에 쓸려나가는 것처럼 모두가 피하지를 못했죠.
경상대 정치경제학과 교수로 근무 중이던 제 숙부님은 1997년 2월말에 한국정치학회(?)의 일원으로 멕시코의 외환위기를 연구하러 출국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정치학회에서 우리나라 외환위기 발생을 경고했다는 말은 못들어봤습니다. 아마도 학자들조차도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을 낮게 보았던 모양입니다.
비관론자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니까, 당시에 누군가는 외환위기를 대비해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녔을 겁니다. 그리고 그 말은 나라경제를 망치는 유언비어로 비난을 받았을 거고요. (자기실현적 예언?) 결과만 보면, 이 비관론자들의 예상이 맞았던 거죠.
우리에게는 여러 가지 신호가 동시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신호들을 보고, 정세를 판단하는 건 사람마다 다르죠. 낙관론자는 신호를 낙관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고, 비관론자는 신호를 비관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죠.
저는 비관론자에 가깝습니다. 이상하게 비관적인 예상에 더 끌리거든요.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몇 가지 예상은 그래서 나온 것입니다. 같잖은 시나리오라고 무시하셔도 괜찮습니다.
1. 우리나라도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이동금지령을 발령하는 시기가 올 것 같습니다. 비상식량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바로 이 때를 대비하자는 것입니다.
2. 치료제가 언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서, 외환위기급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3. 지금 당장 특별한 대책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북한에도 코로나19가 전염될 것이고, 그 결과 공산당 정권이 붕괴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통일이 될 수도 있고, 만약에 통일이 된다면 우리에게는 재앙이 닥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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