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만 20년 넘긴 스토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아직도 못 썼습니다; 이젠 그냥 못 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 제 생각에, 설정은 야심차게 시작했건만, 그 잡고 있는 시간이 길면 길어질 수록 못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 그래서 그냥 지르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뜻밖의 영감에 맡겨 보는거죠. 구멍은 퇴고작업에서 메우면 되니까요.
독자입장에서. 스토리를 벗어난 설정은 묘사가 뛰어나지 않는 한 안보입니다...... 설정이 충돌하지만 않게 커버 가능한 편이 낫습니다. 큰 설정은 짜두고(설정의 스케일이 아니라 소설 내 중요도) 작은 설정들은 위배되지 않게 그때그때 끌고가는 쪽이 좋아보입니다. 작은 설정들 엇나가는 건 수정도 나름 간편한 거 같더라고요. 아예 세계관을 새로 짠다면(해리포터같은. 기존에 없던) 세세한 설정들도 어느정도 짜둬야 끌고갈때 안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설정에 집착은 그냥 똥만 뿌직뿌직 싸고있는 상태랑 같습니다.
결과와 과정이 하나도 없는 말그대로 제로거든요.
애초에 토대조차 안되서 난 멋진 농사를 지을거야라면서 거름만 모아두고 있는거죠.
모아두는 위치가 화장실인지 저장소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거름에 불과할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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