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저 역시 그것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제가 왜 이런 표현을 사용했냐면, '강자가 다른 강자와 싸우며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고, 그 과정에 아무 죄도 저지른적 없는 무고한 이들이 희생당한다'라는 이미지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전작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왔었고, 저는 그 말을 비유와 이미지로 표현하기 위해 검사란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강자는 결국 공권력을 손에 쥔 자이니까요. 그리고 공권력의 남용이나 마법의 남용이나 힘의 남용이란 점에선 비슷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단지 전자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매우 비판적인 관점을 쉽게 가지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
소설의 장르, 독자의 기대와는 별개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걸 좋아하는게 과연 긍정적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주인공이 처음 블랙페이스로 날뛰기 시작했을 때 군인들과 접전이 일어납니다. 군인들은 총을 사용하는대신 총검을 이용해 블랙페이스와 접전을 시도했죠. (비록 마력고갈의 위험이 있긴 하지만) 총탄도 튕겨낼 수 있는 무장을 갖춘 블랙페이스가, 총도 아니라 총검을 상대로 싸운 것이였죠. 하지만 블랙페이스는 기관총을 이용해 군인들을 처리했고, 그 과정에 사상자가 엄청나게 나왔을겁니다. 그리고 블랙페이스의 논리는 이러합니다. '저들은 자신의 목숨을 남들의 결정에 맡겼으니, 저들의 죽음은 내 책임이 아니다. 상대는 범 위에서 날뛰고 무고한 이들을 방패막이로 삼는데 난 그딴거 신경 안쓰고 걍 내 길을 가로막으면 다 죽이겠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서울 한복판에서 빌딩 하나가 통채로 폭발하는 테러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테러리스트가 '야 니들 죽기 싫음 비켜'라고 말한다고 군인이 모조리 다 무장을 내던지고 도망쳐야하나요? 그건 오히려 당나라 군대의 아주 좋은 예 같은데요;; 군대는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고 그러기 위해서 시민들로부터 적법하게 선출 된 민간정부로부터 통솔권을 위임받은 지휘관들의 지시를 따릅니다. 그것이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명령이라면 더더욱요. 군인들 입장에서는 그냥 이런 일이 일어난겁니다.
1. 갑자기 왠 빌딩이 서울 한복판에서 폭발했다. 왠 조폭 소유 빌딩이라는데, 솔직히 현 시점에서는 뭐가 어떻게 된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2. 그런데 그 빌딩을 폭파시킨 기괴한 테러리스트가 서울 한복판에 그냥 튀어나와있다.
3. 군대는 그 테러리스트를 포위중이고, 테러리스트가 포위망을 뚫고 지나가 서울로 풀려나간다면 대체 무슨 짓거리를 벌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4. 그런데 테러리스트가 '야 너네들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책임질 결정을 내려라. 죽기 싫음 비켜.'라고 말합니다.
5.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군대가, 시민들에게 대체 어떤 해악을 끼칠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테러리스트가 '목숨 아까운줄 알면 꺼져'라고 말한다고 그 말대로 꺼져야하나요?
물론 블랙페이스는 시민들에게 추가 해악을 끼칠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군인들 입장에서 블랙페이스가 어떻게 보일지 별다른 생각도 하지 않고, '내 책임 아니라 니들 책임 + 저 윗대가리들 책임임'이라는 말 한마디로 수많은 무고한 청년들이 학살당하고 평생동안 짊어져야할 불구를 얻게 된 사건의 책임을 전가하는건, 솔직히 어떻게 봐도 선이 아니죠.
예전 것은 기억이 안 나네요. 제가 덧글을 단 부분은 오늘 올라온 부분이었습니다. 비슷하게 군중 속에서 다른 이와 싸우고 그 와중에 사람들이 휘말리죠. 이 때 신도림은 사람을 과격히 치워버립니다.
본문에서도 계속 나옵니다. 분명 신도림은 선한 사람이 아니고, 충분히 남의 피해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면서 자신이 편한대로 행동합니다. 이는 근본이 외계인이기 때문인데 현생의 몸 때문인지 외계인때와는 달리 어느 정도의 선은 지키지요. 이 글이 설정에 비해 극단으로 가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극단으로 가는 글은 주제가 없는 이상 포르노밖에 안 되니까요. 이글을 쓴 작가분은 극단으로 가지 않는 대신 적절하게 수위를 맞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선악과 정의를 가지고 평가를 한다면 이곳에서 연재되는 장르소설의 태반은 혼돈만 가득할 겁니다. 감안해서 보는 거죠.
개인적인 감상으로 뉴빌런이란 글은 어쩌면 그런 점을 일부러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비슷한 배경을 갖는 현대판타지들을 보면 주인공은 마치 선인 듯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충분히 이기적이고 타인에 무관심하죠. 이는 뉴빌런의 신도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위선이란 가면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죠. 마치 정의의 잣대인 듯 하얀 가면을 쓰고 또 다른 갑이 되어 새로운 을들에게 마구잡이로 철퇴를 휘두르는 것 보다 차라리 검은 헬멧을 쓰고 인간은 원래이런 거지라며 날 것 그대로 행동하는 것이 차라리 나은 것 같습니다. 둘 다 선은 아니지만 최소한 후자는 재수없진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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