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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의 동물.

작성자
Lv.35 첫솜씨
작성
04.09.22 09:45
조회
4,491

    

     * 1967년 판의 서문

    

    

     이 책의 제목은 햄릿 왕자, 점, 선, 평면, 관처럼 생긴 것, 입방체,

    모든 창조와 관련된 단어들, 그리고 우리들 한사람 한사람과  신을

    정당화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모든 것의  총

    체, 즉 우주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상상

    의 존재"에 국한된 것이다. 즉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인간의  환상이

    만들어낸 기묘한 존재들에 대한 자료를 편집한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우주의  의미를 무시하고  살아가는 것처럼

    용(龍)의 의미 또한 애써 축소하거나 무시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

    러나 인간의 상상과 일치되는 용의 이미지에는  확실히 어떤 의미

    가 있다. 그러므로 상이한 시대와 장소에서 용이 출현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책은 완전한 것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

    을 확장하여 새로운 책을 편집하는  경우, 그 책의 중심을  잡아줄

    수는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보게  될 콜롬비아나 파라과이의  독자 여러분을

    직접 이 책의 편집에 초대하고  싶다. 그 지방의 괴물들의  정확한

    이름과 독특한 성격, 그리고 이것들에 대한 자세한 묘사 등을 우리

    에게 보내주기 바란다.

     다른 모든 종류의 수필이나 우리에게 영원히 마르지 않을 지혜의

    샘을 제공해주는 로버트 버턴, 프레이저, 플리니우스의  책과 마찬

    가지로, 이 책은 일관된  한편의 내용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만화경이 보여주는 여러 가지 변이 형태들을  가지고 재미있게 노

    는 사람처럼, 호기심 있는 독자 여러분은 이 책의 이런저런 내용을

    마음대로 넓혀나가기를 바란다.

     이 "다양한 이야기 선집"의 출전은 그야말로 글자 그대로 다양하

    다. 우리는 각 장에 출전을 밝혀놓았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무의식

    적으로 출전을 생략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독

    자 여러분들이 너그럽게 용서해주기 바란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마르가리타 게레로

                                            마르티네즈, 1967년 9월

    

    

    - 아카라님이 소개하신 글의 전문입니다.

      ...라고는 해도 이런 야만적인 더위와 원시적인 주거환경에선  이

    이상의 것은 무리군요.

--------------------------------------------------------------------    

상상의 동물 이야기(El libro de los seres imaginarios)

  - Jorhe Luis Borges, Margarita Guerrero (부에노스아이레스, 1967)

영어판 - The Book of Imaginary Beings (뉴욕,1969)

한국어판 - 남진희 옮김 (까치,1994)

빌린 책인 관계로 어디까지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한 곳 까

지 옮겨 보도록 하지요.

# 아 바오 아 쿠

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곳을 보고 싶다면 치토르에  있는 승리의 탑의 꼭

대기에 올라가보라. 그곳에는 커다란 원형  전망대가 있는데, 그곳에서 내

려다보면 사방의 지평선이 한눈에 다 보일 것이다. 전망대는  나선형 계단

을 통해서 올라간다. 그러나 다음 우화를 믿지 않는 사람만이 그곳에 올라

갈 수 있다.

머나먼 옛날, 시간이 시작된 태초부터 승리의 탑 계단에는 인간의 그림자

에 민감한 아 바오 아 쿠가 살고 있다. 이 동물은 혼수상태에 빠진  채 첫

번째 계단에 잠들어 있다.  그러나 누군가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면, 그는

비로소 잠에서 깨어나 생명을 향유하게 된다. 그에게 다가온  사람의 숨결

이 그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내부의  빛이 빛나기

시작한다. 동시에 그의 투명한 몸과 가죽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누

군가 계단을 오르게 되면 아 바오 아 쿠는 승리의 탑을 찾은 사람의 발뒤

꿈치에 달라붙는다. 그리고 수세기에 걸친 순례자들의 발길에 닳아빠진 꾸

불꾸불한 계단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올라간다. 한 계단을 오를  때마다 그

동물은 점점 색깔이 진해지고, 형태가 갖추어지며, 점차 강한 빛을 발산하

게 된다. 같이 올라가는 사람이 영적으로  깨어 있는 사람인 경우에만, 마

지막 계단에 이르렀을 때 아 바오 아  쿠가 완전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민감한 동물인가를 알 수 있다. 만일  영적으로 깨

어 있는 사람이 아닌 경우, 아 바오 아 쿠는 마지막 계단에 이르러도 예전

과 마찬가지로 불완전한 형태에 선명하지 못한 색깔을 가진 채 희미한 빛

만 낸다. 아 바오 아 쿠는 완전한 형태를 갖추지 못하면 심한 고통을 받게

된다. 그리고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비단 스치는 듯한 가는 신음소리를

흘린다. 그러나 그를 다시 부활하게 해준 남자나 여자가  순수함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면 아 바오 아 쿠는 마지막  계단에 올라선 순간 완전한 모습

을 갖추고 생기 있는 푸르스름한  광채를 발산하게 된다. 그가 깨어  있는

시간은 매우 짧다. 순례자가 탑을  내려가는 순간, 아 바오  아 쿠는 다시

첫 번째 계단으로 굴러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주변의  의 흐릿

한 금속판과 비슷한 형태로 몸을 움추리고 다음 방문자를  기다리게 된다.

그의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순간은 계단을 반쯤 올라갔을 때뿐이다.

바로 그때 그가 점점 커지는 모습을 확실히 볼 수 있다. 그의 몸뚱이는 계

단으로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손의 역할을 한다. 그는 온몽으로 바라볼

수 있고, 그를 만져보면 복숭아 껍질을 연상하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

도 있다. 그토록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아 바오 아 쿠가 완전한 모습을 갖

춘 것은 단 한 번밖에는 없다고 한다.

버턴 선장은 아 바오 아 쿠에 대한 전설을 자신이 편역한 '아라비안 나이

트' 기록해 놓았다.

승리의 탑 : 인도의 라자스탄 주(州) 우다이푸르 군(郡)의 치토르에 있는

탑으로서 15세기에 세워졌다. 자이나 교의  어원은 산스크리트 어로 승리,

정복자라는 의미이다.

리처드 프랜시스 버턴(1821-90) : 영국의 탐험가, 동양학자, 기행문 작가.

'아프리카의 호수 지대'를 썼으며 '아라비안 나이트'를 완역했다.

- 옮긴이의 말 : 멋진 이미지를 가진 동물이군요.  왠지 인간과 매우 흡사

한 듯.

--------------------------------------------------------------------

      

                                역자 후기

      

        '상상력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상상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상상의 세계에서

       는 무지개를 미끄럼틀 삼아 타고 놀 수도 있고, 구름을 타고 날아

       다닐 수도 있으며, 천둥과 비를 부를 수도 있다.  그리고 베누스와

       같은 여인과 혹은 헤라클레스처럼  멋진 남성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상에 가까운 상상력을 펼칠 수도 있고, 미래의 과

       학이 현실화시킬지도 모르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공간을 마음

       대로 넘나드는 지극히 이성적인 상상력의 나래를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상상의 세계에서도 계통발생은 개체발생을 되풀이한다는  유전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다. 즉 인류의  역사가 고도로 발달된 과학의

       세계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우리 인간은 이러한 무한한 영역의 상상력에서 극히 일부분, 다시

       말해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상상력만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어린

       아이들을 얼를 때나 이용할 수 있는 비합리적이고 유치한  이야기

       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상상의 세계는 인간의 머리 속에서만 가능한 그리고 단순

       한 유희적인 의미만을 가진 환상의 세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상상력의 세계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삼라만

       상의 여러 요소들을 재구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에서 일어

       나고 있는 모든  현상을 나름대로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상력의 세계를 포기한다는 것은  삶을 해석하고 현상을  인식할

       수 있는 인간 능력의 상당 부분을 포기한다는 것과 똑같은 이야기

       이다.

        이 책의 가치는 이러한 의미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어찌 보면 고

       전과 설화에 등장한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는 하지만, 그

       러한 것에 대한 사전적인 지식을 전달하려는 의도에서 이 책이 쓰

       여진 것은 결코 아니다. 상상의 존재가  창조된 배경과 가치를 이

       야기해줌으로써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과연 삶과 세계를 어

       떻게 생각하고 있었나를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보르헤스도 서문에서 밝혔듯이, 상상력이 만들어낸 동물들의 가치

       를 재조명해봄으로써, 우리가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세계와 삶의

       다양한 현상들을 다시 한 번 새롭게 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하는 것이다.

        상상의 세계는 언제나 변화를  수용할 태세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계속해

       서 모습을 바꾸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세계,  언제나 젊음

       을 잃지 않는 꿈의 세계인 것이다. 이러한 상상의 세계, 모든 것이

       살아 숨쉬는 세계를 보여주고자 한다. 각자  이를 바탕으로 또 다

       른 상상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책의 저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부에노스 아

       이레스에서 태어나서 유럽에서 교육을 받았다.  이와 같은 생애를

       배경으로 하여 그의 문학은 영국 문학과 그리스 문학을  아버지로

       하고, 신학과 신비사상의 피를 받은 형이상학을 어머니로 하여 세

       계 문학에서 독특한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우리 시대의 주

       요 작가 중 한 사람으로서 1961년에는 사무엘 베케트와 함께 국제

       발행인 상을 받았다. 「타임」지에서는 그를 "오늘날의 가장 위대

       한 에스파냐 어 작가"라고 했고 「뉴욕  헤럴드 트리뷴」지에서는

       "의심할 것 없이 현대의 가장 뛰어난  남아메리카의 작가"라고 했

       다.

      

        이 책은 Jorhe Luis Borges, Margarita Guerrero, El libro de los

       seres imaginarios(부에노스 아이레스, 1967)를 번역한  것이다. 그

       리고 영어  번역판 The  Book of  Imaginary Beings(Jorhe  Luis

       Borges and Norman Thomas di Giovanni 번역, 뉴욕, 1969)를 참

       고했으며, 뒷부분의 네 편은 증보판인 영어 번역판을 번역한 것이

       다. 다라서 에스파냐어 판의 116편에 네  편이 더해져서 모두 120

       편이 되었다.

      

                                                    1994. 6. 역자 씀

      

      

       - 옮긴이 후기 : 방중인지라 시간도 있고 해서 그 동안 늘 부족하

       게 생각해 왔던 동호회의 정보란을 채우기 위해 이렇게 책  한 권

       을 모두 옮기게 되었습니다.

        소설을 쓰거나, 혹은 환타지에 대한  토론이 있을 때라도 이러한

       자료들은 가치를 발휘하지만 지금  동호회에는 이런 자료가  거의

       전무하더군요(그나마 있던 자료들도 메뉴 개편과 함께 사라졌습니

       다). 혹시 새로이  접하게 되시는 자료가 있으면  빠짐 없이 올려

       주십사 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 역자에 대한 예의로 역자 후기를 올립니다.

        + 이 자료들은 압축해서 자료실에 올립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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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누리 신화동에서 있던 자료인 듯 합니다. 문제가 된다면 꼬리말을 남겨주

세요.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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