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검류가 창이나 봉, 월도를 이기기 어려운 이유가 뭘까? 길이와 자유자재로 이루어지는 컨트롤, 보다 넓은 그립에서 나오는 운용의 용이성과 지렛대 효과, 넓은 회전반경에서 나오는 타격력도 한 요소이지만 그보다도 질량 타격량의 차이가 가장 큰 문제이다. 특히 도검류의 경우 잡는 부분은 한쪽 끝이기 때문에 가해지는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우며, 월도나 창의 내려치기에 잘 버티지 못하고 쉽게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질량 타격량으로만 보면 철퇴나 도끼가 다른 무기들보다야 낫겠지만, 이런 무기들은 근본적으로 컨트롤의 부재를 안고 있다. 이 점에서 도검류가 앞설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컨트롤에서 이런 무기들보다 도검류가 훨씬 앞서지만, 컨트롤이 자유 자재로 이루어지는 월도나 창, 특히 봉 같은 무기들은 컨트롤이라는 측면에서 도검류보다 못하지 않거나 오히려 앞서면서도 긴 회전반경과 넓은 그립을 통한 지렛대 효과를 통해 질량 타격이라는 측면에서 앞선다.(월도나 창은 보통 도검보다 더 무겁기까지 하다)
월도류의 경우 대체적으로 3미터를 넘지 않으며 보통 2.2m라는 도검류가 충분히 파고들 만한(그나마 보통 중간을 잡으니 실제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이는 도검에 비해 별로 길지 않다)라는 길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본도를 제압하는데에 큰 평가를 받았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월도의 내려치기는 도검으로 방어하기에는 너무나도 육중하고 도검류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도 막중하다. 손잡이에 가까운 Strong부분으로 막거나 칼등에 손을 대고 막으면 될 것 같지만 질량 타격에서의 차이로 크게 밀리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며 신체에 가해지는 피로가 극도로 심해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굳이 이런 대형 무기들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도검류끼리의 싸움에서도 질량 타격량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질량 타격을 중요한 요소로 극대화시킨 것이 바로 지겐류이다. 지겐류의 사쓰마 고시라에(고시라에는 칼의 외장을 뜻한다)는 120cm정도의 긴 칼이며 지겐류의 극의라고 하는 톤보 기리는 뛰어들면서 오른손을 축으로 칼을 내려치며 더불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체중을 최대한 실어서 내려친다. 국내에서 지겐류의 카타를 담은 동영상이 빅재미 큰웃음을 주는 바람에 그 실체가 가려진 감은 있지만 그것은 훈련일 뿐 실제론 단순한 한번의 내려치기 뿐이며, 그것은 체중까지 최대로 이용하는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질량 타격의 극대화이다.
단지 도검으로 수행하는 것임에도 불구, 막다가 이마에 박히거나 칼이 부러진다는 이야기가 도는 것은 질량 타격의 위력을 잘 보여주는 실례이다.
굳이 이런 극단적인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질량 타격은 일반적인 도검들 사이에서도 여러 결과를 발생시키고 여러 고려를 하게 만든다. 가장 좋은 예로는 17세기의 레이피어와 백소드를 들 수 있는데, 레이피어는 잘 알려진 대로 1미터를 기본으로 넘기는 찌르기 칼이며, 백소드는 베기와 찌르기를 다 하는 군용 외날도이다. 후자가 보다 날폭이 넓고 그립이 두터우며 전자는 비교적 날폭이 좁고 그립이 간단하며 얇다. 질량 타격이란 어느 무기에만 국한된 요소가 아닌 모든 무기에 다 존재하는 것으로 그 정도의 차이가 있는데, 무기의 방어란 곧 이 질량 타격을 어떻게 받아내어 해소하느냐도 포함하고 있다.
그 점에서 레이피어는 도신의 폭이 좁고 그립이 얇아 충격을 받아내기에는 부적합한데, 이 점이 백소드와의 대결에서 곧바로 나타난다. 레이피어로는 백소드의 베기를 걷어내거나 제압할 수 없으며, 오히려 레이피어는 패리시 백소드의 질량 타격을 잘 받아내지 못해 양자의 대결에서 불리한 면이 드러난다. 손으로 잡고 버티려고 해도 그립이 얇고 꽉 쥐는데 부적합하여 가능하지 않다. 레이피어의 장점은 빠른 진퇴와 찌르기, 긴 리치이며 백소드의 장점은 우월한 질량 타격과 두텁고 넓은 그립과 블레이드를 이용한 효과적인 제압이며, 레이피어의 리치에 백소드가 처음엔 불리하게 작용하다 파고 들어가기 시작하면 레이피어가 맥을 못추며 특히 베기를 받아내는데 명백한 한계를 보이는 것은 하나의 패턴이다. (레이피어가 잘 부러진다는 것은 이러한 군용검과의 대결에서 특히 그렇다)
따라서 도검끼리의 대결에서도 이 질량 타격을 어떻게 받아내는가가 중요한 화두이다. 상대의 공격을 잘 받아내어야만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효과적인 대처와 제압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그 방법은 대체적으로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막아서 멈추는 것이며 또 하나는 받아내어 흘리는 것이다.
후자가 대체적으로 방어법의 대세를 이루는데 전자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으로는 근대 세이버가 있다. 이 근대 세이버가 질량 타격을 어떻게 받아내는가에 대한 대답을 독특하게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설명예가 된다. 근대 세이버는 특이하게도 방어에 있어서 다른 도검들이 기피하는 칼날로 칼날 받아내어 멈추기를 패리 기법으로 쓰고 있는데(물론 받아내어 흘리는 기술도 있다) 이는 세이버가 베는 도검이면서도 한손으로 쓰기 때문이다. 한손으로 사용하는 도검은 지렛대의 원리를 적용하기 어렵고 힘의 작용점이 1개에 불과하므로 무언가를 버티거나 쳐내는 행동이 어려우며 특히 엄지손가락으로 컨트롤하는 모던 세이버는 측면으로 받아낼 경우 칼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상대 도검과의 질량과의 충돌시 힘의 진행방향이 손의 측면으로 향할 경우 손가락이 풀려 칼을 놓치기 쉬운 구조에 기인한다. 따라서 질량 충돌시 힘의 진행방향을 손의 측면이 아닌 손목 쪽으로 향하게 한다면 칼을 놓치기 어려워짐은 물론 충격을 받아내는 데도 유리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이버의 패리는 상대 칼날이 날아드는 곳에 손잡이에 가까운 부분의 칼날을 대어 받아내며, 일직선의 너클 보우는 이런 방어 시도시 손가락이 잘리지 않게 해주고, 칼날로 칼날을 막으면 패여 흉칙해지므로 받아내는 부분의 칼날을 세우지 않으며(세이버의 거의 절반 가까이 세우지 않는다) 또 더불어 충돌 방향이 두꺼워야 7mm정도의 칼 측면이 아닌 30~40mm의 칼날 정면으로 받게 되므로 칼날의 파괴 위험과 질량 받아내기에 보다 유리한 구조이다. 이 세이버의 독특한 패리는 한손칼의 질량 받아내기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써 도검류가 어떻게 질량 대결에 대처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더불어 질량타격을 질량타격으로 상쇄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일본의 가시마 신류가 그 예가 된다. 가시마 신류는 일본에서도 드문 칼날을 칼날로 힘과 기백을 통해 받아내고, 상대의 칼날을 자신의 칼날로 쳐내는 등의 파워풀한 질량 타격의 원리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전투술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독자적인 창술도 있는데, 보통 창을 잡을 때 왼손을 앞에 두는 것과 반대로 자기네 검술의 원리를 적용하여 오른손을 앞에 두고 창을 오른쪽 옆 아래로 눕혀 대기하다 상대의 창을 쎄게 쳐내어 창을 떨어트리게 하고 찌르는 질량 타격의 원리를 적용한 창술을 구사한다. 가시마 신류의 개조는 마쓰모토 비젠노카미로써 일본 역사상의 명검객으로 알려져 있는데, 질량 타격과 테크닉을 가장 적절하게 조합했던 사람으로 사료된다.
출처:미스터 술탄의 鐵鎧究樂部(철갑구락부)
http://zairai.egloos.com/4919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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