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진검의 사용처가 대부분 대나무나 짚단을 베는 수련에 사용되는데 보통 이러한 베기수련은 검술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적당한 베기수련이라면 모를까 베기를 하면서 점차 화려하고 많이 멋있게 베는 데 치중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검술적인 면과는 상당히 동떨어지게 되는데 대체적으로 연타치기나 커다란 동작 또는 검리에서 벗어난 베기에 특화된 행동을 취하게 되는 등의 악영향이 지적되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한가지 문제를 더 추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국내에서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누구도 생각해본적 없지만 서양에서는 도검의 스펙을 구성하는 여러 사항 중에 COP라는 것이 있습니다. Center of Percussion의 약자인데 가장 강력한 타격이 가해지는 지점이며 이곳으로 베면 가장 강력한 베기 성능을 내면서도 도검 자체에는 어떠한 진동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이상적인 타격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의 형상이나 무게중심 등에 따라 세부적인 위치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칼날 끝에서 칼날 전체 비율의 1/3지점에 있는 편입니다.
(베기용 기병도의 전형, 러시안 싸스카와 1796영국군 경기병도)
즉 베기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타격점이 그곳인데, 정작 검술에서 공격을 담당하는 부분은 칼끝에서 1/4지점까지입니다. 세이버와 같은 도검의 경우 이러한 특징을 극명하게 나타내는데 베기를 담당하는 칼끝에서 1/4지점까지는 혈조가 없고 날두께도 3mm정도인데 비해 나머지는 넓게 혈조가 파여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공격에 사용되는가를 잘 보여주는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부분은 베기성능이라는 측면에서는 그저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따지자면, 물찬 페트병을 벨 때 샴쉬르나 세이버를 자주 쓰는데, 이전에는 칼끝에서 1/4까지의 부분으로만 베려고 했는데 페트병이 베이면서 날아가 버리거나, 절단되기는 해도 크게 충격을 받으며 엎어지는 등의 결과가 나왔지요. 곡도 특유의 휘어진 날에 의해 물체가 바깥으로 밀리는 현상이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물찬 페트병이 결코 강한 재질은 아닐지언데 생각보다 잘 베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의문이었습니다.
현재는 벨 때 주로 COP부분으로 벱니다만, 이 COP부분으로 벨 경우 페트병은 크게 날아가거나 하는 일 없이 제자리에서 부드럽고 깔끔하게 잘리며 칼에도 충격이나 진동이 발생하지 않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날이 좀 둔하더라도 이상적인 절단을 선보입니다. 이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즉 베기를 중점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단번에 베어져야 하고 그러다 보니 개념적으로는 알지 못해도 몸이 가장 잘 베어지는 포인트 즉 COP를 무의식적으로 찾아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COP는 검술적인 부분에서의 공격 부위보다 안쪽에 있습니다. 즉 베기만을 계속하다 보면 베려는 물체를 COP부분에 들어오도록 하는 버릇이 생기고 이것이 실질적으로 적과 나 사이의 거리 즉 간합이라는 측면에서 도검의 길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악영향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출처:미스터 술탄의 鐵鎧究樂部(철갑구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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