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영은 중고신인이다.
그것도 오래된... 하이텔 PC통신시절의....
그는 표사라는 글을 오래전에 하이텔 무림동에 연재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그리고는 놀랍게도 1,2년도 아닌 제법 오랜 시일이 지난 다음 그 표사를 들고 고무판에 나타났다.
망할게 뻔했다.
그런데 안 망했다.
폭발적인 인기를 다시 얻으면서 표사는 절찬리 출간되었다.
그게 끝이 아닐까 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판타지를 쓰더니 다시 무협으로 돌아왔다.
글쎄?
과연 그의 이번 글은 어떨까?
그가 평소 심할만큼 이리저리 고민하면서 글을 쓰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과연 어떨런지 라는 생각으로 잠룡전설 1-3권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표사에서 보여주었던 느림, 설명에 또 설명이...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었다.
그 대신, 시종일관 웃음을 금치 못하게 하면서도 간결한 문장과 위트가 전편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주인공 주유성은 천하에 다시 없는 천재이지만...
또 다시없는 게으름벵이다.
이렇게 주인공이 게으르면 쓰기가 어렵다.
이런 주인공을 제대로 살려낸 글은 고룡의 유성사걸중 게으름벵이가 첫번째였던 걸로 알고, 우리 무협중에는 석송의 태황기가 첫번째였던 것 같다.
그의 글은 말 그대로 재미있다.
유쾌하다.
얼핏 어설퍼 보이는 구석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냥 유쾌로 끝나지 않고 한 단락마다 결어로 맺는 한 줄이 가끔 촌철살인의 미소를 준다.
별게 아닌 듯 한데 가만히 지나면서 생각해보면 머리를 움켜쥐고 웃게 만드는 부분들이 군데군데에서 튀어나온다.
말 그대로 편히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수작이다.
이런 류의 글은 가장 큰 문제점이... 비슷하게 계속 진행이 되면 아무리 재미있더라도 실증이 나게 된다는 것이다.
3권까지 왔을 때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과연 4권 5권에서도 게으르기만 한 주인공이 매력있을까?
황규영은 과연 주인공을 끝까지 게으르게 둘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줄 것인가.
우리는 기대할 수 있겠다.
변화하지 못해서 무너진 글과,
변화하려다가 처음의 느낌을 주지 못하고 무너진 글을 자주 보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 잠룡전설만은, 그러한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제자리를 제대로 잡고 풍운을 불러일으키며 날아오르는, 잠룡출세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여름문턱에서 연화정사에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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