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이야기로 기억되는 그는...
그저 그런 사람인걸로 알았다.
하기야 글을 보지 않았으니 누가 뭐래도 그런가보다. 게다가 공들여 낸 글이 출판사부도로 접게 되었으니 안타깝기만 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노경찬이란 이름의 레드스톰 전6권 완결을 보았다.
기본적으로 그는 가능성이 보인다.
기본기, 문장이나 대화가 된다.
글쓰면서 저것도 안되면 글쓰는 작가인가?
불행히도 요즘 그것도 안되는 작가아닌 작가들의 글이 너무 많다. 난감하기 이를데 없다.
개인적인 신분이었다면 그 글들을 올려놓고 강하게 성토하고픈 글들이 정말 적지 않다. 그런 글들은, 적게는 출판사의 수익을 해치고 많게는 장르전체의 파이를 줄이게 된다. 출판사는 규모라는 단순논리로 책을 찍기보다 출판사의 "브랜드"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여기에 대해서는 새로 글을 쓰고자 한다.
노경찬은 기본보다는 좀 더 가능성이 보이는 작가다.
그의 글이 별 볼 일 없었다면 거의 무조건 1.2권만 읽고 마는 내가 6권까지 완독했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막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그리고 그 사막에서의,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함....
(물론 몽골의 냄새가 군데군데 보이긴 하지만.)
이계로 간 무림의 절대자.
그의 무공을 전수받는 사막의 어린 그로우 율리안.
우여곡절 끝에 족장이 되고 사막통일의 대장정에 나선다.
그를 따르는 직속부대가 바로 레드스톰이다.
사막을 휩쓰는 붉은모래폭풍!
그들은 그 자체로 신화가 된다.
그리고는 제갈량에 해당하는 군사를 적에게서 얻어 날개를 달고 사막을 항해하는 배를 얻으면서 누구도 그를 건드릴 수 없게 된다.
뿐인가.
현명한 본처와 막강한 주술사이자 안배된 신화, 두번째 처까지.
그리고 드러난 영웅의 전설.
전체적인 면면을 보자면 이 레드스톰은 잘 짜여진 한편의 드라마다.
영웅의 일대기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근래에 들어 논단에 좋은 이야기만 쓴다.
추천이랑 뭐가 다르냐? 라는 분들도 있다.
맞다. 추천을 하기 위한 글이 아니면 논단에 감상을 올리지 않기로 하고 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추천하기 위한 글도 제대로 못쓰는데, 까내리기 위한 글을 쓸 여가가 어디에 있겠는가.
모든 것은 효율적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는 생각이고, 노경찬의 레드스톰이란 글도 충분히 일독을 권한 가치가 있기에 쓴다.
지금보다는 뒤가 더 기대되기에.
이제 좋은 이야기는 적지 않게 했으니 불만도 적어야 할 때다.
일단 평생의 적수로 보일, 또 하나의 별, 사막의칼. 베네르시스의 존재감이 그저 보여지기만 해버렸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레드스톰이란 이름까지 붙인, 책의 제목이 된 그 돌격대의 위상이 좀 더 강렬하게 전편을 지배했으면 하는 욕심.
전반은 위기.
중반은 통일.
후반은 사막의 대륙진출...
이런 구도로 갔다면 효과가 극대화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노경찬은 욕심많게 긴 연대기를 구상해놓고 있다고 했다.
결국, 이 이야기도 그 긴 이야기 중 일부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딴지를 걸고 싶은 부분이 있다.
그는 영웅의땅이나 마탑 등으로 좀 더 큰 세계를 이 레드스톰의 이야기 뒤에다 담아두고 미완으로 두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큰 이야기다.
이 부분은 작가의 욕심이라는 생각이다.
사막의 이야기라면, 사막의 이야기에 충실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그리고 그 나머지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사막의 이야기의 일부로 사용되고 나중에 실체가 드러날 연대기의 정점에서야 알게 되도록 글속에 녹여야 제대로 된 레드스톰이 된다.
이건 따로 나올 이야기다.
라는 걸로는 겉돔을 해명하기 어려운 것이고, 작가는 그 글에서 그 글에 대한 내용을 해명할 책임을 지는 법이기에 마지막 장을 덮고나서 미진함에 못내 아쉬웠다.
그럼에도 이 글이 읽을만 하다는 점은 동의하기에,
그의 앞을 기대하기에 이 글을 남긴다.
화이팅, 노경찬!
단기 4339년 10월 연화정상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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