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참 많은 글을 읽고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네요.
벌써 해가 바뀌었으니...
가능하면 보는대로 틈틈히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다짐이지요^^;)
비우의 고대산전기 1.2권을 읽었습니다.
이 글이 첫번째 글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랄만큼 글이 좋습니다.
1권 1/3 정도를 읽으면서 감탄을 했습니다.
그리고 1권 전부를 보고도 잘쓴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2권을 내려놓으면서, 역시 잘쓰네. 라고 생각합니다.
가능성이 아주 큰 신인이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분명히 잘씁니다.
그리고 큰 문제가 별로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흐름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유는, 너무 힘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는 점입니다.
그게 제가 1권 1/3권까지 읽으면서 감탄을 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조금 다르다라는 의미로 뒤를 접은 이유입니다.
고대산은 정말 명문가에서 자랍니다.
아무런 고생도, 어려움도 없이 자라고 무공도 배웁니다.
그리고는 고대한 체구를 이끌고 강호에 나옵니다.
그의 주변에는 나쁜 놈도 좋은 놈도^^;; 모두 다 멋진 사람만 있습니다.
사나이다운, 천지에 좋은 사람들만 가득합니다.
악으로 보이는 사람도 자기나름으로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이유가 있겠지요.
크아악!
나는 미쳤다. 모조리 죽여주마!!
나는 피에 굶주린 미친 놈이야...........
라고 외치면서 나오지 않은 바에야 사람마다 다 이유가 있습니다.
도둑질을 하면서, 그 사람은 배가 고픈 장발장일 수도 있습니다. 배부른 자이지만 도벽이 있어 불쌍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배치가 되면 독자는 난감해집니다.
미워할 놈이 없고, 다 좋은 사람이라 누굴 딱히 좋아하거나 기댈 사람이 눈에 잘 띄기 어려운 겁니다.
주인공이야 원래 우리편이니 논외로 두기로 하지요.
결국 나타나는 것은... 그래 모르겠다.
어찌되나 보자.
라고 하여 그 인물들을 좋아하기 보다는 지켜보는 국외자가 되어 버리게 됩니다.
독자를 글 속으로 끌어들이는데 실패하는 것이지요.
흡입력을 잃어버린 글은, 아무리 잘쓴 글이라도 언제나 미련없이 버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독자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독자를 잡아두고자 하는 작가와 떠나려는 독자의 머리싸움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과정은 매우 치열합니다.
거기에 현재의 무협이 작은 책이라는 것을 감안하지 못한 글씀은 이 글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첫번째 실수입니다.
크기가 작은 책은 가독성에 있어 전보다 더 많은 제약을 줍니다.
판타지의 경우는 조금 덜하지만, 무협의 경우는 설명이 조금만 늘어지면 화면 전체가 모조리 글로 보이는 상태가 되어버리니까요.
요즘 독자들은 그런 빡빡함을 견디기 어려워합니다.
(사실 글을 좋아해 보면서 글자가 많으면 답답해 한다는 것은 난감한 일이기는 합니다.)
그것을 감안하지 못한 설명의 배분은 이 글이 잘 된 글임에도 불구하고 읽기에 지루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무공에의 단계, 흐름도 명확한 방향을 주지 못하고 뒤로 가면서 하나하나 드러나는데... 그 배분의 단계별 구축에서 실패하여 뜯어보면 분명히 처음부터 짜둔듯 한데도, 실제로 읽을 때는 대충 맞춰쓴듯한 느낌이 들게 만듭니다.
한문의 사용은 매우 좋은 편이었지만
열심히 노력한 끝에, 1권에서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역사적 근거나 다른 부분의 한문사용은 좋았지만 무협용어쪽으로 가면서 실수가 보임은 옥의 티였습니다.
위의 트집에도 불구하고,
비우는 좋은 작가가 될 여지를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느끼기로 이 글이, 고대산전기가 잘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많은 독자들에게 지루함을 줄 가능성이 아주 커보입니다.
(요즘 상황으로 지루하다면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점을 참고 볼 수만 있다면,
이 글은 매우 잘 쓴 글 중 하나로 보입니다. 1.2권을 본 상태에서.
이제 비우의 과제는 바로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상황을 끌고 갈 수 있는가? 에 대한 고민일 겁니다.
대부분의 장르독자는 하나하나를 뜯어보고 음미하기 보다는, 글의 흐름을 본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다음 글을 기대합니다.
새해 연화정사에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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