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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 초인마부

작성자
Lv.1 인위
작성
08.06.30 20:37
조회
2,941

작가명: 서일

작품명: 초인마부

출판사: 환상미디어

출간일: 2008년 6월 9일 // 현재 1,2권 출간

주인공은 마부입니다. 그는 천하제일인입니다. 천하에서 가장 강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그는 마부일까요? 또, 왜 주인공은 마부여야만 하는 걸까요?

이 소설에서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마부가 천직일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과 함께 하게 됩니다. 그의 이름은 마부. 태어나면서 말과 함께 자랐고 말을 섬세히 다루는 재주를 인정받아 마차를 몰아 돈을 벌기 시작합니다.

마부가 천하제일인이 되기까지의 젊은 날들은 비록 짧게 서술되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사색적인 이야기를 동화적 색채를 담아 서정적으로 풀어냅니다.

마부에게 있어 마차란 세상을 바라보는 창입니다. 세상을 주유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입니다.

그는 수많은 주인들과 여행객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철학과 지식, 기술 등 분야를 한정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조용히 자신의 것으로 만듭니다. 그렇게 쌓인 지식을 바탕으로 천하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서게 됩니다.

독자는 이제 알게 됩니다. 주인공 마부가 마부인 이유는 그것이 그의 운명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것이 그의 인생이었고 그를 성장시켰으며 지금의 그를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아직도 마부의 일을 계속하는 이유 또한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그의 기준에선 직업에 귀천이란 없습니다. 그가 자신의 직업과 삶에 대해 품고 있는 자긍심은 대단히 클 것입니다. 그리고 힘을 가지게 된 그는 더 이상 타인의 기준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기준은 그가 만듭니다. 모든 일은 그가 판단합니다.

그가 마부 일을 한다고 하여 그가 천하제일인이란 사실이 변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가 모는 마차에는 그의 이름에 걸 맞는 사건이 찾아들기 마련입니다. 마부는 이를 화끈하게 해결지어 나가며 독자는 이를 통쾌하게 감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마부는 대책 없는 호인이 아닙니다. 그가 의뢰를 받는 이유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괴상한 마차를 움직일 동력원을 모으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인물이며 이치에 맞는다 여겨지면 거침없이 행합니다.

그런 그에게 독자가 적응이 되었다 싶은 그 순간 어떠한 계기로 인해 결국 이계로 빨려 들어가게 되면서 본격적인 소설 초인마부의 이야기는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이 소설의 특이성은, 누구보다도 고강하여 그 지닌바 무공으로 타인에게 떠받들어질 위치에 있는 주인공이 누구보다도 낮은 위치라 여겨지는 마부 일을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때문에 큰 힘을 가진 이들이 한낮 마부에게 고개를 숙이게 되는 장면은 무언가 권위에 가득한 이들의 껍질을 벗겨내어 세상에 발가벗기는 듯한 쾌감을 안겨줍니다.

단지 이계로 넘어간 후부터는 첫 번째 특이성은 다소 힘을 잃습니다.  본격 이계 영지물로 접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설의 재미는 지속됩니다.

여기에 이 소설의 두 번째 특이성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인간이 아닌 몬스터의 영지를 개발하는 진정한 파격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사실 최근 나오는 소설 중에서도 몬스터를 두드려 잡아 일을 시키는 엽기를 보여주는 소설은 여럿 있습니다. 최신작으로는 사류라 작가의 하이렌을 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영지를 위해 몬스터를 이용하는 것으로 몬스터는 단지 인간을 성장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주인공이 인간을 보는 시선과 몬스터를 보는 시선은 다릅니다.

하지만 초인마부에서는 마부가 몬스터를 보는 눈과 인간을 보는 눈은 평등합니다. 널리 몬스터를 이롭게하게 하기 위해 그가 보이는 행동과 일으키는 사건들은 파격 그 자체입니다. 괴팍한 마부의 이치에 맞는 평등은 때론 인간의 목숨보다 몬스터의 목숨을 우선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가치관은 상당히 신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와 같이 초인마부는 진정한 초인에 이른 마부가 세상을 자기의 마음대로 주무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강하다는 것은 어떠한 근원적 틀과 규칙 위에서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조형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이 가진 커다란 힘은 어떤 작가의 손에선 어린아이의 충동적인 우악스러움으로 발현하여 독자의 눈살을 찌푸려지게 하지만, 또 다른 작가의 손에선 명확한 기준 아래서만 사용되어 과연 이치에 맞는다는 동조를 부르기도 합니다.

초인마부는 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하다는 것을 때로 개념 없음과 동일시하는 작품들이 지뢰가 되어 독자의 인내심을 거침없이 살상해 나갈 때, 반대로 초인마부에서와 같이 완성된 개념과 강한 개성을 가진 주인공은 마음속에 깊은 평온함과 안정감을 줄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낮은 위치에서 세상을 살필 줄 아는 마부가 이계에서 벌여나가는 영지확장 활극을 즐겨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생겨날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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