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조의 숭인문 1-4권까지를 보았다.
지금 쓰지 않으면 또 쓸 여가를 낼 수 없을 듯 하여 우선 성글더라도 써보기로 하였다.
일단 이 글은 신인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도록 유려하다.
첫부분을 보면 거칠고 평범하여 그다지 눈에 띄는 글은 아니다.
그렇기에 연재 당시 상당히 많은 추천이 올라 옴을 보고 잠시 훑어보고 이 글은 연재시에는 인기가 있어도 실제로 나가면 그다지 팔리지 않을 거다. 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 이유는 예전 표사와 비슷하다.
황규영의 표사를 보면서 이 글은 표사였다가 지난날의 신분이 밝혀지는 순간, 쓸 것이 없어질테니 그걸 제대로 정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라고 생각했던....(신인작가는 그걸 하기 매우 어렵다.)
하지만 그는 그걸 잘 정리했고, 지금 가장 잘 나가는 작가중 한 사람이 되었다.
이길조의 숭인문 또한 그렇게 보였다.
그래서 과연 3권을 어떻게 쓸 것인가?
라는 것이 궁금하기에 3권까지를 기다려서 굳이 보았다.
3권은 잘 썼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었고 4권이 나왔다.
종염방의 지생고를 끝낸 다음, 과연 주인공은 어떤 행보를 이어갈 것인가.
3권을 보면서 능력있는 신인 한 사람이 다시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또 한 편으로 난감하기도 했다.
3권의 패턴은 글을 많이 본 사람들에겐 전혀 나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새로 시작한 어린 독자들의 경우는 독서량이 모자라기 때문에 글의 전후와 맥을 짚어 읽을 능력이 모자란다.
그 말은 그때그때 쳐주지 않으면, 주인공이 펄펄 날아다니지 않으면, 에이 뭐 이렇게 지루해? 라고 덮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요즘 작가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글의 흐름을 어떻게하건 강렬한 비트가 있도록 끌어가지 않으면 아무리 반응이 좋아도 판매에서 깨지기 때문이다.
지금 감상란에서 어떤 글 하나가 추천이 되고 있지만, 실제 그 글의 판매는 미미한 것처럼...
숭인문은 특이한 무공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제자들은 선배들이 돌봐줘야만 하는 아주 불합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요즘이라면? 당연히 망할 문파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흥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문파.
그러한 설정을 잘 끌고 가는 것만으로도...
이길조의 이 숭인문은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
더구나 그가 쓴 이 글이 첫번째임에랴.
그러나 그러한 눈에 띄는 노작임에도 이 글의 판매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수호지처럼 전개되는 각 인물들에 대한 지면의 할애다.
3편의 경우는 사실 거의 치명적이었는데, 전체적인 2권의 흐름상 주인공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해주어야 하는 상태를 주인공을 배제하고 정리를 해버렸다.
결국 주인공이 주인공이 아닌, 외부 참관인이 되어버렸다.
보던 사람들은 적지 않은 숫자가 에이, 뭐 이래? 라고 실망하게끔 되어 버렸다.
- 사실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만 한 글이다.
그러나 그 재미를 느낄만한 준비를 지금의 많은 독자들이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준비 안된 독자가 너무 많다. 그 독자들은 아직 그 준비부족을 실감하지 못한다.
다만 취향차이라고 치부할 따름이다.
4권에 와서도 그 흐름은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
나오는 사람들을 모두 살려주는 능력은 발군이다.
그러나.. 몰입을 시킨다는 면에서는, 역시 이 이야기를 볼만하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기 때문에 1권을 1달 혹은 2달만에 보는 지금 시스템에서 이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실패라는 단어와 근접한 채로 시작할 수밖에 없는 핸디캡을 품고 있다.
그걸 이 정도로 끌고 올 수 있음은 이길조의 능력이다.
결국 관건은 그가 얼마나, 끝까지 상황 정리를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많은 독자들이 착각하는 한 가지가 있는데,
숭인문의 주인공이 과연 누구인가? 하는 부분이다.
양진위라고 많은 분들이 생각을 하지만 4권까지 놓고 본다면 이 숭인문이라는 책의 주인공은 바로 숭인문 그 자체다.
그 주인공은 자신이 품고 있는 여러가지 색깔들을 보여준다. 양진위...종염방... 이런 식으로.
하지만 불행히도 현재의 시장은 이러한 형태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 있을 뿐더러, 시스템적으로도 이 글은 전체가 한꺼번에 나왔어야만 가능한 형태라서 핸디캡은 어쩔 수가 없다.
이 시스템에서는 차라리 양진위의 철저한 주인공화던지 아니면 종염방을 남자로 바꾸어 주인공으로 삼던지 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좋은 흥행성적을 보일 수 있었을 터이다.
그 일은 차후 두번째, 이 글이 끝난 다음 글에서 기대해 볼 일이다.
지금 우리는 아주 글을 잘쓸 능력을 가진 기대주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라는 것으로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그의 건투를, 미래를 기대해 봄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단기 4341년 8월 연화정사에서 금강.
Comment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