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쓴 숭인문과 같이 이 진호전기 또한 잘 쓴 글이다.
5권이 나오면서 하도 논란이 되기에 과연 어떤 글인가? 라는 생각으로 책을 구하여 열심히 보았다.
처음 본 것은 1.2권.
1,2권의 내용이라면 대문의 "추천합니다." 에 들어도 충분한 글이라고 느껴질만큼 좋은 글이었다.
하지만 3권 4권 5권으로 가면서... 그 느낌은 잦아든다.
그래도 잘쓴 글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제 진호전기에 대해서 잔소리를 좀 해보기로 하자.
위에서 말했듯이 진호전기의 앞부분은 처음 쓴 신인이 쓴 것이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들만큼 훌륭하다.
관군에서의 서장이후, 돌아 온 고수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매력을 풍기기까지 일련의 흐름은 매우 유려하여 말 그대로 교과서적이고 점층적으로 흥미를 계속 돋굴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
왜 이 글이 시작할 때 그렇게 주목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3권으로 가면서 그 흐름이,
구무협적인 흐름과 신무협적인 흐름이라고 표현되는... 그 부분이 묘하게 얽혀들면서 예전 무협의 느낌으로 경도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무림맹 무사로 들어가는 것까지도 좋다.
형을 위해서.
그러나 거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청룡과 사신들의 갈등에 주인공은 아무런 고민도 없이 합류한다. 그리고 아무런 의미도 없이 피의 댓가를 치르면서 지난날의 수하들을 소집한다.
함정에 빠뜨려도, 화도 내지 않는다.
그러한 과정은 5권까지 지속되었다.
그렇게 말이 많았던 여주인공으로 짐작되었던 연지하의 변(?)도 그다지 문제로 보이진 않는다.
그럴 수도 있으니까.
(다만 요즘 독자들이 내걸 남에게 주는 걸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주인공과 얽힌 여인이 남에게 가는 것 또한 좋아할리 없다. - 그러한 과정은 독자들에게 보지 말라고 강권하기 위한 형태로 보일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러한 부분은 김용의 글에서도 그렇지만 수많은 글에서 차용되었던 것들이라 굳이 진호전기가 욕을 먹어야 할 이유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함정에 빠지는 것에서는 난감하다.
처음부터 열심히 장기판의 졸처럼 뛰다가, 소모되기 위해서, 그걸 위해서 나머지를 올인한 심각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걸 위해서 주인공을 그 상황에도 우겨 넣은 모습.
무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6권에서는 기억상실로 이어지는 것 같은데 무리수가 되는 게 아닐까. 기억을 되찾고 다시 또 움직이려면 상당한 과정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쓰고 싶은 것을 다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신인들의 글은 6권.
길다면 8권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야 지금처럼 시장에서 무너지는 글들이 줄어든다고 보는 까닭이다.
진호전기는 잘 쓴 글이다.
처음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자신이 살아 온 세월을 덧붙여 그려낸 필력은 충분히 관심을 받고 남을 글이지만 그 매력을 본인이 지금 계속해서 깎아내고 있는 것 같다.
1.2권에서 보여주었던 싸움의 방식은 5권까지 전혀 변하지 않는다.
통상 작가들은 싸움을 쓸 때 상당히 고민한다.
이렇게 패고 이렇게 치고 이렇게 휘둘러서 이렇게막고...
별 공상을 다하고 영화를 보기도 하지만, 독자에게 중요한 것은 처음의 몇번이고 결정된 과정이지, 그것이 끊임없이 반복되면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보초가 죽는 장면이 세세해야 할 필요가 어디 있을까. 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일이다.
본인 또한 4권부터는 싸움 장면은 거의 보지 않고 넘겼다.
이 글을 논단에 쓰는 이유는, 진호전기의 흐름은 1.2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진호는 1.2권에서의 매력을 되찾아야 한다.
3-5권에서의 흐름은 너무 통속적이고 평범하다.
그 차이를 느끼고 반영한다면 진호전기의 작가는 작가 임홍준이란 이름으로 모두에게 빛을 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에게는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
단기 4341년 8월. 연화정사에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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