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장백산
작품명: 대천공
출판사: 파피루스
출간일: 2008년 6월 27일 // 현재 1,2권 출간
(미리니름 없습니다. 기본적 설정만)
작가 장백산이 펼쳐 보이는 세계는 그 분위기가 기묘합니다.
천하의 환란은 예고되어 있으며 그 실체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적이 어딘가에 존재합니다. 모든 일은 원인에서 발생한 결과이며, 원인이 없이는 아무것도 생기지 아니한다는 인과율의 법칙은 무서운 적을 만드는 동시에 그만큼 경악스런 주인공 또한 만들어 냅니다.
작가는 하나의 천재지변에 가까운 주인공의 강함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현묘한듯 하면서도 매우 오만하고 광오하다 느껴지는 무공들을 쉴 세 없이 쏟아냅니다. 하나만 제대로 익혀도 광세절학인 것을, 가히 명절 때 받아보는 종합선물세트 안의 참치 캔 하나에 빗댈 정도로 초라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런 참치캔들이 십수개 모여 주인공을 이룹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입니다. 주인공이 강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이는 없습니다. 이는 그를 맞이하는 적에게는 큰 재앙이며 참혹한 미래를 예고합니다. 보기만 해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악당들을 찢어발기며 그들의 고통을 곰씹을 때, 독자는 분노로 불타던 심장을 드라이아이스에 지지는 듯한 짜릿함을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좀 더 먼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일부 독자들은 공포를 느끼기 마련입니다. 경세적인 무학이 주인공 이철상에게 부여될 때마다 저는 환청을 들었습니다.
‘이래도 주인공이 강하지 않느냐?’
‘이래도 주인공이 강하지 않느냐?’
‘이래도 주인공이 강하지 않느냐?’
그 압박감이 농축되면 농축될수록 하나의 정제된 의문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대체 이철상과 대립하게 될 적의 수뇌가 얼마나 강하기에 이리도 주인공을 압박스러운 존재로 만드는 것인가요?’
어지간한 경세무학을 가진 엑스트라 악인들이 거친 바람에 촛불 꺼지듯 숨을 다할 때마다 저는 세상이 어둠에 잠겨있는 듯한 두려움을 느낍니다. 나름 고수들의 숨을 멈추게 만들고 사시나무 떨 듯 가슴 졸이게 만드는 강하고 잔혹한 악당들이 파리 떼처럼 주인공에게 다가드는 광경을 볼 때면 그 악인들의 숫자가 많은 것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악당이 강하면 강한 만큼, 그에 맞서던 정의로운 이들이 약하면 약한 만큼 그러한 두려움은 점차 강해집니다. 정의가 땅에 떨어지고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냐는 의혹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힘을 가진 세력들과 악인들의 탐욕이 광폭함과 잔인함으로 드러나는 시대. 약자의 것이 힘의 논리에 의해 강탈되고 짓밟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 세상은 맨 정신으로 지켜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암울함이 머릿속에 들어차고 어둠이 독자의 심장을 쥐어 잡는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작가 장백산이 그 순간을 지배합니다.
그 무저갱과 같은 어둠 속에 조용히 타오르는 빛이 하나 떠오릅니다. 감히 그 중심부의 온도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압축되어 정제된 열을 방사하는 그 빛은 바로 작가 장백산이 만들어낸 주인공 이철상입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안심할 것 없는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을 발하는 횃불. 자연스럽게 독자는 홀린 듯 그 빛의 움직임에 눈을 고정하고 이를 서둘러 쫓게 됩니다. 독자가 그 세상에서 마음을 놓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주인공밖엔 없습니다.
횃불이 어둠 속을 휘저을 때마다 어둠이 회색빛 연기를 발하며 녹아내리고 주인공의 거침없는 움직임은 독자의 시야를 트이게 만듭니다. 이는 시원하며 또한 명확합니다. 독자는 그저 조용히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이처럼 작가 장백산은 강한 주인공을 어떻게 활용해야 독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가를 알고 있는 작가입니다.
이철상의 끝 모를 강함은 곧 소설의 연료가 되어 주인공의 주변에 온기를 나눠줍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주변 인물들도 생명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이철상이 세상을 주유하면 주유할수록, 약자를 괴롭히는 악당의 생명을 거두면 거둘수록 어둠을 밝히는 촛불은 점차 늘어날 것입니다.
비록 이철상의 보호 없이는 손쉽게 어둠에 잡아먹힐 연약한 빛들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그가 모든 어둠을 물리칠 때가 온다면 세상 전체엔 환한 빛이 자리할 것이 분명합니다.
바로 그러한 장관을 보기 위해 독자들은 작가 장백산의 소설을 끊임없이 탐닉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작가가 짜낸 어두운 미로를 그가 우리의 손에 쥐어준 강력한 횃불 하나를 믿고 걸어보는 것은. 분명 독특하고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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