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결보
작품명: 이상성격강호
출판사: 중앙북스
발행일: 2008년 7월 4일 // 현재 1,2권 출간
(미리니름 없습니다. 기본적 설정만.)
주인공 팽수한은 가주의 조카이지만, 둔재이기에 버려지고 외면당합니다. 이는 그가 미약한 자폐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서울의 법대생 백학성의 인격이 그와 혼재되면서 비로소 멈춰있던 수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작가는 그러한 주인공이 심리적 고민 속에서 주변인들의 삶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가를 보여 줍니다.
그를 둘러싼 세상의 벽은 뒤늦게 따라잡기엔 높고 험난하기만 합니다. 다른 소설에서 흔히 이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주인공들이 비바람 속에 불어나는 격류처럼 무공의 수위가 높아졌다면 이상성격강호의 주인공은 뒤늦은 추격자에 가깝습니다. 물가의 웅덩이에 물이 차오르듯 다소 늦지만 소리 없이 성장해 나갑니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즐겁습니다.
자폐증의 잔재로 남은 집착은 명문 법대생으로서의 성실함과 맞물려 커다란 집중력을 일궈 냅니다. 이것은 주인공이 다양한 것을 배우고 이용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이러한 지식이 추가될 수록 팽수한의 특이성은 점차 화려한 색깔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비록 뒤처져 있지만 큰 꿈을 품고 조금씩 큰 걸음으로 저 높은 곳을 향해 도약하는 그의 모습은 장르소설을 탐닉하는 독자의 기대감을 자극하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주인공을 무턱대고 부각하기 보다는 소소한 삶에 주목하여 이야기를 서술하고자 합니다.
강호에는 여러 사건이 일어나지만 주인공은 소외되어 있습니다. 대신 주인공은 여러 인물들과 관계를 맺습니다. 그들과 수평선을 달리기도 하고, 교차점을 만드는 등 만남과 헤어짐 속에 주변 사람들과 정을 붙여 나갑니다. 여자도 만나고 취미도 만듭니다.
이는 이계진입 주인공들이 다른 군상들과 자신을 차별화 하며 심리적인 거리를 두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팽수한은 마치 풍경과 같이 주변에 동화되어 함께 숨을 쉽니다.
사실 빠른 전개를 원하시는 분들은 이야기가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읽다보면 그 느긋함이 오히려 이 소설의 매력이라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나긋한 즐거움이 긴 호흡 속에 이어지기에 여유 속에 여운을 남기는 덕분이지요.
게다가 작가가 주인공의 심리적 상황을 다양한 인물의 시각으로 표현하는 모습이나, 각 인물들에 과거를 부여하고 그들의 역사를 만들어 영혼을 담아내는 것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을 지켜보다 보면 이러한 상상이 듭니다.
어디선가 자재가 끊임없이 떨어지더니 뚝딱 집 모양을 조형합니다. 어느새 그 안에서 밥짓는 소리가 들리고 굴뚝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지요.
그걸 본 독자는 소설책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여기 사람이 살고 있어요.'라고 말입니다.
그의 소설이 가진 독특한 매력은 인물 설정의 충실함과, 소소하지만 순차적인 연계를 갖는 드라마가 주는 현실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여러분에게도 어쩌면 일어날 지 모를 일입니다. 미약한 자폐증 때문에 세가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았던 주인공 팽수한이 어떻게 재기에 성공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지요?
비범해진 그가 피라미에서 대어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다보면 자연히 그의 활약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범상치 않은 제목에 낚이셨다면 이제 즐길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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