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천하무식 유아독존을 보고.
별도는 이제 글 3개를 쓴 작가이다.
그가 처음 쓴 글은 보지 못했고, 두 번째 쓴 투왕을 보았고 이제 그 세
번째인 천하무식...을 보았다.
투왕을 볼 때 그는 매우 부족한 작가였다.
아직 스토리라인이나 문장에서도 여러군데 서툰 점을 보여준다.
쉽게 읽히기는 하지만 전체 스토리라인에서 날이 서 있지 않으며 사람
을 끌어당기는 흡입력에서도 여러군데의 부족함이 노출된다. 마찬가지로
투왕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만들어감에 있어서도 모호한 점들이 많아 독자
를 사로잡기에는 문제가 있음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나온 것이 이 천하무식 유아독존(이하 천하무식)이다.
이 글은 과연 그를 난도질하기 위해서 쓴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는 뜻밖에도 환골탈태에 가까운 기적(?)을 선보이면서 천하무식을 내
놓은 것이다.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 또 무엇이 모자라는 것인지를 이제부터 알아보
고자 한다.
천하무식은 파락호인 주인공이 점거하고 있는 산채에 그의 할머니가 부
탁하기 위해서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친할머니를 망구라 부르는 주인공에서, 손자가 안겨준 미소년을 하룻밤
상대로 슬그머니 삼아버리는 할머니에게서 이미 그 집안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할머니의 부탁을 받은 주인공이 산채를 나서면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
가 굴러간다.
그를 따르는 전 산채의 채주이자, 지금은 그의 수하인 부채주. 그리고
기타 여러 사람들.
나중에 보면 이들은 모두 한가락씩 하고 특히 부채주는 아주 비범한 사
람의 화신으로 그 정체를 드러낸다. 그는 위대한 가문의 대단한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서 모종의 이유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봉인한 채로 세상을
등졌다는 특이한 설정으로 자리한다.
그는 무식하고 단순한 주인공, 철무식을 아껴서 그를 아낌없이 보조하
여 하나하나 그를 일깨우면서 그를 고수의 길로 인도한다. 주인공은 그
뿐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서 많은 여러 가지 기연을 얻지만 그것은 단숨에
떠오르지 않고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계기가 있을 때마다 비약적인 발전
을 이루게 된다.
그런 와중에 배교가 등장하고, 무공이 아닌 술법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
로 선을 보여 새로운 시도가 적지 않음을 말해준다.
죽은 사람의 속에 혼이 들어가는 섬뜩한 장면도 보이지만 잘린 머릴 붙
인 것도 아니고 천으로 동여매고 돌아다니는 장면은 엽기다...
전 6권 중 5권까지의 스토리라인의 대부분이 이에 할인된다.
어쩌면 이것은 후일의 먼 장정을 준비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느낌으로.
과연 그 장정이 시작될 것인지를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이렇게 얽히고 설킨 대목을 풀어냄에 있어 그는 전과는 달리 여러 가지
상황들을 매우 실감있고 확실하게 독자들의 앞에 펼쳐서 보여준다. 머리
아프게 계속 고민을 하거나 모호하지 않다. 그런면에서 천하무식은 쉽게
읽힐 수 있고 재미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 별도의 글에 비해서 분명히 한단계 진보했다.
또한 그렇기에 이 글은 시장의 환영을 받을만한 소지가 많았다.
부채주의 변신에서 그가 철무식을 이끌어가는 과정은 여러 가지 흥미로
운 전개의 토대가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또 전체를 보아 아킬레스건으로 작용
을 함도 사실이다. 부채주는 가공할 고수였으며 그는 자신의 능력을 20년
전에 봉인해버리고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필요에 따라 그 능력을
해제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면서 멋지게 재등장을 한다.
얼핏 일본 만화의 어떤 장면들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문제는 봉인의 해제라는 신선함에서 파생되는 허점이다. 어떤 무공도
쓰지 않으면 퇴보된다. 그런데 20년만에 봉인을 풀었음에도 그는 천하무
적에 가까운 느낌의 신위를 보인다. 당시 그와 비슷한 역량을 보였던 사
람들과 지금 비교해도 뒤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것은 개연성의 문제로 보여진다.
상대가 같이 20년간 놀지 않았다면, 당연히 그는 적과 상대하기 힘들어
야 한다. 더구나 어떤 특별한 조치가 있지 않다면 당시의 능력을 그대로
발휘하기도 힘드는게 정상일 터이다. 그런데 능력을 회복하자마자 아무렇
지도 않게 20년 전의 위용을 회복하니 이는 분명 미스테리이다. 물론 거
기에 대한 설명이 있긴 하지만 수긍케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또한 철무식을 무조건 후원하는 이유를 독자에게 확실하게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로인해서 여러군데 재미있는 부분들을 가지고도 강력하게 독자를 끌
어들여서 끌고가는 카리스마가 줄어들었다.
옥의 티다.
하지만 그럼에도 장강과 중국전역을 두르고 있는 녹림, 수채들에 대해
나름대로의 가설을 세우고 정리한 점은 아마도 천하무식에서 가장 크게
평가를 받을만 한 고심(苦心)의 산물이라고 보여진다.
그것은 작가가 그저 글을 써내려가기 보다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노
력하고 있다는 점이기에, 발상의 전환이라는 점은 언제라도 늘 크게 평가
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평가받아 마땅하다.
내가 이 자리에서 후배들의 글을 평가하는 것은 늘 상업적인 성공을 기
본으로 해서 작가의 자질, 향후 발전방향 등을 살펴보고 조언을 하기 위
함이다. 상업적인 성공을 하지 못하면 작가의 노력이나 사상등 아무리 잘
써도 장르문학에서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렇기에 금강의 평가는 장래가 기대되거나 혹은, 더 잘 쓸 수 있는데
뭔가 모자랐던 후배들의 글을 평가함이 기본이다.
다만 가끔 정말 칭찬하고픈 글을 만났을 때는 그 일도 포함된다.
천하무식은 5권까지의 진행을 볼 때 아주 뛰어난 글은 아니다. 그러나
그 상황을 조금만 더 정리했더라면 상당히 좋은 반응과 함께 호응을 얻었
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까운 글이기도 하다.
천하무식의 행로는 재미있다.
그러나 그의 행로는 어딘지 모르게 둔탁하고 그가 주인공임에도 뭔지
모르게 아웃사이더의 행보를 보여서 소외된 느낌이라 독자가 집중하기에
어딘지 모자란 느낌을 준다.
그런 점에서 10대가 잘 볼 듯한, 이 천하무식은 오히려 그 맛을 음미하
고 꺼내서 내부를 짜맞춰갈 수 있는 장년층 독자에게 반응을 얻을 가능성
이 더 높다.
핀트가 정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장르문학이 가진 장점이자 단점은 각 연령별로 고르게 호응을 얻어야
성공을 한다는 것이기에 그것은 좀 더 크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왜냐하면
더 좋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 천하무식에서 별도란 작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지금으로도 좋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의 차기작 그림자무사를 기대한다.
단기 4336년 3월. 연화정사에서 금강(金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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