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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대중문학 전반에 대한 것을 논하는 곳입니다.



작성자
Personacon 금강
작성
04.01.03 04:31
조회
7,798

천도비화수 3권까지를 보고...

지금까지 진행된 천도비화수를 보고 한 마디로 평한다면 절반의 성공이다.

왜 그런가를 이제 따져보고자 한다.

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천도비화수는 GO!무림이 주최한 제1회 신춘무협공모전을 통해 데뷔를 한 글이다.

그의 출판글은 입상 당시의 그 천도비화수가 아니다.

처음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새로 씌여졌다.

출판직전, 본인의 욕심으로 말미암아 다시 뜯어고치기도 했다.

그렇게 나간 글이 지금 시중에서 독자들이 볼 수 있는 천도비화수이니 그만큼 더 좋아졌다는 의미다.

천도비화수를 한 마디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잘 쓴 글이고, 작가의 능력을 볼 수 있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잘 쓴 글만이라면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는 걸맞지 않을 터이다.

그의 묘사는 무협적(武俠的)이라기 보다는 매우 문학적(文學的)이다.

곳곳에서 번져나오는 대사들, 묘사들은 순문학의 느낌이 상당히 짙으면서도 무협적인 느낌을 나름대로 잘 살리고 있어 문장만으로도 칭찬을 받을만 했다.

하지만 깨끗한 전개보다는 이따금 너무 작가의 생각이 심하게 깔리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보니 의미의 전달보다는 오히려 문장의 화려함이 더 짙게 치장되는 일이 후반으로 가면서 커졌다.

한 아이의 등장에서,

그 아이가 난데없는 일 하나에 휘말려서 주위 사람들이 죽고...

참혹한 변을 당하는 상태에 빠져드는 과정과 복수를 위해서 나타나기 까지.....

흐르는 여러 가지들에서 미숙함이 드러남은 역시 옥의 티였다.

주인공을 너무 신격화하면서 사람들에게 어필하려고 애쓴 부분이라던가, 혹은 한 번 본 아이를... 무려 10년이 흐른 후에 바로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특이한 아이고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무리였다.

거기에 여주인공 격인 등로가 참혹한 지경에 빠졌지만 그 상황은 너무 쉽게 흘러가 버렸다.

단순히 강간을 당하는 여주인공을 흥밋거리로 묘사하지 하지않더라도, 그 처절함을 독자들에게 각인시켜주기 위해서는 좀 더 극적인 묘사가 생생히 전달되었어야 했다.

더구나 그 상황을 보는 뭔가 다른 힘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보면서도 등로를 구하지 않는다.

무엇인가, 대단한 안배(按配)를, 처절한 한(恨)을 심어주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처럼.

하지만 10년 후에 등로는 그저 한 사람의 기녀(妓女)일 뿐이다.

과연 팔황맹에 맞서는 오룡련은 무엇을 했다는 걸까?

설정상의 무리가 아니었을까?

작가는 어떤 설정을 하면 매우 고심하면서 사건을 배치한다.

그러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그 사건의 배치로 인해서 후일 발생될 일에 대한 개연성이다. 그리고 그러한 일로 일어날 일은 그 사건으로 인해 더 크게 증폭(增幅)될 힘을 가져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글의 전개가 가지는 힘이 되고, 권이 거듭될수록 독자를 빨아당기는 흡입력이 된다.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켜줌은 장르문학이 가지는 속성이고, 매우 중요한 부분의 하나이다.

그 기대를 또한 적절히 조절함은 바로 작가의 능력이 된다.

그런면에서 등로에의 기대는 매우 부족했다.

과연 어릴 때 나무에 새긴 그 기억 하나가 내 평생을 통해 지워지지 않는 일로써, 내 여자로서 각인될까?

옆에 사랑스럽고 예쁜 여인이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볼 때, 그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한 불가능을 가능으로, 현실적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하는 장치가 바로 설정이다.

그러한 면에서 천도비화수는 여러군데에서 설정상의 오류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도비화수는 좋은 글이다.

그의 현란한 문장을 보는 재미는 여러 가지로 즐겁고, 도살등에 대한 그의 풍부한 지식은 그가 백정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까지 들도록 생생하다.

적지않게 사용된 한문의 사용에서도 거의 틀린 것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도 좋았고

자부(紫府)와 풍산(風山)을 도입하여 어떻게든 한국적인 맛을 살려보고자 하는 시도도 역시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부분이었다.

단순한 복수에서 모두를 위한 새 세상이라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목표설정도 좋은 생각일 수 밖에.

그러나 선도를 표방하는, 자부의 신공이...

천도를 얻어야 하는 주인공의 무공은 말 그대로 도살을 위한, 잔혹무비 그 자체다.

굳이 그렇게 죽임에 있어 많은 지면을 할애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의문은 지금도 여전하다.

적에게 복수를 한다.

그 잔인함은 당연히 복수라는 개연성으로 덮어지지만...

천부(天府)의 무공자체가 그렇게 표현되어야만 할 이유는 없을 듯 하다.

아직은 모자라다.

그러나 지금도 좋은 글이 천도비화수이고, 앞으로는 더욱 기대되는 글이 천도비화수이기에.

그렇기에 절반의 성공이라는 표현을 썼다.

어쩌면 우리들은 후일, 무협 아티스트라고 불릴 한 사람의 탄생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로서....

                                        새해 연화정사(蓮花精舍)에서 금강(金剛).


Comment ' 14

  • 작성자
    Personacon 검우(劒友)
    작성일
    04.01.03 05:08
    No. 1

    글 잘 봤습니다.^^ 크... 무협 아티스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Mr.케이
    작성일
    04.01.03 12:32
    No. 2

    무협 아티스트... 크윽.... 좋은 말이군요.
    부럽다는...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조의선사
    작성일
    04.01.03 13:21
    No. 3

    그래도 신인작가로서 그만한 글솜씨를 지녔다는것은 무협을 단순한
    칼부림이 아닌 감성을 자극하는 문학적 가치가 있게끔 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고봅니다.
    정말 소장하게끔 하는 향수어린 글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용마
    작성일
    04.01.03 16:32
    No. 4

    ㅎㅎ 아주 좋은말이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설지상
    작성일
    04.01.03 21:55
    No. 5

    일단 파문제자 조회수 9999번이니 10000번째 찍고...

    손승윤님은 일단 오래 무협을 쓰셨으면 합니다.
    솔직히 천도비화수는 아직 못 읽었습니다. 단지 그 분의 열하일기는
    제 글을 올리거나, 진도가 안 나가 답답할 때, 야차귀문과 함께 한 편,
    한 편 보고 있습니다. 아티스트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습니다.
    무협과 함께 오래 볼 수 있는 이름이었으면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Juin
    작성일
    04.01.03 22:15
    No. 6

    연화정사(蓮花精舍)가 어딥니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현악사중주
    작성일
    04.01.03 22:39
    No. 7

    천도비화수,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유리
    작성일
    04.01.05 12:26
    No. 8

    천도비화수는 출판후 다시 2판을 찍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한번더 수정을 하고
    모자란 부분 미흡했던 부분을 추가한다면 보다 완성도 높은
    아름다운 무협이 탄생하리라 기대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니하오
    작성일
    04.01.06 15:16
    No. 9

    거럼^^거럼요~ 아티스트...즉...예술이란 말씀인디..
    동감하는 바입니다.
    물론 현란한 문장에서 오는 약간의 어지러움, 의미보다는 화려한 언어의 조합에 빠져든다는 단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읽어본 많은 무협소설중에 가장 천천히..그리고 씹으면서 읽었던 글입니다.
    작가님이 굉장히 궁금해진다는....
    혹자 가라사대 "존자 온니"하길래 여자분인줄 알았는디...아닌 것도 같고.
    ㅎㅎㅎ
    후속작품인 열하일기도 꼭들 읽어보시기를...
    그나저나 언제 올리실래나?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은령
    작성일
    04.01.06 20:30
    No. 10

    아직 보지 못했는데, 한번 봐야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5 풍운선
    작성일
    04.01.07 23:22
    No. 11

    윗글 삭제당하겠군요.
    wldepd님 같으신 분은 고무림에 오지 마셨으면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니하오
    작성일
    04.01.08 08:57
    No. 12

    그러게요.
    약간 상태가 안좋은듯도 하고...쩝...
    재미없다면서 왜 기웃거릴까나....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風神雷俠
    작성일
    04.01.11 01:31
    No. 13

    흠.. 중간에 어느분 글하나가 빠진거 같군요 ㅡㅡ"?
    전혀 마지막이 이해가 되지 않고 있답니다 .....
    아마도 wldepd님 께서.. 중간에 글쓰신걸 하나 삭제하신거 아닌가
    생각되네요 어라 비평난에 글하고는 전혀 상관도 없는 글을 쓰는 군요

    금강님의 글은 항상 오묘한 맛이 있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인작가이신 송승윤님의 글은 소녀의 눈물 같이
    감성을 자극하는 그런것 같아서 좋더군요
    아직은 부족한게 보이고 그럴지 몰라도
    지금의 한글 한글이 나중을 위해 더 나아가시는
    큰 빛이 된다고 생각한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아임그룻
    작성일
    04.02.18 10:19
    No. 14

    3권에서 유난히 시적인 글이 많았습니다.
    내용전개와 연결이 되어 맞물려가면 좋으련만
    여러 사람이 시를 쓴 듯이
    서툰 시집을 보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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