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동의 야신을 읽고...
1. 진부동은 누구인가?
진부동은 첫글로 옥룡쟁주라는 글을 하나 낸 적이 있었다.
출판사는 드래곤북스였고 그는 그 글을 하이텔에서 출발해서 지금 GO!
무림에 적을 두고 있는 용문(龍門)에서 냈었다. 구구하게 그 과정을 설명
하면 용문 선전이 될테니 접어두기로 하고, 어쨌든 그는 그 글로 진부동
이라는 작가가 무협이란 장르에 나타났음을 알렸다.
하지만 그 글은 진부동다운, 진부동의 글이 아니었다.
그의 장점을 살리기 보다는 그저 시장조류에 맞춘 특색이 없는 무난한
글이라고나 할까?
고뇌하는 그를 보면서 한 나의 조언은 간단했다.
그의 장기를 살려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야신이전에 나온 철사자다.
철사자는 그의 장점이 전작에 비해서 비교적 잘 묻어나왔지만 여전히
그를 대표하거나, 그의 모든 것이 제대로 드러난 글이 아니었다. 특히 뒤
로 가면서는 조금쯤 흐트러진 감을 느낄 수가 있어 더 아쉬웠다.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마음놓고 자신의 장점을 마음대로 휘둘러 보
기를 권하고 싶었던 글이 바로 그 철사자다.
야신은 이제 진부동의 장점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글이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촌철살인의 위트를 가지고 있음을 너무나
잘 안다. 한 마디 한마디가 의표를 찌르고, 폭소가 아닌 벌린 입을 다물
지 못하게 하는 기지를 가지고 있음을 아는 것이다.
이제 그는 그 장점을 글속에서 풀고 있다.
2. 야신은 잘 쓴 글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무협이란 글은 문학이란 거창한 명제에 매달리기 보다는 재미라는, 장
르적 목적에 충실한 글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야신이 진부동이란 작가의 본령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첫 번째 글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지금 여기에서 진부동의 야신을 평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야신이 보는 사람의 심혼을 빨아들이고 모두를 미쳐버리
게 만드는 마력을 가졌는가?
라고 묻는다면 아직은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그의 장점을 보여준다.
어디서 난데없는 신선의 이야기가 나와서 사람을 묘하게 만들더니, 스
승이 준 팔찌로 인해 졸지에 고수의 길을 가게 되지만 그 중간중간 거의
색마의 길을 망설임없이 가고 있고 매일매일 여자를 갈고 머리에 든 건
늘 여자 생각 뿐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유치하거나 더럽게 느껴지지 않고 유쾌함은 진부동의
능력일 터이다.
다만 굳이 흠을 잡자면, 요즘들어 늘어나는 여성독자들이 볼 때에 불만
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겠지만 그거야 어차피 작가가 져야만 하는 무게
일터이니 여기서 논하지 않겠다.
수미일관(首尾一貫).
처음과 끝이 같은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요즘 넘쳐나는 글들을 보면 모두가 처음에는 그럴 듯 하지만 처음의 의
도를 살리면서 써나가는 글들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야신은 바로 그런 부분을 잘 지켜가고 있다.
이기적이고, 한심하면서 여자만 밝히는……
그러면서도 악(惡)하지는 못한 평범한 소시민의 자화상.
그렇게 난데없이 얻은 로또와 같았던 팔찌가 3권에서는 사라진다.
어찌보면 조금 빨랐다 싶지만 실제로는 그럴 때가 바로 작가가 쓰기 가
장 어려운 적절한 타임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작가가 그러한 설정을 쉽게 버리기 어렵고 아까워하다가 결국
그것을 망치기 때문이다.
과감한 전환은 늘 새로운 기분을 주게 만든다.
게다가 허무하기까지 한 야신(夜神)의 체포?
과연 그것이 끝일까?
그렇다면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이제 우리는 그러한 야신의 뒷 이야기를 기다려 보아야 할 것 같다.
그가 자신의 본령(本領)이라 할 수 있는 촌철살인의 미학(美學)을 여기
에서 발현시킬 수만 있다면 진부동은 많은 독자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작
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이야기를, 단순히 가볍다거나 정통무협과는 조금 다르다
고 할 수 있는 술법이 나온다는 이유로 외면하는 분이 계시다면 그 또한
취향이니 누가 뭐랄 수가 있을까.
3. 결론(結論)
기대를 가지게 하는 작가.
저 사람의 글이 나오면 봐야지!
라는 작가를 가지게 되는 독자는 늘 행복하고 초조하다.
글을 보면 행복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초조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또 한 사람의 기다릴 작가를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
는 예감은 늘 기쁘기 한량없다.
그의 분발을 기대한다.
덧말:
가능한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에 대해서는 글을 쓰지 않으려 했는데 이
제 사실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보다 많게 될지도 몰라 그 생각은 의미
가 없어져 버린 것 같습니다.
결국 구애없이 글을 올리겠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야신이 끝나면 다시 이 부분에 대해서 쓰기로 합니다.
구정을 앞두고 연화정사에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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