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가다가 참지 못하게,
글을 읽고나서 그 글에 대해서 쓰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신왕기가 그러한 글이다.
이 신왕기는 한 소년이 타잔과 같이 밀림에서 커가는 이야기를 그린 글이다.
판타지를 가미한...
실제로 그렇게 보자면 이 글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별로 재미가 없는 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어제밤부터 지금까지 이 글을 읽고, 지금 이 순간에
이 글을 쓰고 있지 않았을 터이다.
신왕기는 아주 특별나다.
드래곤으로 시작해서 중세로 지칭되는 소위 톨킨식의 판타지의 영역을 전혀
다른 각도로 조명하면서 판타지의 영역을 한 차원 넓혀낸 글이 바로 이 신왕기
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아니 내일이라도 나에게 요구한다면 바로 이 신왕기와 같은
글을 써낼 수 있다.
하지만 내일이 아니라, 다시 얼마가 더 흘러도 아마 나는 이러한 글을 쓰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왜냐면 이 글은 실패할 가능성과 여지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나이가 들고, 경륜이 깊어지면, 실패할 부분을 의도적으로 피해가게
된다.
무엇이 성공하고 무엇이 실패할 것인가를 노력하는 작가라면 이미 모두 다
알고 있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러한 글을 쓰기 쉽지 않다.
위험을 굳이 무릅쓰지 않아도, 충분히 다른 형태의 글을 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신왕기를 쓴 삼두표라는 작가는 재생이라는 글을 하나 쓴 작가에 불과하다.
이제 두 번째의 글을 쓴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신인답게 이러한 글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적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신인이라고 해서 이러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당연히 어폐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류의 글은 장르의 흐름에 대해서 상당한 수준의 이해를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아예 무지해야만 쓸 수가 있다.
그를 만나보았다.
삼두표.
어째 듣기에 머리셋달린 표범이나 교활하고 무서울 듯 했다.
(겁나는 이름이지 않는가?^^;;)
하지만 만나 본 그는 전혀 그렇지 않을 뿐더러,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새로운 글을 계속해서 읽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무지해서 무조건 쓰다가 하나가 맞은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작가였기에 가능하다라는 의미인 것이다.
숲이 준 아이.
어디서 살아 온 것인지도 모르는 야생소년 하나가 숲의 부족에게 나타나고
그는 칼리라는 이름으로서 그 무리의 일원이 된다.
그는 믿기지 않는 재생력으로써 신화를 만들어간다.
각종 숲의 이야기들과 몬스터라기 보다는 강력한 힘을 가진 짐승들...
그들과의 사투가 3권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이야기의 고전은 우리가 아는 타잔이다.
그 이후에 수많은 글들이 나왔어도 이젠,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글을 쓰지
않는다.
훨씬 재미있게 만들어진, 한국형 판타지라는 세계가 이미 우리에게는 존재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법도, 마나도 드래곤도 이미 기존에 정립된 모든 것을 부정하기
보다는 전혀 다른 각도의, 국외자의 시선으로 신왕기는 전개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신왕기는 특별나고 주목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판타지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라도, 이 글은 읽을 수가 있다.
사람이 호흡을 하고 그들의 삶이 춤을 춘다.
격렬한 흐름이 숨을 쉬고, 때론 추임새에 따라 호흡이 가빠지기도 한다.
겨우 두번째 글을 쓰는 신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능력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 시간에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에 강렬한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뛰어난 재미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글을 잡으면 계속해서 읽어가야만 하는... 그런 글이 신왕기다.
작가가 어느 한 부분이라도 독자의 가슴을 뛰게 하기는 아주 어렵다.
만약 그렇게 할 능력이 있다면 그는 프로로서의 자질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스페셜한 글.
너무도 많이 보여져서 스페셜한 글들이 이젠 평범해져버리면서....
오히려 우리들이 쉽게 보고 접하면서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어도 바로
읽을 수 있는 글이 이젠 스페셜(특별)해보이는 이 상황은 좀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이 신왕기가 특별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누구도 판타지를 이렇게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판타지의 영역을 한꺼풀 벗겨내어 키웠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괘씸하게도, 이 글이 초심자와 매니아를 만족시킬만 하게 아주
재미있다는 점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체적인 흐름이 잔잔하다는 것.
그렇기에 강렬하게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흡입력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
(새로 시작한 독자들은 이 부분이 매우 민감해서...)
작가가 그러한 상황하에서 파이어볼이나 마법진, 등의 스크롤 등의 소위
기존 판타지를 3권에서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
신왕기가 본인이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새로운 영역을 건드린 이상, 그
접근도 그러한 관점이었더라면...
그러한 부분들을 좀 더 쉽게 풀어 새로운 독자들이(이전에 판타지를 접하지
않았던 독자) 이게 뭐야? 할 수 있는 부분들만 조정을 했더라면 이 글은
일반 서점에서 전혀 다른 각도로 조명받으면서 팔릴 수 있는 글이었을 것
같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이제 그의 글은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글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또 짧아 보이지도 않는다.
그의 행보가 어디로 가게 될지...
지금 현재로서는 어쩌면 수왕기(獸王記)라고 불려야 할 것 같은 신왕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이 신왕기의 전체적인 성패가 달려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또 하나의 촉망받는 작가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의 행보를 주목한다.
P.S. 일독을 권합니다.
새해 연화정사에서 금강.
Comment '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