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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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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욱의 <진가소전>을 읽고..

작성자
Personacon 금강
작성
02.09.09 14:24
조회
11,921

  진가소전을 읽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축약될 수 있다.

  ---담담하다.

  전체가 물흐르듯이 자연스럽다.

  편안하게 글을 써내려간 것이 진가소전이다.

  물론, 그 안에 잘못된 점이나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또 내가 가

르치던 제자라면 그 글에서 조금쯤 수정분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미 글로 되었을 때는 읽어갈 때 속도감이 있어서 미미한 잘못은 그냥 넘어

가게 되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작품을 쓴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

로 잘 쓴 글이 바로 이 진가소전이다.

  누구의 가르침 없이 혼자 쓴 글이라면 칭찬받아 마땅한 글이라 할 수 있

다.

  이 진가소전은 평범하게 한 인간의 일대기를 서술한 성장형 무협이다. 여

타의 무협처럼 긴박하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고 오버액션도 없다. 그냥 튀

는 부분없이 살아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그 형식은 다분히 고답적이라, 굳이 말하자면 중국무협의 형태이다.

  중국무협의 특장은 격렬하지 않으면서도 계속해서 보고 또 보게 만드는

은근함이 있다는 점이다.

  나는 그것을 일러 유장(悠長)이라고 부른다.

  글을 씀에 있어서 이 유장함이라는 것은 대단히 큰 재산이 된다.

  현재 신무협을 쓰는 후배들에게 있어서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이 유장함

이다. 흐르는 물은 끊임이 없다. 하지만 그 흐르는 물이 모여서 커다란 흐

름을 형성하게 되면 시내의 그 졸졸거리는 촐랑거림보다는 대하(大河)의 도

도함으로 바뀌게 되어 그 자체로 힘을 지니게 되는 까닭이다.

  글이 힘을 지니게 된다함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독자를 잡아당길 수 있는 흡입력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있어서 그 보다 큰 재산은 없다.

  (여기서 굳이 한마디를 한다면, 현재의 신인작가들은 대단히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후배들의 글이 한번 읽으면 두 번 읽혀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글 속에 도도하게 흐르는 흐름이 없는 까닭이다. 실전무협이고 인간무협

이고간에 무엇을 쓰건 도도한 내면의 흐름을 가지지 못한다면 생명력을 가

질 수 없다.)

  임준욱의 진가소전은 자칫 나태해지기 쉬운 글을 인물들을 살려내고 그들

사이의 정과 천박하지 않은 유머를 잘 버무려 넣음으로서, 본래의 유장함을

잃지 않고 글을 끝낼 수 있었다.

  더구나 그 인물들에게 흡인력을 부여하여, 생명력을 일구어냈다.

  그것은 단순히 그려내기 보다는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독자에게 이입시키

는데 성공했다는 것에 바로 이 진가소전의 장점이 있다.

  작년에 나는 두 사람의 기대되는 신인을 지목한 적이 있었다.

  하나는 내 제자인 고명윤이며, 다른 하나는 현재 무림동에서 인기를 한몸

에 받고 있는 백야이다.

  그들 둘의 글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유장함을 가졌다는 것이다.

  둘 사이에 다른 점은 고명윤의 글에는 아직 다듬어지지는 못했지만 힘이

있고, 백야에게는 힘이 모자라지만 그 유장함이 살아있다.

  그리고 이제 진가소전의 임준욱을 그 대열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의 공통점은 본인이 알던 모르던 간에 유장함을 가졌다는 것이다.

  무림동의 독자들은 한 작가에 대해서 가끔 평을 달리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글 하나만을 가지고 평을 하기에 그렇다.

  하지만 글 전체를 흘러가는 그 사람의 능력을 보고 평을 하게 된다면, 그

평가는 엇갈리지 않게 된다.

  그 기준은 앞으로 5년, 10년 뒤도 기대할 수 있는 작가이다.

  글에서 유장함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한 두 개의 글을 써낼 수는 있으되,

그것은 어쩌다가 잘못(?)해서 쓴 것일 뿐. 그 사람의 본령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난날 무림동에서 한참 인구에 회자되었던 2권짜리 무협도 그런 범주에

든다. 말초적인 말장난은 그저 심심풀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글

들은 한번 쓰고 나면 그 다음에는 식상하게 된다. 당연히 한 질을 내고 나

면 그 작가는 끝이다.

  천재라서가 아니라, 더 쓸 능력이 없는 까닭이다.

  유장이란 그런 것과 길을 달리한다.

  임준욱은 그 점을 유의하여 자신의 길을 가주면 좋겠다.

                        단기 4333년 3월 끝자락 연화정사에서 금강.

                                                                  


Comment ' 17

  • 작성자
    88한중2
    작성일
    02.09.10 18:01
    No. 1

    음음..금강님..
    언제나 좋은 비평,감상 감사드립니다.

    찬성: 1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색중협
    작성일
    02.09.10 20:58
    No. 2

    역쉬 금강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흑저사랑
    작성일
    02.09.16 16:11
    No. 3

    준욱님의 글은 정감이있어 좋습니다..
    조금은 삭막한 무협이란 장르에 색다른 맛을 보여줍니다...
    계속 좋은 글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김흥용
    작성일
    02.09.18 19:13
    No. 4

    진가소전은 두고두고 읽어도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이 지난후 다시 읽어보았을때도 정신없이 빠져서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긴장되고, 감동하고... 읽고난후 왠지 뿌듯한 마음과 흐뭇함이 드는 책은 과히 많지 않죠.... 단연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김재철
    작성일
    03.05.21 22:26
    No. 5

    진가소전은 제가 읽은 무협소설중 가장 재미있었던 책중의 하나라 생각됩니다. 무협소설의 단점중 하나인 읽고나서 생각나는 것이 없다였는데 진가소전은 감동이 살아있습니다. 좋은 작가를 만나서 반갑고 많은 무협소설은 발표하여 주시길 기다립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나영
    작성일
    03.11.02 05:05
    No. 6

    행복하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남훈
    작성일
    04.01.05 02:07
    No. 7

    하아..진작 고무림에 가입해서 활동을 할것 그랬습니다..정말...좋군요..
    가입한지 한두달정도 된거 같은데..글쓰고 이렇게 오랜시간 이곳에서 글을 계속 읽고 댓글을 쓰고 하는건 첨입니다..
    진가소전..금강님도 좋다고 써놧네요..역시..난 보는눈이 있었던거이야..ㅜ.ㅜ
    너무나 많은 무협지와 무협소설을 읽어서..정리가 안되는 요즘..이곳에 들어오니..뭐랄까...무인도에서 13년만에 지나가는 배를 만난 기분이랄까..ㅋㅋㅋ
    암튼...동감동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듀러글
    작성일
    04.01.06 01:22
    No. 8

    지난날 한참 인구에 회자되었던 2권짜리 무협이라 함은 노자무어를 말씀하시는 듯 하네요.
    충분히 충격적이었고 기발했지만, 역시 그걸로 끝나버리면 작가 또한 그걸로 끝인거 같습니다.
    '천재라서가 아니라, 더 쓸 능력이 없는 까닭이다.'
    정말 공감가는 논검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Hypnus
    작성일
    04.01.06 21:09
    No. 9

    이렇게 작가님의 감상을 볼수 있는곳이 있다는것을 가입한지 1년이 지났지금에야 알았네요 ^^;
    임준욱작가님이라면 저도 정말 좋아하는 작가분입니다. 진가소전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구요. 지금 나오는 책들은 전부 임준욱님의 느낌이 스며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단지 건곤불이기 만이 제가 느끼기에 다른 책들과 느낌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는데 괴선에서 다시 돌아오신듯 합니다.
    언제나 그런 편안하고 잔잔한 감동을 느낄수 있는 작가님이 돼시면 좋겠어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飛狼魂
    작성일
    04.02.01 22:46
    No. 10

    재미있게 보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서한
    작성일
    05.03.01 19:23
    No. 11

    흠흠...노자무어가 당시에 꽤나 충격적이었나 보죠..
    흠 그당시 무협소설을 놓고 있어서...^^;; 한번 보고싶네요...
    개인적으로 아직 임준욱님 글은 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잔잔한 흐름의 글 대부분을 저같은 경우는 거의 ....못접한다고 봐야..겠지요..

    상당히 격렬하고 빠르며 스피하디한 것만 취향에 맞아서.....
    어쨌거나....잔잔한 흐름의 글에서도 무협의 맛을 느낄 기회가 와야하는데.....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78 천상지화
    작성일
    08.10.29 19:10
    No. 12

    임준욱님의 글은 몰입을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거 같아요..
    강력 추천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주씨세가
    작성일
    09.11.26 15:27
    No. 13

    <문피아 캠페인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틀린 게 아닙니다.>
    상당히 와닿는 말입니다.
    임준욱씨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중 한분이시고,진가소전은 그의
    데뷔작으로 놀라울 따름이죠.
    하지만,제 주위에는 임준욱=재미없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갈릴만한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의외로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좀 의아했습니다.
    더군다나 진가소전과 촌검무인을 혹평할때는..거참 희한한 사람도 다있구나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 사람들의 취향은 신기할정도로 극과극을 보일때가 있는것 같습니다.
    제가 임준욱씨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것처럼 분명 그사람에게도 싫어할만한 요소가 있었으니 그랬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방의 의견은 나와 다를뿐 틀린게 아니라는 말. 참 마음에 와닿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흰색코트
    작성일
    18.03.05 21:06
    No. 14

    유장함이라...읽어봐야겠군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유니s
    작성일
    18.06.04 11:07
    No. 15

    신고된 글이라 볼 수 없습니다.

  • 작성자
    Personacon 유니s
    작성일
    18.06.04 13:34
    No. 16

    신고된 글이라 볼 수 없습니다.

  • 작성자
    Lv.1 te*****
    작성일
    18.06.04 15:01
    No. 17

    저도 한번 잃어봐야겠군요

    찬성: 0 | 반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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