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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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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의 <포영매>를 읽고

작성자
Personacon 금강
작성
02.09.09 14:32
조회
8,548

  설봉의 <포영매>.

  늘 글을 읽고 평, 혹은 감상을 쓸 때는 온라인에서 쓰지 않는다.

  이유는 그 글의 작가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글은 온라인은 아니지만 간략하게 쓰고자 한다.

  그 까닭은 그렇게 쓸 내용이 많지 않아서이다.

  글은 좀 오래전에 읽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말미암아 올림이 늦어졌

다. 더 늦어지면 올리지 못할 것 같아서 오늘 올리기로 하였다.

  설봉의 최대걸작은 그가 두번째 쓴 독왕유고이다.

  그 글은 그가 쓴 글 중 가장 뚜렷한 인상을 독자들에게 안겨주었다.

  본인에게 물어본 결과, 그 글을 쓰기 위해서 많은 책을 뒤지고 제약업계

의 친구들까지 동원했다는 답변까지 들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만큼 곳곳에 노력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뒤로 그의 글은 늘 변화를 가져간다.

  특이하게 다른 사람들의 경우와는 달리 패턴의 변화보다는 소재의 참신

성을 가지고 그는 늘 승부한다.

  남해36검을 쓰면서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해남도의 사진을 찍어오게 했다

는 이야기도 들었다. 중국 본토를 여행하면서 무협에 나오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보고는 실망했다는 이야기도...

  이런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것은 그의 노력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은 묘한 문제가 있다.

  낸 글마다 호평을 받는데도 판매부수가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다는 점이

다.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 소위 말하는 이 '바닥'의 생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중 하나라는 본인 마져도 마땅한 답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문제보다는,

  과연 그의 글이 어떠한 것인가를 잠시 보고자 한다.

  그의 글은 늘 신선하다.

  그리고 노력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러나 독왕유고에서부터 늘 지적된 약점은 마무리다.

  위기를 향해 정점으로 치닫던 글이 갑자기 뚝, 끊어지면서 마치 사상누

각이 태풍을 만난듯이 끝이 나 버린다.

  그러므로 그의 글은 읽고나서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아쉬움이나 가슴

을 눌러오는 어떤 감동이 남기 힘들다. 그처럼 앞에서 들인 공에 비하면

너무 어이없는 결말들이 마지막을 장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포영매에서도 그것은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날과는 비교할 수 없이 모든 부분들이 좋아졌고, 마무리도

좋아졌다.

  그럼에도 이번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하는 이유는 그 포영매의 마

지막 탐구대상이 잘 알려진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잘 알려진 대상에

게서는 신비감을 찾기 힘들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갖가지 방법으로 그것

을 써버려서 사람들에게 어떤 선입감을 심어준 까닭에 그것을 살리기 힘들

기 때문이다.

  설봉은 그 대상에 대한 어떤 조치를 취해주지 않고 마지막에 그것을 밝

힌다.

  그렇기에 천하의 포영매가 겨우 그 소림사의...

  라는 허탈한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소리다.

  수많은 마두들이 일초에 부쉈다는 허풍까지 있었던 대상인 까닭이다.

  그것을 대상으로 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 존재를 신격화

시킬 수 있는 전제가 필요했다.

  단순히 절곡의 그 무서운 배치만 가지고는 부족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설봉의 글은 이제 완숙단계에 들어섰다.

  몇가지 단점은 굳이 짚을 필요가 없고, 장원 대전에서의 한판 일장 도살

은 전에 설봉의 글에서 보기 힘들었던 숨막히는 묘사로 사람의 눈길을 잡

아끈다.

  그만큼 글이 완숙해졌다는 것일터이다.

  마무리도 전기한 것처럼 그 대상이 아니었더라면 아무런 하자가 없을 정

도였다.

  그러므로 이 글이 설봉의 대표작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마지막으로 공개적으로 설봉의 글에 대한 평을 올리는

일은 없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그의 필력이 이미 경지에 있어 내가 굳이

여기에서 그의 글을 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의 글 또한 앞으로 10년 뒤에서 우리 곁에서 우리를 기쁘게 해줄 것임

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의 변함없는 건투를 기원하고, 늘 골골거리는 그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기원한다.

                                  한풀 꺽인 무더위속에서 금강.

                                                                


Comment ' 9

  • 작성자
    Lv.23 바둑
    작성일
    02.09.10 18:46
    No. 1
  • 작성자
    김한이
    작성일
    02.09.17 21:04
    No. 2

    저도 뻑 갔다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84 동네박
    작성일
    02.09.22 14:54
    No. 3

    저도 포영매 보고 설봉님에게 미치도록 반해버렸지요..-_-; 그래서 그 전 작품들을 보면서 마무리가 허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도 설봉님이 정말 좋습니다..ㅠ_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단디산인
    작성일
    02.12.16 18:20
    No. 4

    설봉님과 좌백님의 작품들은 모두 필독서 입니다.
    현 무협을 이끌어 나가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금강님의 생각은 옳은 신 지적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설봉님 만의 개성이라고도 생각 할 수도 있겠읍니다.
    독왕유고,산타 등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작품들 인 것입니다.
    뒤을 이어 여러 젊은 분들이 계속 나오고 있음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추천 작가분들 [필독하세요]
    몽강호,정진인.장상수.운중행
    상기 네분의 작품들도 모두 읽어도 후회 하지는 않을 것 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종리추
    작성일
    03.03.19 01:12
    No. 5

    설봉님의 과거 몇 작품은 어찌 보면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주인공이 무공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나이는 20대 그러나 싸우면 싸울수록 점점 강해집니다
    암천명조,독왕유고,천봉종왕기,추혈객이 그러합니다
    의문의 거대 세력이 항상 존재하며 그 실체는 항상 가장 가까운곳에
    존재하지요 독왕유고,천봉종왕기,추혈객이 그러합니다
    그리고 4권의 짧은 분량때문에 끝이 허무하게 느껴질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전 설봉님의 작품을 정말 좋아합니다
    몰입성이 강한 전개는 한번 들면 끝날때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합니다
    사신을 보기 전까지는 설봉이라는 작가를 몰랐습니다
    무협보다는 판타지에 관심을 가졌던 때니까요
    하지만 사신을 보면서 설봉이라는 작가를 알았으며 그가 그려내는
    무협의 세계에 바져버렸습니다 가령지곡의 빠른 연재를 기다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moa
    작성일
    03.11.03 19:00
    No. 6

    근데 설봉님의 작품중에 대형설서린 이란 작품은 사람들이
    왜케 모르나요?? 지금 5권까지밖에 안나왔는데
    워낙 신작이라 그런가...?
    개인적으로 사신이나 추혈객보다 더 재밌던데......
    좌백님의 신작인 천마군림이 또 요즘 가장 재밌고...
    천마군림하구, 대형설서린.. 천마군림은 6권까지 나오고
    대형설서린은 5권까지..ㅎㅎ 둘다 신작인데다 재밌기까지..
    라이벌 작품?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천하독존
    작성일
    03.11.23 00:44
    No. 7

    금강님껏도 다 재밌던대 전 쌘게 좋아서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시후
    작성일
    04.11.08 23:23
    No. 8

    포영매 뭔가 좀 아쉬운 작품이었죠. 잘 쓴글임에도 오히려 독왕유고나 암천명조가 더 기억에 남는것이 이러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물 흐르듯이 흐른다고 할까요. 게다가 무극을 만들려면 진작에 만들지 -_-.. 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막판으로 가면서 아 대충 이렇게 끝나겠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정도로 예상된 반전이 아쉬웠습니다. ;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검도천신마
    작성일
    06.09.29 16:18
    No. 9

    사신과 추혈객 이전의 작품을 책방에서 보기가 힘드네요......
    도서관에서 천봉종왕기와 산타를 발견했지만 완결권이 없는......
    볼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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