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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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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행의 <<천사지인>>을 읽고...

작성자
Personacon 금강
작성
02.09.09 14:38
조회
12,200

    천사지인 4권까지를 읽고...

     근래에 들어 몇가지 일이 밀리면서 틈틈이 글을 읽게 되었다.

     일이 잘 안될 때는 이런저런 책들을 조금 많이 읽게 된다. 그렇게 해서

   무림동에도 글을 올리게 되었고 이 천사지인에 관한  글도 그런 과정에서

   쓰게 되었지만 실제로는 쓰고 싶어서 썼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

   되기 때문이다.

     년전에 임준욱의 진가소전을 읽고 쓴 글이 있었다.

     ---앞으로 5년, 10년 뒤를 기대할 수 있는 작가 하나를 보았다.

     제법 긴 글을 썼지만 결론은 그 하나였다.

     그런 후배의 글을 보는 동안은 내내 행복할 수 있다.

     천사지인을 보면서 바로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표류공주의 첫부분 몇권을 보면서 느끼던 생각.  백야의 유장을 발견하

   면서 느꼈던 것들. 진가소전에서 임준욱을 보며 기뻤던 일들...

     무협계에 재산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서 어찌 기뻐하지 않을까.

     이제 그 대열에 조진행을 올려놓고 싶다.

     라는 글을 여기에다 쓰고 싶어서 지금 이 시간에 자판을 두드린다.

     올려놓고 싶다이지, 올려놓았다. 라고  쓰지 않은 이유는,  조진행에게

   있어서 이 글이 첫 번째이기 때문이다.

     무협계에는 전설이 있다.

     바로 일장서생, 일권서생, 한질서생...

     복잡한 듯 보이지만 간단하다.

     한 章은 잘 쓰는데 그 뒤는 영... 한 卷까지는 잘 쓰는데 그 다음 권은

   영... 한 秩은 뛰어난데, 정말 감탄스러운데 그 다음은 영...

     그렇게 명멸해간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내 앞에서 그렇게 사라져간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과연 조진행은 어떨까?

     지금 그의 글을 보면 대단히 노련하다.

     물론, 부분부분을 다 따져보면 아직까지 글의  흐름으로 문장을 끊어내

   기 보다는 문장으로 문단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고  글의 시각적인 흐름

   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그것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

     몇 작품을 더 쓰면서 글의 흐름을 스스로가 느끼게 되면  알게 될 경험

   으로 저절로 터득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인 또한 그러한 과정을  거쳤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그친 다음이니

   그런걸로 트집을 잡는다면 누워 침뱉기 일 따름일 터이다.

     신진작가들에게 있어 늘 걸리기 마련이었던 한문의 사용에  있어 그 누

   구보다도 한문을 많이 쓰면서도 전체적으로 거의 무리가  없다고 할 정도

   로 소화를 해내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한 두 군데 오류가 있었지만, 전

   체를 흐르는 능력으로 볼 때, 몰라서 잘못했다기 보다는 실수를 하였거나

   조판과정에서의 문제로 보여질 정도로 한문 구사가 완벽했다.

     거의 전편을 두고서 古典과 文章으로 삶을 그려가고 있는데, 그 과정이

   억지스럽거나 설명조라기 보다는 내용 속에 녹아 있음이  바로 이 천사지

   인의 뛰어난 점이다.

     만약 평소 알고 있거나 최소한 느끼고 있던 것이 아니면 그때마다 찾아

   보고 이런 형태로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본인이 한 구절을 쓰기

   위해서 수많은 글을 다 읽어보기 전에는.

     본인 또한 이런 형태의  글을 하나 기획을 하고  있었는데(실제로는 근

   10년 전에 만든 것이다.) 쓰지 못한 것이 그렇게  쓰면 독자들이 너무 어

   렵다고 하지 않을까 하여 어떻게 조금 더 쉽게  풀어낼 수는 없을까 고민

   하다가 세월이 흘러버렸고 이제는 그 글은 쓸 수가 없게 된 듯 하다.

     어떻게 써내건 누구를 본 떠라는... 느낌을 주게 될 것 같아서다.

     하긴 사람의 일을 어떻게 알겠는가마는.

     통신에서 열광하는 많은 글들을 책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 책들이, 독자들이 다 열광할만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음을

   찾아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찾아낼 수는 있되,  정말 그렇군. 하고 인정

   할만한 글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많은 독자들은 그 글에서 재미만을 느끼면 되지만 나는 재미와 함께 그

   가 작가로서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가를 따지기  때문이다. 작가로서의 자

   질을 가지지 않은 글은 그 자체가 반짝일 수는  있지만 그가 작가로서 계

   속 살아남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가 내가 보는 관점이기 때문이다.

     4권까지의 천사지인은 독자들이 밤잠을 설치면서 기다릴만한 힘을 가진

   글이었다.

     이것이 첫 번째의 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를 또  한 사람의 기대

   주로 선택함에 주저할 필요는 없다.

     지금 그에게 굳이 말하라면 글을 오래 끌지 않았으면..

     첫 번째 글이 너무 장편으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첫 번째 글에서 모든 걸 다 쏟아내면 그 다음에는  힘이 고갈 된다. 이

   미 한 번 이야기 한 적이 있었지만, 장편을 쓰는  습관이 붙게 되면 글을

   제대로 자신의 것으로 하기전에 글을 늘려먹는 나쁜 습관이 붙게 될 가능

   성이 크다. 좀 더 명확히 말한다면 글을  압축하여 독자에게 적은 지면으

   로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글을 압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직까지 조진행의 글에서 늘리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 일단 늘리는 글은 힘을 가지지 못한다.

     그리고 첫 번째 쓰는 글은 그간 쓰고 싶었던 것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음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여기서 경계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글을 통해서 다 할까 저어하는 까닭이다.

     할 말을 다 하는 형태로  글을 쓰게 되면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자신을

   돌아보면 글이 늘어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때부터 자판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글을 쓰고 보면 마음에 안들고,  하고픈 말을 다 하면  글이 이상하고,

   안하면 또 이상하고... 슬럼프는 그렇게 찾아오게 된다.

     어떻게 하건 그런 슬럼프는 글을 쓰다보면 누구나 다  오게 된다. 그런

   상황을 가장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압축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말을 아

   끼면서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그저 줄줄 쓰

   던 사람에게는 그런 능력이 존재하기 어렵다. 구조적으로 훈련이 되어 있

   지 않기 때문이다. 습관이란 그래서 무섭다.

     이 부분의 이야기는 굳이 조진행이란 후배작가에게  보내는 글이라기보

   다는 아마 다른 신진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 일터이다.

     수많은 작가들이 명멸해갔지만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자들은 기본이 충

   실한 사람들이었다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

     천사지인에도 몇가지 트집을 잡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요리사의 행로가 고룡의 옛것을  언뜻 생각나게 한다

   던가 하는 것들이지만 무협은 특성상 전인부답이라고 할만한 부분이 이제

   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서,  그런 부분들을 트집잡는다

   는 것은 말그대로 트집일 뿐이라고 생각하여 언급하지 않았다.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4권까지의 좋은 흐름을  뒤쪽으로 가면서 잃어버

   리고 같은 패턴을 반복하여 오히려 지루하게 만드는 愚를 범하지 않기 바

   랄뿐이다.

     천사지인의 조진행이 아니라, 십 년 뒤, 조진행의  천사지인을 거듭 일

   구어낼 수 있는 작가가 되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감코자 한다.

                        단기 4334년 5월 蓮花精舍에서 金剛.

                                                            


Comment ' 15

  • 작성자
    Lv.23 바둑
    작성일
    02.09.10 18:40
    No. 1

    캬.. 멋진 비평이셨습니다ㅠ_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금적신
    작성일
    02.09.11 03:06
    No. 2

    유장은..취생몽사를 말함인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금강
    작성일
    02.09.11 10:40
    No. 3

    유장(攸長)을 한마디로 풀어내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단순히 사전적으로 길고 오래간다.. 뭐 그렇게 말하는 뜻이 아닙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사람이 거대한 거목을 바라보면서 그 거목이 품고 있는 세월을 관조할 수 있는 깊은 숨결을 의미한다고 하면 비슷할 수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흑저사랑
    작성일
    02.09.12 18:52
    No. 4

    다소 내용이 늘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만..
    오히려 내용이 늘어진듯한 부분이 다른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듯하더군요..
    장편이 될것 같은데... 암튼 아직까진 볼만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김흥용
    작성일
    02.09.18 19:36
    No. 5

    말씀대로 장편으로 끝이 났지요... 본지 몇달 된거 같은데... 이제는 줄거리만 기억에 남는...
    읽을때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첫부분은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음글이 나온다면 조진행이라는 이름하나로 읽게 될겁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파천
    작성일
    02.09.18 23:08
    No. 6

    천사지인...제가 가장 잼게 본 무협소설입니다^^
    조진행님 화팅~~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AntiSociety
    작성일
    02.10.22 23:45
    No. 7

    조진행님의 천사지인을 처음봤을때 \"도를 따르면 악은 생기지 않는다\"라는
    훌륭한 말들이 많습니다 그것만 보면 전기가 척추를 타고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천사지인은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몸이 허약하다든지 칠정검칠살도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몸 한쪽이 불편하다든지 이러한 주인공들이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은 정말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한 건(漢 乾)
    작성일
    02.11.18 13:17
    No. 8

    도현님의 환락십오야 와 더불어 제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무협소설들중 하나입니다. 금강님이 비평을 하시고 작가로서 가야 할 조진행님에게 조언을 들려주신 자체가 앞으로 한국 무협소설을 이끌 기대주임이 분명합니다. 저또한 천사지인이 조진행님의 많은 역작들중 하나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을 전하는 전서구.
    작성일
    03.01.01 18:45
    No. 9

    역시 문주님이심미다.. ㅡㅡ;;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風神雷俠
    작성일
    04.01.10 20:38
    No. 10

    금강님의 비평을 보고 있으면 더욱 소름이 오르는군요 ^^
    천사지인을 읽었을때가 기억나는군요 .. 그때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인터넷에서 읽었습니다.. 처음 읽었을때 그 기억들.. 대학시절 무협소설을 구매하여 모으는 계기가 되었던 소설이었으니까요 ^^
    금강님 말씀처럼 항상 거름거름 발전하시는 작가분이 되셨으면 하는 하는 깊은 바램이구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絶對無敵
    작성일
    05.07.27 20:55
    No. 11

    천사지인 정말 재밋게 보았죠.
    칠정검칠살도 또한 무척 재밋습니다.
    그런데 요즘 기문둔갑 6권도 그렇고 선인지로 2권은 언제 나오는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Ling
    작성일
    06.10.22 15:40
    No. 12

    천사지인 특히 초반에 재밌었어요. 그리고 전 개인적으로 착한 주인공 좋아해서 더 좋았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4 상산연청비
    작성일
    08.08.04 14:38
    No. 13

    오랜만에 예전에 논단에 올랐던 천사지인에 대한 금강님의 평을 다시 읽어보니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곳에서 언급하셨던 그 그대주(조진행님)은 지금은 걸출한 인기작가가 되었으니 말이죠.
    천사지인 이후로 나오는 작품들 마다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제는 당당히 중견 인기작가로 우뚝 서버린 조진행님...
    금강님 말씀대로 기본에 충실해야함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금강님의 논단에 올랐던 예전의 신인작가들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문피아에 오는 즐거움중 하나임에 틀림었을 것 같습니다.
    문피아가 장르문학의 메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주씨세가
    작성일
    09.11.26 15:10
    No. 14

    많이 아쉬운 작품.
    특히,2부는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대중성을 의식했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군요.
    빈들 조진행씨 작품은 일단 재미는 있기때문에 작가를 보고 의심없이
    작품을 구입합니다만, 초반에서 중반까지 매우 훌륭하게 나가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것 같습니다.(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조진행님 작품중 개인적으로는 천사지인 1부와 기문둔갑의 중후반부까지는 그 독특함과 몰입력에 가끔식 다시 읽고 싶어지는 수작인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원죄
    작성일
    10.10.22 22:58
    No. 15

    천사지인..... 저만한 작품 찾는게 쉬운일이 아니지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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