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괴협전 2권까지를 보고...
사실 어떤 글을 전체를 보지않고 한 두 권을 보고 평하는 것은 위험한 일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전개될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야, 정말 잘썼다. 라고 생각하다가 참혹하게 배신(?)을 당할 수도 있고 뭐
이래? 라고 생각하다가 점점 좋아질 수도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언젠가 말했듯이 오래 책을 보고 파묻혀 살다보니 앞을 보면 대체로
뒤가 어떻게 짐작할 수도 있을 듯 하여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사실은 요즘 책들은 그 끝을 보고 비평을 하고자 한다면 앞을 다 잊어버려
서 비평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기에...)
한성수의 무당괴협전은 본지가 조금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여기에 다시 글을 쓰는 것은 몇마디 하고픈 말이 늘 머리 속에서
떠나지를 않아서이다.
그런 글들이 몇개 있지만 무당괴협전도 그중 하나다.
한성수는 전작 마왕협녀기에서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글은 습작으로서 썼더라면 상당부분 고쳐야만 했을 만큼 쓸데없
는 부분들이 많았다.
쓰지않고 축약해도 좋을 말을 구구절절히 쓰고 있다는 의미다.
(이 점은 지금 연재란에서 움직이고 있는 글들 대부분이 그런 오류를 범하
고 있다. 글을 아낄 줄 모른다는 의미다. 원고지를 무서워하지 않고 하고픈
말을 다 쏟아낸다. 그렇게 해서는 구성이란 그물을 제대로 짜기 힘들뿐 아
니라, 경지에 오른 필력을 가다듬기가 힘들게 된다.)
그런데, 무당괴협전에 와서는 거의 다른 사람과 같다.
많은 부분들이 간결해졌을 뿐 아니라, 글 자체의 느낌이 달라졌다.
마치 환골탈태를 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과연 이러한 느낌을 얼마나 가지고 갈 수 있을런지는 알지 못하겠다.
이미 2권에 와서 주인공의 성격이 조금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의 성패는, 주인공의 성격을 얼마나 제대로 유지하는가와 그러한 주인
공의 주변인과가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역시 옥의 티는 전에도 이야기 했던 한자의 사용이다.
한자의 사용이 많은 편인데, 역시 오류가 많다.
전보다는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여기저기 그런 흔적이 보이는 것이 아쉽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말한 바 있었던 '본녀'라는 호칭이 여전히 그대로 쓰이
고 있는 점도 아쉬웠다.
본녀라는 말은 신진작가들이 백안시하는 공장무협에서 파생된 국적불명의
괴이한 호칭이지만 뜻밖에도 통신 연재작가들중 적지않은 사람들이 그런 호
칭을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어 괴이하고 의아하다.
본녀나 중원십팔만리등은 소위 공장무협이라는 형태에서 만들어진 정말 엉
뚱한, 없는 단어라는 것을 사족으로 달고자 한다.
물론 틀려도 굳이 쓰겠다면 누가 말릴 수가 있을까마는.
하지만 글 자체만을 두고 볼 때 한성수가 한 질을 끝낸 다음, 가장 발전한
작가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을 것 같다.
그 발전을 얼마나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는지가 기대되기도 하고 궁금하기
도 하다.
건필을 바라마지 않는다.
한 해가 저무는 것을 보면서 연화정사에서 금강.
(2001. 12.08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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