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쌍협을 보고.
사마쌍협은 작가 월인의 두 번째 글이다.
그는 이미 전저 두령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었다. 하지만 전저를
언급하지 않고 이번 사마쌍협을 여기에 언급하는 이유는 이번 글이 전저
인 두령과는 비교할 수 없이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여기서 살펴보고자 한다.
사마쌍협은 첫부분을 일기라는 독특한 일인칭으로 시작한다.
원래 무협에 있어서 이 일인칭이라는 것은 강렬하기 힘든데다가 잘 쓰
기도 어렵다. 그런데 월인은 그 일기에서 맹렬히 사람을 빨아들이는 힘을
보여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사마쌍협은 평가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
이 일기의 일인칭 서술 부분을 논한다 해도 사마쌍협이 무협중 가장 뛰
어난 글의 하나라는데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기에.
그렇게 해서 전개된 사마쌍협의 3권까지 스토리의 흐름에는 도저히 두
령을 썼던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든 장족의 발전된 모습들을 보여준다.
두령은 독자에게 괜찮은 평을 받은 글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허점과 약
점들을 가지고 있었다.
본인은 첫글이라 많은 애착을 가진 듯 하지만, 실제로는 초보작가의 허
점과 여러 가지 단점이 눈에 보이는 글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사마쌍협에 있어서는 거의 그러한 점을 찾기 힘들다.
물론 감상란에서 논의된바 있었던 성격의 변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
것은 큰 일이 아니다. 사람의 성격이란 것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고,
그것을 정하는 것은 작가의 몫이기 때문이다.
무공을 연마하는 것도 기존의 패턴을 넘고자 애쓴 흔적이 역연하고 조
금은 지루한 듯 하면서도 흐름을 잘 끌어간 것은 작가의 능력이다.
철물점에서 병기를 얻는 것에서 월인의 발전된 모습은 좀 더 빛을 발한
다.
철물점내지 병기점에서 보검을 얻는 설정은 한국무협에서는 본인의 처
녀작인 금검경혼에서 처음 보여졌다. 그 뒤로 수많은 무협에서 그 설정을
차용했지만 그 설정이 변화된 것을 보기는 거의 힘들었었다.
그러나 월인은 그 설정을 가져오되, 나름대로 가공하여 보검에서 비롯
된 기연을 사람과의 인연으로 마감한다.
그러한 점들이 바로 이 사마쌍협을 조금 더 다른 글들과 차별되게 하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거의 매일 수많은 무협이 이미 20년이상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간혹 몇몇 독자들이 신선한 시도내지 보지 못했던... 이라고 말을 하는
글들이 있지만 실제로 그런 글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간에 성공과 실패가 다를 뿐, 모두 이미 나왔던 설정들이다.
밤낮없이 살아남기 위해서 밤을 밝히는 프로들이 남들이 쓰지않은 것을
그냥 둘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는 그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변
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월인은 그러한 점을 재구성이라는 무기를 사용하여 독자들 앞에 잘 벼
른 보검으로 변화시켜 내놓았다.
고아인 주인공은 외롭지만, 명문가의 장남인 부주인공도 외롭다.
그들의 행로는 아직 명확히 짐작되지 않는다.
하지만 쌍협이라는 이름을 보면서 독자들은 기대한다.
과연 이들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러한 기대치가 있기에 사마쌍협은 작가의 능력에 따라서 앞으로도 얼
마든지 더 독자들을 끌어들일 소지가 있다.
이 글을 보면서 본인에게는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용봉쟁휘(龍鳳爭輝)라는 신작을 과연 계속 써야하나 말아야 하는.
시작이야 다르지만 그 제목에서 보듯 거기에서도 두 사람의 주인공이
나타나서 움직이고 커가는 것이라 선수를 빼앗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첫단추를 꿴 것이 이미 십 년이나 된 무협임에도 내놓지 못하고 있던 것
이 내 게으름의 소치이니 누구를 탓할 것인가.
.....
서두에 월인을 굳이 작가 월인으로 칭한 것은 그가 이제 병아리 작가가
아니라 정말 작가라고 불릴만한 자격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다.
전업작가도 아닌 상태에서 틈틈이 글을 써서 이런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에 대해 월인에게 찬사를 보내며 이 글을 마감한다.
다만 옥의 티라면, 그처럼 완벽하다시피 사용하던 한자에서 표국(驃局)
이 무언가... 실로 아쉽기 짝이 없었다.
사마쌍협으로 내 탈고에 지장을 준 월인을 조금쯤 원망하며……
그래도 기쁜건 훌륭한 후배의 글을 본 것 때문일 듯.
단기 4335년 12월 마지막을 바라보며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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