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용
작품명 :
출판사 :
문피아 비평란에 처음 쓰는 글치고는 제목이 거창하지요? 내용이 좀 길지만 참고 읽어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흔히들 우리나라에 무협을 도입한 효시로 1961년 경향신문에 연재된 김광주님의 '정협지'를 꼽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동 작품은 대만 작가 웨이츠원(尉遲文)의 <검해고홍(劍海孤鴻)>을 원안으로 김광주 작가가 상당히 많은 살을 붙여서 태어난 작품입니다.
이후 와룡생 등의 작가 작품이 국내 도입되기 시작했고 70년대 중반에 최고조를 찍게 되지요. 그러던 중 김의민님의 '팔만사천검법’이라는 국내 작가의 창작 작품을 필두로 금강 문주님을 비롯하여 사마달, 검궁인, 야설록, 내가위, 천중화, 천중행, 와룡강 등의 창작 무협이 꽃피게 됩니다.
그러나 이후 틀에 박힌 구성을 벗어나지 못하여 80년대 중반까지 점점 쇠퇴해가는데 이 때 등장한 것이 바로 김용의 '영웅문 (원제:사조영웅전)'이죠.
고려원에서 1986년에 번역 출간한 이 작품은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어 베스트 셀러 자리에 올랐고 그 인기를 바탕으로 영웅문 2, 3부에 이어 그의 14종 작품이 전부 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고룡, 양우생 등의 작가들의 대표작들도 번안되어 출간되었습니다.이 시기는 무협의 중흥기이기도 했지만 사실상 한국무협에는 악몽과 같은 시기였습니다. 오히려 국내 창작무협은 더더욱 독자의 관심에서 벗어나게 되었죠.
물론 이런 상황이 오히려 한국의 신무협이라는 장르가 싹을 틔우기 위한 거름이 되고 토대를 마련하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만....이건 뒤에 다시 나오니 잠시 접어두겠습니다.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제가 이야기 안해도 많은 분들 아시는 내용일텐데... 근데 이렇게 장황하게 쓴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이 때 국내에서는 무협에 대한 분기점이었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이 때 무협 소설의 role model이 된 것이 바로 김용이라는 점이죠.
1980년대 후반의 무협지 독자라면 당시 청소년에서 장년층까지의 연배가 주력일텐데 이는 바꿔 말하면 현재 30~50대까지의 연배의 계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들의 기억속에 가장 인상 깊은 무협지를 묻는다면 그게 무엇일까요? 과반 이상은 김용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사해 본 것은 아닙니다만....)
그렇다면 비교 대상이 김용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마치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판타지 전체의 role model이 되고 이영도님의 '드래곤라자'가 국내 판타지의 role model이 되는 것 처럼요...
다시 이야기를 잠시 되돌려 보겠습니다.
국내 무협의 암흑기인 80년대 후반에 김용의 소설이 그렇게 붐을 이루었던 요인은 무엇일까요? 과장되지 않은 설정과 역사를 도입한 점 등 여러 요인을 꼽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글 솜씨입니다. 치밀한 전개와 완벽한 구성으로 당시 국내 무협지에 식상해 있던 독자들에게 무협지가 아닌 소설로서 인정을 받은 것입니다.
솔직하게 이야기 해서 당시 대본소 무협지의 일.반.적.인 (전체가 다 그랬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구성은 기연, 음모, 음약 그리고 절대무쌍의 주인공과 절세미녀들이 주류였고 이야기의 플롯은 고정된 채 이름만 바꾸고 우르릉 쾅 같은 의성어로 페이지나 잡아먹는 삼류였습니다.
그런 대본소 위주의 무협이 당당한 소설의 한 장르로 인정 받을 수 있게 한 것은 그의 공로입니다.
이후 국내 창작 1세대 분 중의 한분이신 금강 문주님이 '발해의 혼'과 같은 대작을 통해 우리 무협의 가능성을 다시금 보여주셨고, 하이텔 무림동과 같은 PC 통신을 통해 용대운님이나 좌백님 같은 2세대의 선두 주자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지요...이후 장경, 운중행, 풍종호, 이재일, 진산 등의 신진 무협 고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우리 무협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또다른 분기점....그게 바로 90년대 중반의 일입니다.
따라서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향후 10년 이상은 김용이 무협지에 관한 비평이 나올 때는 basic한 role model로서 계속 인용되고 비교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10년 정도 지나면 용대운님, 좌백님, 이재일님, 풍종호님의 글을 처음 접하고 자란 세대들이 주축이 되어 비교를 하게 될 것이고요...
마지막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첫번째 김용의 의미는 현재 국내 무협지 동호인의 주축 세력에 큰 영향을 미친 장르 문학의 효시이자 role model이다.
두번째 판타지라는 장르도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나 이영도님의 '드래곤라자'와 같은 role model과 계속 비교 되는 것처럼 무협에서도 김용과의 비교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세번째 세익스피어나 찰스 디킨스의 문학이 미친 영향은 크지만 그의 문학이 계속 role model로서 남아 있지는 않고 고전으로 남아가는 것 처럼 김용 또한 시간이 지나면 고전으로 남을 뿐 그 지위는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이상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약간의 뱀다리...]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국내 2세대 작가분들의 위업은 놀랍습니다.
단지 그 다음의 뒷물결인 요즘 신진 작가분들 (누구라고 이야기는 않겠습니다....)...지금처럼 가다가는 앞물결을 밀어내기는 커녕 점점 뒤쳐질 것 같아 그게 두렵습니다....선배들을 능가하는 필력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국내 문학 하시는 분들이 귀연이의 소설들이 잘 팔리는 걸 보고 자기가 지금까지 고뇌하면서 글을 써온 그 삶에 대한 회의가 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계속 김용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에 다름 아닐 겁니다. 최소한 소설을 소설답게 쓰기 위한 노력을 당부 드립니다.
Comment '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