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장경
작품명 : 산조
출판사 : 로크미디어
개인적으로 장경님의 팬이고 암왕 같은 경우는 족히 5번도 넘게 봤을 정도로 장경님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근래 들어서 새로운 시도로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주고 계십니다.
산조가 나오고 문피아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리더군요.
대가의 귀환이다. 장경님이 엄청난 작품을 가지고 왔다면서 극찬을 하는 부류와 그 분들의 눈치와 문피아 여러 독자들의 눈치(사실 문피아의 장점이기도 하면서 단점이기도 한 부분인데, 90년대 중반부터 계속 글을 써오고 계신 작가님들의 골수팬들이 많다보니 그 분들의 작품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저도 그 중의 한 사람이구요^^;;)를 보면서 나는 별로 감흥이 없던데... 읽기 너무 힘들더라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분이 그것입니다. 즉 다 보긴 봤는데 특별한 것도 없더만... 킬링타임용을 되겠더라와 같은 중간 의견이 없죠.
왜 이렇게 반응이 극단을 달릴까하고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다 떠오른 생각이 근자에 많이 얘기되는 의견 중의 하나인 장르문학의 주류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문피아 회원들이 인정하는 것이 요즘 장르시장의 주독자층은 10대 중후반부터 20대 초중반이다는 것과 소위 말하는 먼치킨에 읽기 쉬운 책이 대세다라는 것이죠.
비뢰도(호불호를 떠나), 묵향 이후로 유입된 새로운 독자층들은 책을 보면서 생각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앞뒤로 뒤적이고 연관성을 찾고 조각을 끼어맞추고 한 문장 한 문장 음미하고 작가의 의도를 헤아려 보는 것을 싫어합니다(능력이 딸려서 작품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싫어합니다).
그렇다보니 주독자층을 맞추지 못하는 신인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기성작가들 중에서도 이미 확보해 놓은 팬들이 있는 분들은 근근이(문자그대로 근근이) 살아남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이미 지는 별들도 제법 됩니다.
요즘 나오는 장르소설의 대부분이 주인공에게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중심이 아니면 살아남기가 어렵습니다. 근래들어 시점이 분산되는데도 인기있는 무협판타지는 숭인문을 제외하고는 못 본거 같습니다. 또한 문장이나 내용 자체도 음미해볼 구석이 없습니다. 먼치킨이냐 아니냐는 둘째치고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히 설명을 해버립니다. 독자가 상상이나 생각을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그냥 작가가 타이핑 놓은대로 책장을 쉽게 쉽게 넘기다가 다 읽고 나면 대여점에 반납하고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주류가 이렇다 보니 주인공이 나오는 분량이 적다거나 책을 보면서 앞뒤로 뒤적이며 내용의 연관성을 찾고 몇 번이나 읽으면서 음미해 본다는 책은 손에 꼽을 정도로 구하기가 어렵게 된 것 같습니다.
또한 이런 책들을 주로 읽다보니 기존의 독자층들의 취향도 많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장르문학의 특성상 스트레스 푼다고 책을 보는데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글을 읽는 것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죠.
세계가 인정하는 작가, 신필이라고까지 불리는 김용의 작품도 현재 우리나라의 시장에 갓 진입했다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보여지네요. 특히 영웅문1부, 3부 같은 경우는 1권에서 주인공이 안 나옵니다. 겨우 6권인데도 불구하고요. 천룡팔부는 소봉, 허죽, 단예 3명을 중심으로 글을 써다보니 시점이 엄청나게 분산되죠. 천룡팔부를 처음 보던 때가 생각나네요. 단예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중간에 반절은 안 나오던... 또한 녹정기는 먼치킨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지루하기 이루 말할 수 없죠.
많은 분들이 현재 우리나라 최고의 무협이라고 일컫는 군림천하 같은 경우도 초반에 주인공이 고생만 하고 지루하다고 안 읽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네요. 얼마전 산조에 대한 비평란에 댓글이 엄청나게 달린 글이 있었죠. 많은 댓글 중에 이런 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논쟁이 벌어진것 자체가 일부 독자들이 장르문학을 낮잡아보기 때문에 일반 문학에서는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표현들조차도 수준낮은 장르문학이기 때문에 작가가 지식이 부족해서 저런 표현을 쓰는거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좀 안좋습니다."(85번 운보님의 글)
기존의 독자들은 지엽적인 문제로 장르문학의 비판하기에 여념이 없고 새로운 독자들은 생각하는 글을 싫어하고...
산조가 시험대에 오른 것 같습니다. 산조를 명작반열에 올리고 소장하는 분들은 제법 있을 지언정 대박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이렇게 좋은 작품이 조기종결 나지않고 다만 무사히 끝맺기만을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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