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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
16.01.22 00:59
조회
1,864

제목 :  스카이 나이츠 - 창공의 기사단

작가 : Kestrel

출판사 : 없음.
 

네. 예전에 한번 살짝 비평요청을 받았습니다만, 이래저래 일이 많아 차마 못했던 작품입니다. 지금에 와서야 제가 몇 자나마 감평을 적으니 부족함이 클 겁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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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단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면의 완결성을 가집니다. 그런데 스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읽기 쉽다’ 라고 평해지는 상당수의 소설은, 하나에서 두 문장이 곧 한 문단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스마트폰 시대의 한정된 화면에서 눈에 쏙 들어오고, 또한 사람들이 웹소설을 읽으려는 주된 목적, 즉 복잡한 일상을 보내느라 이미 오버히트 상태인 뇌용량을 되도록 적게 사용하면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으려는 목적에 부합되지요.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에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쉽게 읽힘을 선호하며 이것이 트랜드다 주장하는 대다수의 독자들이, 글을 좋아한다 말하면서도 사실은 두 문장 이상을 한 번에 읽기 싫어하는 무늬만 활자 중독자거나, 조금만 어려운 내용이나 지식적인 부분을 담으면 ‘재미없다’ ‘늘어진다’ 라고 투덜대기 십상인 귀차니스트들이자 휘발성 컨텐츠 성애자들이며,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그저 불쏘시개 양판소의 방식이라서가 절대 아닙니다.

 

그것은, 글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규격을 종종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문단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면을 표현합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소설을 사건의 전개와 그 장면의 연속으로 보았을 때, 한 문단은 만화의 한 컷에 해당됩니다. 만화는 컷으로 사건과 장면을 압축하지만, 소설은 문단이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만화 한 장, 그 페이지의 컷수가 많다 해서 독자는 보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효율적으로 배치되지 않았다면, 컷끼리 서로를 중복침범해서 그 페이지 자체를 난잡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그 컷이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를 망가뜨립니다. 소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한 문장 = 한 문단. 짧아서 보기 쉽다고는 하나 이 원칙을 지키는 소설을, 읽기 쉽다는 여러 소설 중에서 그동안 그다지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스나는 그 역현상으로, 일단 하나하나의 문단이 매우 긴 편입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장면이 한 문단 안에 들어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 문단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 전달에 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 라노벨에서 보기 힘든 방대한 설정이, 1인칭의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해야 하는 글 속에도 충분히 녹아난다는 점에서, 스나는 충분한 합격점입니다. 그러니 그 정보의 원활한 전달을 위해서 한 문단은 한 장면만을 표현하고,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전쟁물의 공중전이라는 스피디하고도 격렬한 장면 하나하나에 필요한, 보다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한 문단은 한 줄이어도 되고 30줄이라도 상관없습니다. 필요하니까요.

 

1의 문제로, 제가 제대로 이해를 못했을 가능성을 크게 잡고 싶습니다. 2와 3은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2. 이세계에서 ‘이쪽의 상식’ 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그에 따른 합당한 설명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주인공이 초반 항명할 때, 비록 결과가 좋아도 내리는 순간 경을 치겠구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야단 섞인 칭찬이나 듣고 있군요. 그렇게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 그렇게 패망한 군대를 저는 알고 있습니다. 바로 구 일본군이죠. 뭐, 그 결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고...

 

아무든 결코 모든 것이 넉넉지 않을 개척자 집단에서, 그래도 있는 자원 없는 자원 다 들여서 귀중히 양성한 항공 엘리트가. 졸업식 당일 날부터 조직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정말 나쁘게 말해서 최소한 본전은 뽑고 죽어줘야 할 녀석이 첫날부터 나 뒈지겠소~ 영웅인 척 나대고, 더부살이 신세라고는 해도 신분빨에 밀려 아무 처벌도 못하고 도리어 당일로 다른 세력에 빼앗긴다... 일단 여기서 몹시 당황했습니다.

 

녀석의 항명은 이후로도 계속됩니다. 뭔가 대단한 빽이 있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 목숨이 몇 개나 되는지 나서고 또한 무사하고, 감금되어서도 고작 일개 소위란 계급을 내세워 엄연히 직속상관 이외에는 명령이 통하지 않을 다른 부서인 의무병들을 압박, 숙소에서 벗어나 산책도 할 수 있군요. 이 장면에서, 녀석이 아직까지 총살당하지 않은 이유를 비로소 납득했습니다.

 

이 군대는 당나라 군대였던 겁니다.(반은 농담입니다만, 절반은...)

 

이 외에도 설정상의 문제점이라면, 황제는 바지사장이고 의회가 다 해먹는 에르데에서, 계승권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이는 무려 8황녀의 위세가 엄연히 타집단인 필그림들에게 ‘ 나 이 녀석 맘에 들었으니 데려갈래’ 가 통할 정도로 매우 세 보인다든가 같은...

그런 부분에서 납득하지 못하는 요소가 쌓여간다면, 독자는 거슬림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설정의 부분이니 전적으로 작가님의 마음입니다. 다만 그 결과는 감수하셔야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3. 전쟁물에서는 전략적 목표가 필요합니다.

  

초반 설정은 흥미롭습니다. 또한 앞으로 주인공은 다수의 전투를 통해 성장하며 또한 작고도 큰 여러 인연과 사건을 모아, 마침내 무언가의 목표점에 도달하겠죠. 전쟁물, 밀리터리물이란 건 그런 것을 매력점으로 잡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후 몇 화를 살펴본 결과, 주인공의 행동 및 각 세력에 있어서 ‘쳐들어오니 나가서 막고, 싸워서 물리친다.’ 같은 그런 전술적 목표라면 모를까, ‘이 행동으로 장차 무엇을 이루겠다’ 라는 전략적 목표가 꽤나 불분명합니다.

 

현재 필그림의 터전인 홈 아일랜드는 원래는 평행세계에 속한 타인의 땅. 모종의 사정으로 어른이 아닌 아이들을 위주로 한, 또한 침략도 수단으로 삼을 정도로 절박한 이민단을 연차적으로 보내야 하는 지구의 사정은, 포스트 서드 그레이트 워에 따른 혼돈 파괴 망가 의 시대겠지요. 그래서 사멸 직전의 인류, 그 씨앗의 보존을 위해 마침 발견한 신세계로 아이들을 보낸다는 것까진 좋습니다만, 그 거대한 목표에 비해 모성인 지구와의 연계가 불분명합니다.

 

모성이 건재하고 이곳이 미래를 대비한 개척을 위한 식민지라면, 그에 따른 상호간의 정치적 연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쉬이 안 보이고, 그저 종족보존의 이민이라고 치기에는 신세계는 적 투성이. 그냥 툭 던져놓고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것은 또 아닐 텐데 인력 이외의 지원은 다소 미흡하고... 물론 페름 독트린 및 그에 앞선 지구측의 동맹파기 선언이 떡밥이 되어 그 목표를 장차 밝혀주겠지만... 초반 홈 아일랜드의 존재목적이 ‘앞으로도 이대로는 결코 쉽지 않은, 그럼에도 강렬한 개선의지가 그리 보이지 않는 그저 현상과 운에 기대는 생존’ 처럼 보이는, 그런 불분명함은 글 전체의 색채를 제법 흐리게 합니다.

 

또한 이민한 지구인 출신의 입장이라면, 그리고 결코 장난으로 보내지는 않았을 그 일원이라면, 어떤 형태로든지 사명감이라든가 동기부여가 된다면, 현재의 주인공의 입장에 바로 ‘뚜렷한 색깔’ 이 부여되고 그것이 곧 주인공의 매력이 될 텐데 말이죠. 아쉽습니다.

 

신세계인 테라에서의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전쟁은, 남이 보긴 웃길지 몰라도 당사자는 나름 심각한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여기서 벌어진 전쟁은, 초반부에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할 그 개전의 이유조차 다소 불분명합니다. 또한 주인공측은 여전히 싸우고는 있습니다만 이 전쟁의 끝, 장차의 그 목표점이 휴전이냐 정전을 통한 평화냐, 아니면 역공을 통한 장래의 위협 완전제거냐... 적어도 아군 및 적의 최고 지휘부가 생각할만한, 속셈이 있다 해도 겉으로 주장할 수 있는 그런 전략적인 부분이 보다 뚜렷하게 있다면?

 

그것으로 스나라는 자동차가 가는 그 바퀴로서 오늘도 열심히 굴러가는 주인공의 방향성 역시 정해지며, 그것이 곧 독자의 길이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적어도 44항공기사단이 발족된 시점쯤에서는 각 세력의 전략적인 목표가 어느 정도 드러나야 하며, 주인공 또한 그에 편승하든가 목표의식을 갖고 저항하든가, 그런 목표가 향후 독자가 이 글을 따라갈 동기부여가 되는 셈이지요.

 

이 자동차는 나름 멋있습니다. 주인공이 굴리는 바퀴는 부드럽고 잘 굴러갑니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지, 잘 알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밝혀지겠지만, 초반에 다소 과하게 짙은 안개 속을 달리는 자동차입니다.

 

4. 묘사는 충분히 합격점 초과. 유려합니다.

   

단점만 늘어놓은 것 같은데, 이 소설은 밀리터리 물이 지향할 몇 가지 요소를 잘 갖추고 있습니다. 적어도 전투 자체에서의 개연성은 큰 흠을 잡을 수 없으며, 또한 크게 어렵지는 않아도 꼭 필요한 전문적 단어도 사용이 적절합니다. 즉 문단 사용만 적절하다면 묘사는 충분히 합격 그 이상이며 속도감도 살아 있습니다.

 

베었다, 슥삭, 쾅, 꾸에엑, 죽었다. 그런 간결함을 가장한 귀차니즘 묘사가 넘치는 이 마당에서 이 독특함은 큰 장점이며, 다소 과하다 싶은 설명도 빠져들면 친절해지는 좋은 배려가 됩니다. 이 점은 관련작을 쓰시는 분들이 참고하셔도 좋을 부분입니다.

 

다만 작가님이 앞으로도 밀리터리 라이트노벨을 지향하며 세밀한 정물화급 묘사를 지속하신다면, 적절한 문단 나눔을 통해 가벼움과 스피드를 보여주시며 지금의 묘사 수준을 강화하시든가, 아니면 좀 더 크고 장대한 그림을 그리고자 하실 경우 지금의 묘사를 유지하시되 스토리의 결말을 위한 보다 대국적이고 전략적 수준의 목표점을 꾸준히 제시하시는 편이 좋을 거라 보며, 몇 자(아니잖아) 끄적임을 마칩니다.

 

문단을 적절하게 나눠주고 상황에 있어 조언을 해줄 좋은 편집자가 있다면, 글 자체만으로도 3배쯤은 더 좋아질 겁니다.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Kestrel
    작성일
    16.01.22 03:43
    No. 1

    전에 무리하게 부탁드린걸 아직도 안잊고 계셔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른 곳에서 감상평을 요청했을때도 '문단의 부재'라는 말을 들었는데 여기서도 같은 말이 나왔네요. 국어공부나 다시 해야겠습니다..... 한동안 해외에서 살고 있다보니까 아무래도 그런 쪽에서는 많이 헷갈리는군요.

    여러 군데에서 제시해놓았던 (그리고 까먹었던) 떡밥을 다시 환기시켜주신것도 감사드립니다. 디테일에 연연해하다보니 전체적인 그림을 놓치고 말았군요. 앞으로의 연재분에서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비평 정말 감사드립니다. (벌써 pdf로 저장까지 했습니다 XD)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일
    16.01.23 11:24
    No. 2

    1년이나 지나서 했음에도 충실하지 못한 것을 저장 씩이나 ^^;;
    앞으로도 건필 호필하시길 바랍니다. 꾸벅~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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