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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란

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작성자
Lv.6 F.카프카
작성
12.12.24 15:56
조회
4,144


명랑호빗님의 쪽지로 비평을 요청하여 주셨기에 이렇게 비평을 씁니다.

하지만, 비평이라기에는 개인적인 감상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그럴만한 것이 아직 분량이 적어 작가님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어떠한 형식의 글을 추구하며, 그로 인해 목적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을 아직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 비평이 감상의 형태를 취하고 또한 요소비평에 머물 수밖에 없음을 미리 언급합니다. 


그리고 혹여나 작가님께서 기분이 상하실 내용도 있더라도, 아니 분명 기분이 많이 상하실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 글이 작가님의 작품을 폄하하거나 공격하려는 의도에 의한 것은 전혀 아님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우선, 본 작품 “우주 서사시-새로운 세계”는 제목 그대로 “서사시”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서사시”는 이야기가 스팩타클 해지거나 스케일이 무한히 커질 수 있는 장점을 가지기도 하지만, 반면에 캐릭터가 서사에 함몰되는 역효과를 낳기도 합니다. 물론, 그 두 가지를 전부 잡은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서사와 등장인물 간의 균형이 잘 잡힌 서사시를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본 작품 “우주 서사시-새로운 세계(이하 ‘작품’)”를 예로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2570년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흐른 시점이죠. 얼추 계산을 해도 560년의 시간이 흐른 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배경’이라는 소제목의 서두를 깔고 갑니다. 이 설정의 세부 내용에 대한 가타부타를 말씀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아직 극의 초반이기도 하고, 설정은 말 그대로 작가님의 설정이니까요.

이런 시간적 비약을 뛰어넘고 독자에게 그런 비약을 설득하기 위해서 SF장르들이 취하는 방식이 보통 이렇게 시대적 배경을 설정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시대설정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작품들은 이야기가 미시적으로 진행이 되며, 이런 미시적 차원에서 거시적 시대배경과 그 시대의 당위성이 드러나죠. 어떠한 설정 설명이나 해설 없이 사건으로만 모든 것이 표현 가능한 글입니다. 사실, 후자의 방식이 전자보다 좋습니다. 다만, 이렇게 쓰기 위해서는 우선 설정이 어설퍼서는 안 되며, 설정을 상회하는 수준의 필력이 필요하죠. 필력을 문장력으로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필력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 그 자체입니다.

 

아무튼, 본 ‘작품’은 전자의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장황한 설명을 독자가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죠. 출판 인쇄되어 나온 책이라면 쉽게 앞을 들춰 볼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 연재 되는 것을 앞으로 돌아가서 확인하고 다시 돌아올 만큼 끈기 있고 성실한 독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수작이랄만한 글들은 우선 설정이 단순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만큼 명확하죠. 


게다가 이런 복잡한 설정이 다수의 등장인물과 어우러지게 되면 극악으로 치닫습니다. 본 ‘작품’은 독자가 시대적 상황을 인지하기도 전에 등장인물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오고, 그렇게 쏟아져 나온 인물들을 인지하기도 전에 역시 이야기가 급진적으로 전개 됩니다. 그렇게 되면 독자는 배경도, 인물도, 이야기도 따라가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것은 다분히 이야기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두 번째 문제입니다. 


그럼 두 번째, 구조의 문제입니다. 

‘작품’의 이야기 구조는 2570년대와 진희력으로 시작되는 2589년의 교차방식으로 진행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독자가 따라갈 수 있게끔 인도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보자면. 프롤로그는 진희력이며, 1화는 설정, 2화는 2570년대, 3화는 다시 진희력을 꿈꾸는 시점이고, 6화는 다시 또 진희력입니다. 

그런데 독자에게 이런 시대적 배경의 변화에 인도해주는 매개가 없습니다. 이런 매개로써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건이나 소품을 사용하는 것이죠. A라는 시대에 B라는 물건(혹은 사건)이 C라는 시대에도 동일하게 존재하고, 그것으로 하여금 등장인물이나 사건이 엮여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죠. 음... 설명이 잘 되었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공간과 시간의 교차 방식의 전개는 작품 전체에 깔려 있는 반면 그에 대한 설명과 인도는 많이 미흡합니다. 갑자기 여기로 갔다가 저기로 갔다가 하는 이야기를 독자가 따라가기 힘듭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메시지 부분입니다. 명랑호빗님이 대충 무엇을 말씀하려하시는지는 예상이 되기는 합니다. 다만, 거기에 이르는 방법은 조금 다듬는 편이 좋습니다. 

골드만의 소설사회이론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아무리 판타지 소설이라도 현실을 반영하게 되어있죠. 현실세계의 사람이 현실세계의 도구(언어)를 가지고 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명랑호빗님의 글에서도 이렇게 현실을 반영한 부분이 보이는데, 대충 북한을 모티브로한 1인 독재와, 파시즘을 위시한 정치세계를 언급하려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리고 거기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갈등도 말씀하시려 하시겠죠.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봐도 그렇고 대사들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말하는 데 있어서 TV토론 등에서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방식이 지나치게 희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번 대선 토론을 모티브한 부분은 꽤 취약한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련된 풍자를 하기 위해서는 대상이 되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죠. 

작가주의로 점철된 작품들 대다수가 싸구려 취급을 받는 이유가 이것을 할 줄 아느냐 못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자신의 의도와 대상을 세련되게 숨기느냐, 아니면 그렇지 못하고 치졸하게 드러내느냐의 차이는 명작을 만드느냐, 프로파간다가 되느냐의 차이입니다. 

  

문장에 관해서는 따로 말씀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조언을 드리자면, 구어체와 문어체의 구분을 명확히 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등장인물의 대사에서도 그렇지만, 지문의 서술에서도 상당히 많은 구어체를 사용하시는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사생님이 댓글로 많이 말씀을 해 주셨고, 후반부 가서는 많이 나아지시는 것 같아 이부분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께서 상당히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신 것은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이 잘만 엮으면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함에 있어 “글”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한다면, 더욱이 그것이 “소설”이라면, 독자의 이해도를 염두 하여 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며 본 평을 마무리 합니다. 


기분이 상하셨다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언제나 좋은 글 쓰시길 바라며,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F.카프카 드림.



Comment ' 7

  • 작성자
    Lv.13 사생
    작성일
    12.12.24 18:50
    No. 1

    우억... 왜 제 이름이 여기서;;; ㄷㄷㄷ
    읽다가 놀랐습니다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F.카프카
    작성일
    12.12.24 22:31
    No. 2

    사생님 댓글도 날카로우시던데요~^^ 잘 보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이가후
    작성일
    12.12.24 19:40
    No. 3

    정말 훌륭한 비평이네요.
    비난하기 위한 글이 아닌, 단순한 문장 구조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글의 내용과 전개 방법, 설정에 관한 모든 것을 꼼꼼하게 써주셨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F.카프카
    작성일
    12.12.24 22:32
    No. 4

    가후선생님, 감사합니다. 훌륭하긴요. 저보다 훨씬 잘 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회사에서 급히 쓴거라 다듬지 못해 명랑호빗님께 죄송하죠. 다른 분들보다 명랑호빗님께 도움이 되셨으면 했는데 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12.24 22:42
    No. 5

    음..약간 세부팩트가 안맞긴 한 게 있긴 하지만 전체내용은 모두 타당하네요. 명확한 지적입니다. 이 점을 적극반영해서 더 나은 소설을 쓰도록 노력하겟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F.카프카
    작성일
    12.12.24 22:49
    No. 6

    명랑호빗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하네요. 세부 팩트가 맞지 않는 것은 제가 아마 명랑호빗님의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건 제 불찰이 가장 크겠죠. 비평을 쓴다면 두어번은 더 읽어보고 써야 하는데 급히 쓰느라 그러질 못했네요. 양해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12.24 22:52
    No. 7

    뭐 카프카님이 헷갈려하실 정도면 다들 헷갈려하시겟네요. 조만간 다듬어야겟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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