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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벰버 레인

작성자
Lv.28 pi******
작성
15.05.08 23:56
조회
2,640

제목 : 노벰버 레인

작가 : 다스게일

출판사 : 없음


안녕하세요. 노벰버 레인의 애독자 중 한 명입니다. 작가님의 비평 요청에 대하여 총대(?)를 매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의 : 당연하지만 이하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2015년에 ‘노벰버 레인’을 처음 읽은 독자임을 밝힙니다.





다스게일 작가님께서는 ‘노벰버 레인’이 어째서 어느 정도 이상의 인기, 즉 조회수나 선작수를 얻지 못하고 있는지 궁금하신 것 같더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모르겠습니다.  

-_-;;


정말 재밌는 작품인데 사람들이 왜 안읽지? 하는 뜻으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이게 감상글이었다면, 저는 애독자이므로, 그렇게 썼을지도 모르겠지만, 비평이란 모종의 기준에 의거하여 글의 특성과 장단점을 파악하는 글이므로 ‘왜 인기가 없는지’에 대한 답변은 드리기도 어렵고 적절치도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질문들은 떠오릅니다.


잘 쓴 장르소설은 어떤 소설인가?

인기있는 장르소설의 요건은 무엇인가?

2015년 현재 장르소설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요소는 어떤 것들인가?


물론 이 짧은 글에서 다 밝힐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되지 않습니다.

이하 제 주관에 의거한 글임을 미리 밝히며, 번호를 붙여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1.

노벰버 레인은 잘 쓴 장르소설인가?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이 소설에 대하여 리플이나 추천글 등으로 ‘잘 썼다’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픽션이 갖추어야 할 요건들이 있겠지요. 기본적인 문장력, 최소한의 개연성. ‘노벰버 레인’이 이 정도 요건을 못 갖추었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더 나아가 대중소설이 갖추어야 할 여러 미덕들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흥미로운 소재, 매력적인 캐릭터, 탄탄한 플롯, 집중력을 잃지 않는 연출력 등. 더 많이 있겠습니다만 이 정도 생각납니다.

모든 걸 다 갖출 수는 없습니다. 저는 ‘노벰버 레인’이 이 중 캐릭터와 연출력에 강점이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캐릭터에 대해 말해 보겠습니다.


검투사 프로스트와 14세 소녀 스미레가 이 소설의 양대 주요 인물들입니다. 주요 인물이 더 나올 것 같기도 하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분량 중에서는 그렇습니다.

둘 다 성향이 분명하고, 이런저런 상황과 이런저런 관계 속에서 본인들의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삐뚤어졌지만(...) 인간미를 갖춘 남자와 예쁘고 바르고 밝은 소녀의 잘 어울리는 페어입니다. 남자는 강하지만 약점이 있고 소녀는 연약하지만 부드러운 힘이 있어 앞으로 서로를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이 예상되므로(아니면 어떡할..)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조연들도 (악역 포함하여) 매력이 있습니다. 무뚝뚝하지만 내 환자에게는 따뜻한 의사양반이라든지 작품 내에서 숨쉬기를 담당하고 있으나 존재감은 개쩌는 개라든지 여자 후려서 진급했지만 능력 출중하고 마음속에 한 칼이 있는 군인이라든지, 예쁘고 강하고 단호하지만 고독을 품고 있는 마피아의 딸이라든지, 크리스차니티를 몸소 실천하는 유전자 변이 격투 챔피언이라든지. 꽤 많아서 다 열거할 수가 없네요.

아마 ‘노벰버 레인’ 읽으시는 분들 중 ‘프로스트 귀여워’ ‘스미레 같은 딸 하나’ ‘스카 짱’ 이런 심정으로 읽으시는 분들 꽤 있을 거예요.


작가님도 아마 캐릭터의 매력을 잘 알고 노리고 쓰시는 거라 생각합니다. 전개상 꼭 필요치는 않으나 독자의 긴장을 풀어주고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꽁트처럼 들어간 부분들이 꽤 있습니다.


비평이니까 한 말씀 드리자면, 그러다 캐릭터가 붕괴된다는 점입니다. -_;;


 ‘노벰버 레인’에는 소위 ‘캐붕’이 아주 없지 않습니다. 정주행하다가 식겁하여 리플 하나 달았죠. 캐릭터 만들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고.

특히 프로스트와 스미레의 관계성에서 그런 문제가 나타나는데 고독한 밑바닥 검투사 프로스트가 갑자기 14살짜리 꼬맹이 여자애랑 투닥투닥 잘하는 것도 어색하고요,

가까웠던 남자한테 된통 당한 스미레가 별 불안 없이 프로스트랑 같이 사는 것도 어색합니다.

물론 작가님께서 최소한의 개연성과 심리 묘사를 마련해 두셨습니다. 아주 납득 못할 바는 아닙니다. 특히 프로스트의 경우에는 그의 어찌보면 어린애같은 내면 세계가 점점 드러나면서 어색함이 많이 사그라들었다고 생각됩니다. 작가의 이런 문제해결능력(?)이 ‘잘 썼다’ 와 ‘그저 그렇다’를 가르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스미레는, 제가 보기에는, 캐붕했습니다. 물론 천성이 밝고 순수한 아이이긴 하지만, 아버지를 잃고 눈칫밥 먹으며 자라다가 숙부에게 몹쓸 짓까지 당한 상처받은 소녀 스미레와, 프로스트가 말 몇 마디 서운하게 했다고 도시락으로 복수하는, 무슨 귀여운 아내의 귀감 같은 스미레는 전혀 다른 인물입니다. 전자도 후자도 해당 장면에서는 대단히 박력 있기 때문에 더 혼란스럽습니다.


‘노벰버 레인’을 계속 읽어 나가면서 저는 이게 작가님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직까지는, 혹은 앞으로도) 이 소설은 스미레의 내면을 깊이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독자는 캐릭터의 매력적인 부분에 집중하여 읽으면 되는 거겠죠. 선택과 집중! 어쩌면 스미레가 생각보다 중요한 인물이 아닐 수도 있고요.

더 나쁘게는, 작가님이 스미레의 두 가지 측면을 다 포기 못하시고 그때그때 장면에만 충실하신 것일 수도 있지요.

스미레가 중요한 인물(이 될 예정)이라면, 이런 점은 독자의 감정 이입과 공감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순간순간의 재미와 인물 조형의 깊이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셨을 테고, 앞으로도 고민해보셔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두 번째로 연출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여기에 대해서는 비평이라고 할 만한 말씀을 드릴 수가 없으므로 짧게 끝내겠습니다.

‘노벰버 레인’은 전투씬 내지 격투씬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소설입니다. 실제 격투기에도 조예가 있으신 듯 기술 묘사가 박진감이 넘치고요, 어쩌면 기술 묘사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는 전투씬에서의 상황 변화 및 반전 등등...

잠시 광고글이 되겠습니다. 개쩝니다. 여러분 꼭보세요. (....)

캐릭터 부분에서 말씀드렸던 인물들의 매력도, 인물들이 얽히고 서로 대화하는 장면에서 대사빨(?)이나 장면 묘사 등 기본적인 연출력이 받쳐주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겠습니다.



세 번째로 제가 딱히 ‘노벰버 레인’의 강점으로 꼽지는 않았던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다고 그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든가 하는 건 아닙니다.

먼저 소재의 흥미로움에 대해 말씀드리면, 작가님은 이 작품이 SF라고 하셨고 다양한 배경들이 나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사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고립된 도시, 퇴보한 문명 등은 혁신적인 소재는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SF그 자체지요.

제가 보기에는 다양한 배경들, 설정들, 소재들보다는 전투씬의 박력이 글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설정들은 그것들을 받쳐주며 잔잔히 깔리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것으로 좋지 않을까요. 대단히 유니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플롯에 대해 말씀드리면, 아직 갈길이 멀다고 하셨으니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 어떤 사건이 일어날까 흥미진진해서 읽는다기보다는 오히려 적들이 너무 많은데 프로스트가 이길까 질까, 이놈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프로스트가 이길까 질까, 오 이번에 이놈은 진짜 엄청난데 프로스트가 이길까 질까, 호기심으로 다음편을 클릭하게 됩니다.

그건 플롯보다는 연출력의 문제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현재 떨구어져 있는 떡밥들이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글이 훨씬 더 재밌어지거나 그냥 이기고지고 이기고지고의 반복으로 지루해지느냐의 기로에 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미쌍관으로 말씀드리자면 ‘노벰버 레인’은 충분히 잘 쓴 장르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점이 뚜렷하고, 그 장점들의 수준이 워낙 높으며,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면서 어느 정도 균형도 잘 잡고 있습니다.


2.

인기있는 장르소설은 무엇인가?

2015년 현재 독자들이 좋아하는 장르소설은 어떤 것인가?

‘노벰버 레인’은 그런 소설인가?



먼저 좀 투덜거려 보자면 ‘노벰버 레인’은 충분히 인기있는 것 같은데요. 그게 인기가 없는 거면 저 같은 떨거지는 상대적 박탈감이 흙흙ㅋㅋ

농담이고요, 저도 ‘노벰버 레인’이 ‘잘 쓴’ 정도에 비해서는 ‘인기가 없다’는 데 동의합니다. 선작수 7천 8천씩 찍고 매회 조회수 1만이 넘어가는 작품들도 있는걸요. 그 작품들도 물론 매우 잘쓰신 작품들입니다만 ‘노벰버 레인’이 잘 쓰기로 딱히 뒤처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인기있는 장르소설의 요건은 무엇인가?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알고 싶습니다.


‘노벰버 레인’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말씀드렸지요. 참 고전적인 캐릭터들입니다. 클래식합니다. 강하지만 고독한 검투사, 상처받았지만 밝고 예쁜 소녀...

‘레옹’ 같죠. 분위기가 그렇다는 거지 캐릭터가 겹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벤저스’의 시대입니다.

‘노벰버 레인’의 캐릭터들은 원하는 바가 있지만 그걸 입밖으로 내어 말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도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 알아가겠죠. 성장하면서 상처도 받고 그러겠죠. 이미 그러고 있고요. 품위 있습니다. ‘잘 쓰셨’지요.

‘영웅본색’ 같네요. 역시 유형이 그렇다는 거지 캐릭터가 겹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은 ‘킹스맨’의 시대거든요.


요즘 나오는 소설들이나 영화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원형적인 인물이나 배경보다는 메타적인(?) 요소들, 꺾고 비틀고 원형에서 벗어나는 작품들이 인기를 얻는 것 같습니다.

회귀하고, 갑질하고, 헌팅하고, 돈벌고, 세계정복하고, 뭐 그런 내용의 소설들이 인기라고 하는데, 물론 그러한 소재들은 어느 정도는 대리만족만을 위한 것이기도 할 겁니다.

그렇지만 이전의 소설들... 적당히 눙치고 연출하고 우아하게 꾸미고 알 듯 모를 듯 암시하면서 뭔가 있어보이는 주제의식을 구가하는 작품들에 대해 ‘그런 것은 필요 없어’ 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소설들에서 뭘 얻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사실 장르소설이라는 것도, 소위 ‘순수문학’들에 비하면 그렇잖아요. 90년대 후반 이후 한국 장르문학의 전성기(?)는 그렇게 시작했던 것 같은데요.

더 직접적으로, 더 분명하게, 알기 쉽게, 인간의 욕망 더 가까이.

독자로서 제 취향과는 상관없이 저는 트렌드는 거스를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트렌드에 맞추어 인기를 얻는 작품들은 저질도 아니고 시류에 영합한 쓰레기도 아닙니다. 기민하고 직정적인 작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취향은 아닌 경우가 많지만요ㅠㅠ


다시 강조하자면 ‘노벰버 레인’은 클래식한 편이에요. 배경은 근미래지만 감성은 오히려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풍이에요. 인물들도 매력적인 것과는 별개로 그 성격은 전형적이고,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입니다. 물론 의도하신 바이겠지만, 어떤 독자들에게는 세련되지 못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례대로 떡밥이 회수되고, 전개 절정을 거쳐 대단원을 맞고, 고뇌와 고난을 거쳐 인물이 성장하는 소설에 대해,

어떤 독자들은 ‘그럴 필요가 있어?’ 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는 거죠.

그건 그 독자들이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고, 원하는 게 달라서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비평 요청하셨던 글에서 어느 분이 리플로 ‘SF’라는 장르가 진입 장벽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셨는데, 그것도 같은 맥락 아닐까요.

역사가 오래고 정의조차 복잡한 SF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고전적인 향기요. 음악으로 치면 재즈 같은, 수많은 소설들의 자양분이 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진면목을 잘 모르는.


그런 것을 굳이 찾아볼 필요를 못 느끼는 분들께 ‘노벰버 레인’은 호흡이 느리고 군더더기가 많으며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또 어떤 독자들에게는 어중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어떤 ‘인기작’들에 비해 인물의 내면을 깊이 다루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인간본성의 탐구까지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얽히면서 역시 어떤 ‘인기작’들에 비해 개연성 있게 전개되어 나가지만 또 미스테리 명작 소설 급은 아닙니다. 그럴 의도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요. 이 소설은 인터넷에서 연재되는 SF장르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순수문학부터 펄프픽션까지 적당히 골고루 읽으면서 90년대 후반 이후 한국 하이판타지의 세례를 받은 독자에게는 대중성과 작품성이 균형잡힌 멋진 작품으로서 큰 재미와 감동을 주지만, 다른 독자들은 다른 것을 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를테면, 좀더 분명하고 좀더 빠르고 좀더 노골적인?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그렇게 쓰신다고 해서 인기가 더 올라갈까요?

저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

개인적인 감상



저는 사실 이대로 좋아요. 스타일을 바꾸시기보다는 장점을 강화하셔서 오래도록 연재하시는 것이 인기 상승의 비결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글을 좋아하시는 분들을 끌어모으고, 이런 글에 관심없었던 분들을 일부 돌려세울 만큼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더 인기있는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막 쓰여졌기 때문에 향후 조금씩 수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혹시 그럴 리는 없지만 의도치 않은 논란이 발생하면 삭제할 수 있습니다. ㅠㅠ

**작가님 팬이에요! 비평이랍시고 제 글보다 더 열심히 썼어요! 작가님 리플 달아 주thㅔ요! 연참해 주thㅔ요!!! 제발~~



Comment ' 3

  • 작성자
    Lv.23 정현진
    작성일
    15.05.09 00:10
    No. 1

    오오... 엄청난 정성이 듬뿍 느껴지는 비평글입니다. 사랑받고 계시는군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다스게일
    작성일
    15.05.09 00:46
    No. 2

    안녕하세요, 다스게일입니다. 우선 대단히 정성스러운 비평글에 감사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몇 번이나 위아래로 왔다갔다하면서 정독했네요. 이렇게 깊이있게 분석해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분석한 것을 보니 스스로 안 보이던 부분들이 보이네요. 역시 자기 글은 자기가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맞나 봅니다.

    좀 상세하게 얘기를 해 보자면...
    1. 일단 지적하신 여성 캐릭터(스미레)의 문제에 대해선 확실히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제가 '소녀'의 내면에 이입하기 어려운 점도 있고 독자의 절대다수가 남자라는 점도 중요한 고려 대상입니다. 마치 하이틴 로맨스 소설의 남캐들이 남자가 읽기에는 상당히 객체화되어 있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요. 이 점을 잘 짚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 SF적 소재는 그게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정도의 평이 나온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 정도면 대단히 잘 된 결과라고 생각하니까요. 인물, 배경, 이야기에 다 욕심을 부리다가는 사단이 나기 마련이죠.

    3. 캐릭터 내지는 스토리텔링의 클래식함에 대해서는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인데,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확실히 최근으로 올수록 더 인스턴트하고 직정적인 캐릭터 및 이야기가 인기가 있죠.

    예를 들자면 비슷하게 폭력적인 이야기인 '베르세르크'와 '간츠'를 본다면, 전자가 클래식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면 후자가 최근의 성향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베르세르크의 매의 단 부분 이야기는 클래식하게 잘 만들어진 플롯의 절정을 보여주죠.

    그렇다고 아무 생각없이 죽이고 벗고 막가는 간츠가 매력이 없는가? 그건 아니었거든요. 양자 모두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영화 시나리오와 해외 베스트셀러 장르소설가(주로 스릴러 계열)의 창작론을 기본으로 스토리텔링을 배운 사람이라서, 확고하게 따르는 원칙이 다수 있습니다. 어떻게 기승전결을 만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캐릭터의 입체성과 관계를 생성해야 하는지, 플롯은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등등...
    확실히 말씀하신 대로 '클래식' 하죠.

    영화나 이런 베스트셀러 단행본의 특징은 부분 부분의 완성도가 아니라 '전체'의 완성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 예컨데 이 영화는 10분부터 30분까지 재미없으니까 중간에 영화관에서 나갈래, 라고 하지 않으니까 - 매 장면에서의 즉각적인 자극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점은 확실히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를 해 주셨네요. 앞으로도 여러 번 생각해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아주 좋은 비평글 감사드립니다.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고민해서 재미있는 글을 써보려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6 바람과불
    작성일
    15.05.09 01:43
    No. 3

    킹스맨의 시대라는 표현에 '천착穿鑿'하여

    논하겠습니다.
    (저는 해당작품을 읽지 않아 비평이나 해당작품에 대해서는 논할 수 앖음을 밝힙니다)

    킹스맨의 시대 : 클래식의 시대

    로 대비하여 표현하려 하신데...

    말하고자하는 바는 공감이 갑니다.
    심지어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킹스맨이라는 영화를 흥미롭게 본 제 입장에서는
    클래식과 맞은 편에 서 있는 작품으로서 킹스맨을 거론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들어서 씁니다.

    클래식은 원래 당대에 유행하는 대중음악이었고
    그것이 시간이 흘러 당금의
    시간이 흐름에도 여전한 가치를 지니는
    '고전' 비스무레한 뉘앙스를 가지는 표현이 되었죠.

    저는 차라리 킹스맨이 클래식의 적자/계승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본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 본드 시리즈와는 다른
    기름기를 쫙 뺀 액션과 그에 어울리는 작품분위기에

    사람들은 열광했지요.
    그러면서도 본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도도히 흘렀습니다.

    배트맨은 다른 히어로물에 비해 한물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일 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다크나이트 3부작으로 평가를 역전시켰구요.

    킹스맨도 기존 첩보물이 가지는 클래식함에서 비평글에서도 나온 표현대로
    꺾고 비트는 지점이 분명하게 있습니다.

    B급 호러영화에서나 보여주던 날 것 그대로의 잔인한 장면연출이라던지
    철저하게 훈련받은 엘리트요원이 아닌 편모가정의 비행청소년이 주인공이라던지...

    하는 것들이 기존에 볼 수 없는 비틀기와 꺾기가 되겠지요.

    하지만 그러한 잔인한 연출을 통해 감독이 말하는 바를 역설적으로 더 드러낼 수 있었고
    이는 영화말미 음악에 따라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기적 존재들의 머리가 터져나가는 것을
    마치 축제처럼 포장한 부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비밀무기, 독자적 비밀조직, 아지트, 세월을 견디는 계승적구조등

    과거 첩보물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2014~2015를 살아가는 지구인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변주한
    (국가에 따라 큰 편차없이 고르게 흥행)

    그러면서도 이면에 메세지가 흐르는 영화 '킹스맨'은

    차라리 클래식의 적장자라고 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여기서의 클래식은 중의적인 의미가 있지만,
    첩보영화의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본드 시리즈라 보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의 요지를 파악하실 수 있을 겁니다.)

    댓글 작성합니다.

    본 댓글은 철저히 킹스맨에 대해 논하고 있음을 다시 밝힙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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