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어떤 문장을 쓰고 있더라도, 종종 번뜩이며 이어질, 혹은 후에 사용하면 좋을 문장들이 스쳐가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쾌재를 부르며 받아적고, 나중의 글을 쓸 때 다시 써먹게 되는데, 나중에 보면, 미친 듯이 현재의 글에 집중해, 계속해서 사고로서 그 글을 추적하며, 사고와 글의 궤적이 같은 글보다, 순간적인 영감이 번뜩였던 그 때의 글이 훨씬 번잡스럽고 잘라낼 것이 많다.
분명히 기발하고 독특한 맛이 있는 문장들이었고, 단어들이었는데,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보면, 그건, 말하자면 집중력의 차이다. 사고의 흐름이 글을 계속해서 쫓듯이, 혹은 쫓기듯이, 추적하듯이, 혹은 추적당하듯이, 글과 엎치락, 뒤치락 하다 보면 그 순간 재깍재깍 튀어나오는 것이 거의 다 기발한 문장이요, 치밀한 구성이다. 평소 구성이나 글쓰기에 대한 훈련만 잘 되어 있다면, 그리고 자신의 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꿰뚫고 있다면, 초고(草稿)가 만족스럽게 튀어나오는 것인데, 만일 글을 쓰면서 그 문장에 어울리지 않는 다른 문장이 생각났다거나 하면, 그건 그 다른 문장이 아무리 기발하더라도, 이미 글에 대한 집중력이 흐트러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집중력이 흐트러졌으니 현재의 글이 엉망이 되고, 또 어떻게든 그 문장이나 단어를 써 보려고 진땀을 빼니, 구성이 자연스레 흐트러지고, 어딘가 어색한 내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 이렇게 튀어나오는 문장들은, 글을 쓰면서 지금 서술하는 내용 다음을 미리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튀어나오는 것인데, 그런 사고의 흐름 속에서 내가 보와 왔던 글들, 단어들, 문장들이 내 내면의 사고에서 조용히 혼재되어 웅크리고 있다가, 번뜩이며 밖으로 표출되는 것인데, 이 번뜩임이 현재의 방향에서가 아니라, 미래의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면, 현재의 글이 자연스레 망쳐지고, 또한 미래의 문장을 서술할 때에도, 더 미래의 글을 생각하고 있으니, 현재의 글이나 미래의 글이나 모두 다 망쳐지고 있는 것이다.
역시 그런, 자신이 어떤 글을 써야 할 지 미리 정해 놓지 않았고, 전혀 윤곽조차 잡히지 않는 글을 쓰면서, 그런 주제에 벌써부터 미래를 고민하는 것이니, 글은 자연스레 망쳐진다. 이런 때에야말로 유독 비문이나, 오타 등이 초고에서 발견되게 되는 것이다.
글을 쓰기 전에서부터, 끊임없는 사고의 정제(精製)를 통해, 나아가야 할 바를 명확히 하고, 주제를 선명하게 각인시켜 놓아야만이, 자신의 정신을 현재에만 집중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니, 처음의 그 문제는 글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 글을 쓸 때에는 길게 생각하고, 모든 걸 마음속으로나마 정해 놓은 다음에,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듯[走馬加鞭], 글과 밀고 당기고 해야 하는 것이다. 요컨대 소설가란 분들은, 그런 종류의 훈련과 일에 매우 능통하고, 글을 쓸 때 현재에 계속해서 집중하는 데 탁월하신 분들인 듯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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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비문이 많이 나오는가, 그리고 왜 구성이 많이 어긋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쓴 글입니다. 딱히 올릴 곳을 찾지 못해, 그냥 비평총론의 형식으로 올립니다. 이것도 초보 작가들에 대한 비평이라면 비평이랄 수 있지 않을 까 싶어...
제 주제에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참 주제넘습니다만은.
p.s. 최근 박상륭 소설을 주로 탐독하다 보니 이런 글쓰기가 나와 버렸습니다. 알아서 독해해 주십시오. 이건 글의 내용에 나와 있는 그대로의 방법으로 계속해서 현재의 글에만 집중해 마구마구 써내려간 글이기 때문에, 가장 최근에 읽은 글의 문체가 제 멋대로 나와버린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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