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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 '안개비'비평입니다.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
13.04.06 23:05
조회
3,776

 

 작가: 하저도

 작품: 안개비(문피아 연재작)

 

기본 구성: 추리 소설을 쓰시는 분이라 그러신지 상당히 구성이 치밀합니다. 개연성이 훌륭합니다. 복선 및 떡밥(복선까지는 아니여도) 회수 잘하십니다.

 

중간 중간 아무 설명 없이 떡 던지십니다. 그리고 약 5~10페이지 정도 지나가면 그게 뭐였는지 나옵니다. 처음에는 좀 당황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갑자기 주인공이 공사판에 가서 ‘조씨’를 찾는데 이건 누구지 했거든요. 알고 보니 소녀들의 아버지... 뒤에 가서, 소녀의 블로그 비밀번호를 알아내면서 얻은 정보였다, 그리고 비밀번호는 브로마이드에 있었다 대략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와 함께 연결되면서 나오는 식입니다.

 

 

기본 내용: 주인공이 살인 사건에 용의자로 지목되었다가 혐의를 풀고, 경찰과 협조하여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으면서 점점 스케일이 커지고 있습니다.(코난의 검은 코트 집단 수준은 아닌데 거대한 실체가 있는 듯합니다.)

 

1.주인공. 주인공은 대학생입니다. 그리고 중국집 배달부입니다.

작가 분이 왜 중국집 배달부로 주인공을 설정했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나오더군요.

주인공.. 현실적인 먼치킨입니다. 이제부터 짱깨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지우십시오. 그는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습니다. 대단한 기억력과 논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연예인 급으로 잘생겼습니다. 직감도 좋고 순발력도 좋습니다. 경제력만 없네요. 열심히 알바 중...

 

기억력의 예: 취조 당하는 중

디지털 카메라. 기종은 제이 알 줌 팔공(JR-Zoom80). 색상 적 포도주색. 사십 팔 미리의 유브이 필터 장착. 액정 아래 왼쪽에 불량화소 하나가 옥에 티죠. 작은 아가씨 생일 선물로 올봄인가?

 

참고로 자기 카메라가 아닙니다. 동네 꼬마가 들고 있는 카메라입니다. 몇 번 봤던 카메라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내용 추가: 몇 번이고 아이가 주인공에게 자랑질을 해서 기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네, 똑똑합니다. 나중에 사교육 하나 없이 전교였나 반에서 10등 안에 들어서 대학교를 간 다음 배달 알바로 등록금을 벌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EBS 열심히 본 듯...

 

작가 분이 경험이 많거나 작품을 쓰기 전에 치밀하게 사전 조사를 하신 것 같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전문 지식(?)에서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건 직접 보시면 바로 아실 내용이라 예시를 들지 않겠습니다.

 

특징1. 적절한 구체어의 사용.

또 등장하는 많은 구체어(현대, 한국이 배경이니 거기에 걸맞은)가 작품의 생생함과 신뢰성을 높입니다.

수없이 많은데.. 그냥 하나 기억나는 걸 꼽자면 ‘배터리’ 대신 ‘항공용 배터리’를 등장시킵니다. 주인공이 그걸 들려다가 으윽, 무겁다. 하거든요. 전 항공용 배터리는 본 적도 없습니다만 은연중에 그래, 무겁겠지라고 납득을 합니다. ‘무거운 배터리’보다 ‘항공용 배터리’.. 좋은 어휘 선택이신 것 같습니다. 현실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징2. 인간적인 전개.

주인공의 능력은 사기(이능력이 없는 소설인 것 감안해서 사실상 상위 0.1%, 아 경제력은 없나..)에 가까운데 전개가 인간적입니다.

 

예시1)

잘하면 따라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급한 데로 112에 신고라도 하려했다.

마음은 그랬지만 달리면서 번호를 누르는 게 쉽지 않다. 자꾸 엉뚱한 숫자가 찍히고 있었다. 차라리 더 빨리 달려 밴을 쫒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사기 캐릭터라면 112는 말할 것도 없고, 철인의 심장으로 주민등록번호 누르고 우물 정(井)자까지 손쉽게 눌렀을 겁니다. 하지만 일부로 실수하는 저 대목을 집어넣어서 급박함과 현실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예시2)

얼굴 알면 죽을까 봐 감았단 말이야! 왜, 그런 말 있잖아. 얼굴을 알기 때문에 순순히 풀어주질 않고 죽여 버린다는……."

수연 은 몸을 부르르 떨며 말끝을 흐렸다. 생각해보니 그것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못 봤어. 어두워서. 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입니다. 그리고 인간적이죠. 보충하자면 소위 막장 전개가 없습니다.

 

특징3. 심리묘사.

심리 묘사가 늘어지지 않습니다. 간결합니다. 추리물에 제 격이죠. 또 섬세하기도 하고 굳이 오바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보통 2~3줄 정도로 빠르게 처리합니다. 수갑을 차는 장면, 형사에게 끌려가는 장면 등에서 속도감을 높이고 인물의 심리를 쉽게 전달하는 원동력은 간결한 심리 묘사입니다. 2줄 정도로 필요할 때만 처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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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아쉽거나 어색한 점.(매우 주관적)

1. 주인공이 너무 똑똑 

아주 어색한 것은 아니고요. 조금... 그랬어요. 진행하려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형사들보다 많이 똑똑합니다. 코난이나 김전일은 천재였다는 천하에 둘도 없을 수식어가 붙습니다. 그런데 우리 기훈(주인공)은 그냥 평범한 대학생에 배달부거든요. 그럼에도 너무 비범하달까요. 좀 더 강렬한 설정을 넣어주시는 게 어떨까요.

 

구체적으로 본문을 보시죠..

--

"그래 뭐 그렇다 치고, 자네가 경찰이라면 이제 뭘 해야겠나?"

"당연한 거 아니에요? 윤미 윤정이 사망한날로 추정되는 칠월 십육 일 하루 동안의 그 아줌마 행적을 파악해야죠. 사망 추정시간이 불분명 하니까 그날 하루 서울에 혹시 왔다거나…"

"사망추정시간 은 왜 분명하지 않을까?"

"그거야 뭐. 아시겠지만 아이들 시신이 ‘ㄴ’ 자 모양으로 누워 있었잖아요."

모든 경찰들이 이번엔 하던 일을 멈추고 기훈을 바라보았다.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던 것을 말해주는 기훈이었다.

 

"아이들이 누워있는 위치를 보세요. 거실 귀퉁이 쪽으로 니은(ㄴ) 모양으로 누웠죠. 그 이유가 천장의 에어컨에서 나오는 찬바람이 직접적으로 잘 받는 곳이기 때문 이죠. 아이들을 죽인 후 에어컨을 낮은 온도로 설정해서 계속 틀어 놓았던 것이죠. 그러면 사체의 부패속도가 늦어지기 때문에 사망추정 시간을 정확히 추정하기 힘들도록 하려는 의도 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여름이구 무척 더웠거든요. 아니, 그 이유 보다는 어쩌면 부패해서 나는 냄새가 퍼지는 시간을 의식했다고 봐야하겠죠. 요즘은 의학이 발달해서 사망추정 시간정도는 곧 알아낼 수 있으니까요."

--

형사들이 몰라서 물어보고 주인공이 술술 답합니다. 어.. 엄청난 놈이다. 한국의 코난.. 기훈(주인공 이름), 넌 경찰대에 갔어야 했어...

[내용 추가: 작가분의 말에 따르면 천재까지는 아니고 매사에 관심이 많고 노력파라고 합니다.]

 

2. 심각한 분위기인데 약간 깨는 서술이나 대사가 있음.

이건 순전히 제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본문: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은 기훈 은 불쌍하게 죽은 윤미, 윤정 자매를 생각 하노라니 평상시 군만두 서비스라도 하나 챙겨주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가들아. 이 못난 알바를 용서해다오.’

 

나중에 또 나오는 문장.

이것으로 두 공주님께 군만두 서비스 하나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던 죄책감을 조금은 씻어낼 수 있었다.

 

뭔가 어색하고 비극적인 느낌을 약화시킵니다.

좀 더 비극적인 서술과 대사는 안 될까요? 굳이 군만두에서 올드 보이가 생각나서 깼던 건 아니고요.... 죽은 아이들을 불쌍히 여기면서 만두 서비스라도 더 챙겨줄 걸.. 하는 건 조금 가볍지 않나 싶습니다.

 

 

3. 용어 주석 부분에서

중간에 형사들 대화에서 똥개가 나오자, 똥개(은어 : 개털, 잡범) 라고 써주셔서 바로 이해가 갔습니다.

그런데 공사판 인부들 이야기에서 ‘시다’가 나오더군요. 시다바리인가 싶었는데 잘은 모르겠더군요. 이런 것도 옆에 추가 설명해 주시면 좋지 않았을까요? 저만 몰랐던 건지도..

 

4. 숫자 표현

아라비아 숫자 표현과, 국어 숫자 표현을 섞어 쓰십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아라비아 숫자로 다 통일하는 게 나아 보여요.

1시, 4시

한 시, 네 시

이렇게만 쓰면 덜한데, 빼곡한 문자들 틈에 있으면 아라비아 숫자로 쓰는 게 확 눈에 들어옵니다. 추리 소설은 다른 소설에 비해 숫자(시각,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죠)들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더 눈에 잘 띠게 숫자로 써주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띄어쓰기까지 종종 틀리시니...

ex) 백 삼 동 -> 103동, 쓰시기도 훨씬 편하지 않을까요.

 

5. 독자를 헷갈리게 만드는 표현(저만 그랬을지도 모름)

 

본문 대사중 

"꼬마는 어떤가?"

이건 기훈을 풀어주고 나서 경찰서장의 대사입니다. 따라서 저 대사의 꼬마는 주인공인 기훈입니다. 기훈은 대학생이지요. 꼬마라는 호칭이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바로 아래 대사에서 꼬마가 기훈을 의미하는 걸 알 수는 있습니다. 또한 또 역시 나중에 나오는 본문,

[서장은 기훈에게 상당한 호감을 느꼈다. 그 에게도 또래의 자식이 있다 보니 비교가 되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럼 서장 나이가 대략 40대에서 60대 사이일 테니까 대학생한테 꼬마라고 해도 괜찮습니다. 작가님의 안배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몇 페이지 전에 실제로 증인 중에 진짜 ‘꼬마’가 언급됩니다. 저의 경우 저 대화 부분만 본 순간, 머리에 바로 그 카메라를 들고 있던 꼬마를 떠올렸거든요. 그러다가 다음 대화를 중간까지 읽고 나서 기훈으로 대상을 수정했습니다. 순간 헷갈렸던 것이지요. 명확하게 호칭을 달리 해주셨으면 어떨까요?

대학생 꼬마? 이상한데... 딱히 떠오르지는 않네요.

 

6. 문단을 한 칸씩 띄울 때(엔터를 칠 때) 규칙성을 못 찾겠습니다.

대략 이 정도 쓰고 띄면 보기 편하겠다, 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일관성이 없어서 어색합니다. 분명 연결되는 상황인데 엔터를 치시고, 비슷한 상황에서 어떨 때는 치시고, 어떨 때는 안 치세요.

 

짧은 예시) 

문장1: 한 번에 두 명이나 죽인 잔인한 살인마답게 침착하고 냉정하였다. 여죄를 추궁하면 분명히 다른 사건들도 줄줄이 엮여 나올 것만 같다.

(한칸 띄고)

문장2: 게다가 놈 은 자신 이 마음먹고 휘두른 주먹을 아주 쉽게 피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기분이 상당히 상했다.

 

둘은 긴밀한 연결 관계에 있는 문장입니다.(전부 바로 바로 연결되는 형사의 독백) 굳이 한 칸 띄울 필요가 없지요.

 

긴 예시) 그냥 본문 그대로 붙여넣기입니다.

  이제는 그중 네 개의 의자만 사용되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빈 의자를 치우거나 치우려 하지 않았다.

"역시 수연이가 차려준 밥이 제일로 맛있어."

"엄마한테 말해 줄께."

"어머니가 차려준 밥은 영순위지."

수연의 미소를 바라보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렸을 땐 철딱서니 없는 계집애라며 패고 놀리던 기훈 때문에 울기도 참 많이 울어야했던 수연 이다.

 (엔터 1)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밥 많이 먹고 푹 쉬고 있어. 공부도 좀 하고! 요즘 너무 놀더라?"

"놀기는 이 사람아, 등록금 대출 갚느라 허리가 휜다!"

 (엔터 2)

"그러게 아빠가 등록금 빌려 준다니까 뭔 깡으로 안 받아? 나중에 졸업하고 직장 다니면서 천천히 갚으라잖아! 여윳돈 있어서 좀 빌려 준다는데 뭐 그리 어려워서 그걸 안 받아? 아르바이트 하랴, 공부하랴, 도대체 뭘 제대로 하는 거야? 응? 만날 철가방 들고 다니면 공부할 틈이나 제대로 있겠어? 응?"

수연의 잔소리는 가끔 할 말 없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기훈 은 그런 수연의 재잘거리는 입술로 두부를 한 조각을 떠먹여주었다.

"두부 쉰 듯 한 냄새 안나?"

"어머, 그래? 음? 음…"

조금 맛을 음미하던 수연이 기훈의 등짝을 쩍! 소리가 나도록 후려쳤다. 눈물이 글썽일 정도로 아팠지만 고통의 신음성만큼은 남자답게 참아냈다.

 (엔터 3)

"야! 너 손이 얼마나 매운지 알아?"

"잔소리 듣기 싫으면 듣기 싫다고 말을 해! 나 학원 간다. 빈 그릇만 설거지통에 담가두고 쉬고 있어."

"알았어! 공부 열심히 해. 오빠랑 손잡고 같은 학교 다니려면."

"히힛, 나 오빠랑 같은 학교 다니면 해보고 싶은 거 있는데……."

"뭔데?"

"앗! 나 늦었어. 나중에 말해 줄께 안녕!"

"짜식! 만날 쇼핑이나 다니면서 짐꾼으로 부려먹을 생각인 게지?"

 

엔터를 언제 치시는지 통일성을 발견하지 못하겠습니다.(있다면 죄송합니다.)

규칙을 정하고 문단을 띄우는 게 좋습니다. 내용의 일관성, 통일성이나, 시간의 경과, 혹은 상황 전환 등등.. 뭔가 있어야 해요.

어떤 분들은 보기 편하라고 3~4줄 문단 쓰고 바로 띄고, 대화 하나마다 띄는 분도 있고, 큰 흐름의 전환이 없다면 쭉 가시는 분도 계시고 그건 개성인데요. 문제는 통일성입니다. 

 

 

 

7. 내용상의 오류(?)

제가 보면서 이상하게 여긴 점인데

 

의문1)

본문1. 형사의 말

칠월 십육일 오후 한시 장미 아파트 백 삼동 천백사 호에 자장면, 볶음밥, 군만두 이렇게 배달을 갔어. 그리고 그날 오후 네 시, 그릇을 찾으러 가서 조윤미 윤정 자매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집에 있는 금품을 훔쳐 달아났으며 그로부터 사일 후 칠월 이십일 오전 열시 이십 분경 아파트 주민 신고에 의해 사체발견...(중략)

 

보통 중국집 음식 먹고 나면 그릇을 밖에 내다 놓잖아요. 그런데 그릇 찾으러 가서 어떻게 들어간 다음에 죽였을까 싶더라고요.

[내용 추가: 작가 분의 말에 따르면 자매와 친한 사이이기 때문에 열어줬다고 합니다.]

 

 이건 단순히 제 생각인데 중요한 것은 다음..

몇 페이지 뒤에 나오는 말:

그러니까 오후 한 시경 이라는 말이야! 자네는 한시 삼분 아파트 입구를 들어섰지만 나오는 시간은 십칠 분 후야.(충분히 살인하고 나올 수 있는 시간이라는 말.) 그러니 십오 분 정도면 충분한 시간 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이것은 순전한 오류로 보이는 것이.. 앞뒤에 문장이 기본적으로 일치를 안합니다. 4시에 그릇을 찾으러 가서 살해했다면서 왜 1시가 나오는 거죠? 죽인 건 4시라면서요. 

[내용 추가: 사망 시각이 정확히 나오지 않았는데 형사, 서장이 주인공을 압박하기 위해 대략적인 시간을 댄 것이라고 합니다.]

 

의문2) 

 

경찰들들은 흉기에 지문이 있는 것을 결정적인 단서로 기훈을 범인으로 지목합니다.

근데 심문 중에 서장이 어떤 흉기가 사용되었는지 고의로 말을 하지 않습니다. 서장은 아직 기훈을 범인으로 확신하고 있지 않기는 합니다. 하지만 보통 칼이나 망치 등을 직접 보여주면서 네가 이걸로 죽였잖아? 이렇게 나가지 않나요? 범인을 심리적으로 흔들려고요. (이건 제가 잘 몰라서 든 의문일 수 있습니다.)

 

의문3) 별 것 아닌 의문일 수 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경찰들은 기훈을 범인으로 거의 확신하고 있죠. 서장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온화한 태도를 보이기는 하는데 시계와 머리핀이 사라졌다는 기훈에 말에, 거짓으로 만들어낸 것 아니냐고 말해야 좀 더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 증거물 자체를 무시하지 않을까요.

주인공의 대사: 

이 사진들 속에는 시계와 머리핀이 없어요. 누군가 가져간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래? 얼마나 비싼 물건이기에 가져 간 것이지?"

대신 애초에 없었던 것은 아니고? 이게 좀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의문4) 

주인공의 상황입니다.

CCTV 정지화면은 그만이 자신을 알아볼 정도로 흐릿했다.[제 1문장]

CCTV 화면의 제 모습은 그 어느 곳에도 피 같은 흔적은 없습니다.[제 2문장]

이 CCTV 화면의 제 옷은 그날따라 눈에 잘 띄는 흰 티셔츠를 입었군요.[제 3문장]

전 그냥 흐릿하다고 해서 거의 식별이 힘들구나라고 이해하고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식별이 힘든데 피 흔적하고 흰 티셔츠라니? 이상하다. 흐릿하다는 걸 보니 칼라 CCTV는 아닐 거고(칼라 CCTV는 왠만하면 선명하잖아요.) 그러면 흑백 CCTV겠고, 그럼 상대적으로 오래된 아파트란 이야기군. 그런데 낙후된 흑백 CCTV에서 피 같은 흔적이 작게 묻어 있다면 잘 보일까. 선명하게 잡히는 화면에서야 결백을 주장할 수 있지 않은가. 만약 피투성이라면 쉽게 파악이 될 텐데 바보가 아니라면 그 상태로 빠져나올 리가 없겠고... 애초에 형사들은 치밀한 범죄(등록금을 벌려고)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주인공이 치밀하게 옷까지 준비해 갔다든지(철가방에 옷을 넣어서)를 예상하지 않을까? 으아아악.

혹시 화면이 흐릿한 것이 아니고 얼굴만 흐릿한 게 아닌가? 싶긴 했습니다만 정확히 명시해주셔야 좋았겠습니다. 특히 추리 소설에서 중요한 진술 부분이니 더더욱이요. 

 

그리고 마지막 3문장은 비문입니다.

이 CCTV 화면의 제 옷은 그날따라 눈에 잘 띄는 흰 티셔츠를 입었군요.

(옷은 옷을 입을 수 없지요..)

 

의문5)

최 반장! 수사 진행상황 브리핑 좀 해봐!"

“예?”

"아! 이 녀석은 이 시간부로 용의선상에서 제외니까, 신경 쓸 것 없어. 게다가 따로 뭐 좀 알아보려 다닌 것도 같은데 기특해서 그러는 거야. 그냥 경찰서 강력사건 팀 견학생 이라고 생각하자고! 하하."

 

분명 기동 대원 붙여서 감시하고 있었는데... 아직 용의선상에 있는 걸로 알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목격자가 협력한다고 해서 데리고 브리핑까지 하나요? 그것도 강력 사건(살인)이고 전담반도 꾸려진 것 같은데.. 뭔가 좀 어색했습니다.

 

또 7페이지 후에 나오는 내용.

서장은 아찔한 느낌을 받으며 목청을 높였다.

기훈을 용의선상에서 완전히 배제 할 수는 없다는 판단 하에, 그리고 개인적인 호감으로 인해… 따로 사복경찰 둘을 붙여 미행을 시켜 놓았다.

 

앞 내용과 맞지 않습니다. 서장이 마음속 한 켠에 의혹이 남아 있었던 건가요? 그러면서 용의자로서 생각하고 있는 자를 연루된 살인 사건 브리핑에 참가시켰다?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뭔가 수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형식에서

주어의 생략이 많고요. 최대한 반점(,)을 자제하시고 문장 길이도 상당히 길기 때문에(문피아 기준으로 2~3줄) 독특한 문체를 형성합니다.

문장이 좋다 나쁘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예시문)

거실을 지나고 오른쪽 벽을 돌면 주방이 나왔고 깨끗하게 치워진 식탁위에 배달해온 음식을 차례로 꺼내 놓았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애매한 문장에서는 주어를 명확하게 해주시고, 문장을 끊거나 알맞는 조사를 쓰셔야 어색하지 않습니다. 아래는 제가 바꾼 문장입니다.

 

거실을 지나고 오른쪽 벽을 돌면 주방이 나왔다. 기훈(주인공)은 깨끗하게 치워진 식탁위에 배달해온 음식들을 차례로 꺼내 놓았다.

 

 

결정적인 실책.

체언과 조사를 자주 띄어 쓰십니다. 둘은 붙이셔야 해요.

대충 찾으면

나 하고는 -> 나하고는

수연 의 -> 수연의

뭐 라도 -> 뭐라도

잠시 만요 -> 잠시만요.

이것 외에도 많습니다. 한 두 개가 아니라 뭔가 혼동하고 계신 것 같아요. 혹시나 해서 한글(한글97 등의 프로그램)로 확인해 봤더니 못 잡더라고요. 시급히 교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기타 어색한 부분:

사복경찰의 남자는 -> 이상합니다.

이 외에도 약간씩 있던데 전반적으로 봐주세요.

 

맺으면서

정확히 납치 부분(현재 올리신 작품 분량의 1/2)까지 봤습니다.

추리 소설... 안개비, 제가 추리력이 약한 관계로 썩 좋아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는 소설입니다. 무엇보다 사실적이고 개연성이 뛰어난 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 그만 물러납니다.

 

추가: 

작가 분의 답변에 의한 내용 추가를 남겼습니다.

 

 

 

 


Comment ' 5

  • 작성자
    Personacon 하저도
    작성일
    13.04.07 12:28
    No. 1

    비평 감사합니다.

    2부 줄거리 중에 나오긴 합니다만.. 주인공이 아주 똑똑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궁금한 것 참지 못하는 99% 악착같은 노력파 일 뿐입니다.

    집 안 까지 배달음식을 가지고 들어간 것은 그 정도로 주인공을 신뢰하고 좋아했다는 설정입니다. 실제로 이것저것 자랑 질을 늘어놓았기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의 기종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거죠.

    서장의 심중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반신반의' 의 심리상태를 보여주고자 썼던 내용입니다. 그 부분에 대한 적절한 지문이 나갔어야 하는데 '독자들도 이 정도는 이해하겠지' 하며 어지간한 지문을 생략했던 모양입니다. 빠른 전개를 선호하다보니 어지간하면 대화내용에 슬쩍 담아 올리곤 하는 버릇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제너럴킴 님의 지적.... 앞으로는 많이 참고하겠습니다.


    띄어쓰기 부분 또한 저는 전혀 몰랐던 부분인데 이렇게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딱! 지적해주시니 눈에 확! 뜨입니다. ㅎㅎ
    하지만 출판물도 아니니 수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애교로 봐주세요. ^^)

    기타
    *내용상의 오류 (시간)*
    4시 몇 분부터~

    후에 1시 몇 분...

    이 부분은 제너럴킴 님 께서 잘못 읽으신 게 아닐까 합니다. 내용상 분명히 4시 몇 분의 의혹을 주인공이 찾아내었고 단 3~4분 만에 그런 짓을 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을 밝힙니다. 그래서 서장이 다시 확인을 하고 시간을 수정하여 취조를 계속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니 오류가 아닙니다.

    대화체의 어색한 오류(옷이 옷을 입는...)는 쉼표나 마침표 하나 찍어주면 좋을 것 같네요. 그 부분이 잘못되었습니다.

    흉기 사진을 보여주지 않는 이유는 피묻은 망치이긴 하지만 사체 사진의 골절 부위와 크기 자체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실제 흉기를 기훈 이 유추 하는 부분이 나오죠.)
    그래서 그 부분이 굳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 비평글 작성해주신 제너럴킴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3.04.07 13:17
    No. 2

    직접 댓글 달아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에 관해서는 쪽지 보냈습니다. 확인 바랍니다...
    형식 관련해서는 수정 안하신다고 댓글 다셨기 때문에, 본문의 범위를 대폭 축소했습니다. 고려 안 하시는 부분을 길게 쓰면 괜히 지적질이 되버리기 때문에요.


    P.S: 이 글은 하저도님이 직접 비평란에 올려달라고 요청하신 겁니다. 두고 두고 보신다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이가후
    작성일
    13.04.07 16:21
    No. 3

    정말 비평 퀄리티가 훌륭하네요~
    제너럴킴님이 문피아의 비평란을 발전시키고 계시네요 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흑천청월
    작성일
    13.04.08 05:19
    No. 4

    대단하십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보라곰아인
    작성일
    13.05.02 23:09
    No. 5

    와...비평이 이렇게나 좋은 거였군요. 일목요연하게 정리 너무 잘하셨네요. 비평에 코빠진 적이 있었는데, 킴님께는 한번 받아보고 싶어지군요.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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