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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장르소설과 일본의 라이트노벨을 둘 다 즐겨읽는 입장에서
둘의 차이를 생각해 보았다. 분명히 말하는데 『차이』다.
어느게 우월하고 어느게 열등하고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내용하고 상관없는, '한국에는 이런 명작이 있는데
넌 이런거 읽어봤냐'던가 하는 뜬금없는 이야기 하면 화낼 거다.
사실 독자 입장에서 둘을 바라보면 너무 복잡해진다. 뭐니뭐니해도
비교되는 대상은 일본이고, 감정이 없을 수 없다. 책의 재미와
수준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개입되는 영역이라
거기에 감정적 요소까지 결합되면 이건 뭐, 결론이 나지 않는다.
나는 출판작가도 아니고, 심지어 작가조차도 아니다. 또한
일본에서 라노벨을 내 본 것도 아니다. 그러니 관계자들만큼의
지식은 없다. 하지만 보고들은 풍월이 있는 만큼,
독자의 입장이 아닌 작가의 입장, 그리고 장르소설
출판구조의 차이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장르소설이 출판되는지 상기해보자. 일단
온라인에서 연재한다. 출판사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어쨌든 인기가
있는 작품이라면 출판제의가 들어간다. 그리고 출판을 한다.
작가의 연령층은 매우 다양하지만 대부분 젊은 편이며
생계를 걸고 글을 쓰는 이는 매우 드물다. 보통은 겸업이다.
일본을 살펴보자. 각 문고별로 다 하나씩은 있는 신인상을 통해서
작가를 발굴하거나, 드물지만 투고를 통해서 출판이 결정된다.
기본적으로 단권으로 완결성을 가지는 구조로 책을 내되,
인기가 있으면 얼마든지 그 뒤로도 계속 출판할 수 있도록 한다.
작가 연령층은 역시 다양하지만, 대부분 생계를 걸고 글을 쓴다.
누군가는 우리나라에도 생계를 걸고 책을 쓰는 작가가 많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출판작가(1질이라도 냈다면) 전체에서
생계형 작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거꾸로 말하자면 책만 써서 살아갈 수 있는 작가는 매우 드물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작가로써 책을 낸다는
것은 이미 하나의 직업이다. 아니 『직장』이다.
기존에 다니던 회사가 있다면, 사직하고 글을 쓴다.
심지어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집필에만 몰두하는 경우도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을 단순히 짬나는 시간에 열심히 자판 두드려서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작가로써 취직한 것이다.
프로의식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 정말로 프로니까.
글쓰기에 생계를 걸고, 꿈을 걸고 있으니까.
우리나라 작가들이 프로의식이 없다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하다. 프로가 아니니까. 돈 받고 출판한다고 프로는 아니다.
(여기서 또 이영도님, 전민희님, 금강님, 용대운님,
이런분들 이야기 나오면 화낼 거다 -_-)
게다가 라노벨은 단권구조가 기본이다. 매 권마다 완결성을 띤다.
안팔리면 도중에라도 끊길 수 있다. 물론 문고마다 정책은 다르다.
우리나라도 비슷하긴 하다. 요즘은 안팔리면 조기종결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양자간에는 차이가 있다.
『피드백』의 차이.
라노벨 후기를 보면 편집자 이야기가 매우 자주 나온다.
이 편집자들은 그야말로 프로다. 이들은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작가에 대해 엄청난 권한을 갖고 있고, 또 그만큼 노력한다.
캐릭터, 플롯, 분량조절 등의 영역에서부터 독자들의 경향파악,
이전 권에 대한 반응의 분석, 인기확보 전략까지 모든 부분에서
관여한다. 그리고 출판사와 작가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한다.
즉 라노벨의 작가는 피드백의 기회가 대단히 많다.
그들은 각 권마다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출판사에서는 어떤 입장인지를
지겹도록 피드백 받으며 또한 편집자와 끝없이 상의한다.
안팔리면 언제든 끝날 수 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팔리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한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우리나라 장르소설을 보자. 출판사는 뭘 하는지 난 잘 모른다.
출판 작가가 아니니까. 그러나 출판사에서 신경쓰는게
판매부수 뿐인 건 안다. 출판사부터가 프로의식이 없다는 거다.
『모두 힘내서 좋은 책 만들어서 많이 팔겠다』는 생각보다는
『잘 팔리면 계속 내주겠다』는 의식이 강하다는 거다.
오타 교정도 맞춤법 검사도 제대로 안하는 출판사들이 많다.
그저 좀 조회수가 높거나 화제가 되는 작품을 최대한 많이 내고,
그 중에 팔리는 건 더 내고 안팔리는 건 조기종결 시킨다.
작가와의 피드백은? 독자들과의 피드백은? 그런거 하긴 할까?
작가는 열심히 쓴다. 쓰다보니 적당히 간섭 좀 들어온다.
그러다가 안팔리면 '다음권에서 끝내죠' 한다.
대여섯 작품 히트시킨 중견작가도 아니고
초보작가 입장에서 '싫은데영' 할수도 없다.
라노벨작가들은 이름 하나하나가 다 브랜드네임이다.
그들은 책 쓰는 걸로 밥벌어 먹고 살아야 한다. 그러니
한 작품만이 아니라 그 다음 작품, 그 다음다음 작품까지
멀리 내다보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상품을 팔아먹어야 한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그들 문고에 소속된 작가들은 소중한
브랜드다. 작가들은 일회용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써주어야 할 존재다. 당연히 정성을 기울인다.
나는 어떤 소설이 더 재밌고, 우월한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쪽이 더 나은 토양인지』를 논하고 있는 거다.
씨앗은 같더라도 기름진 땅에 뿌리는 것과 모래사장에
뿌리는 것은 결과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척박한 땅에 뿌리내렸어도 누구보다 거대한 나무가 된
작가들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건 씨앗의 능력일 뿐이다.
또한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모래사장에서 말라죽는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21268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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