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구
작품명 : 금협기행
출판사 :
개인적으로 장르사상 최강의 악역으로 뽑는 절세신마가 등장한 신승이나 무협스러운 느낌의 정령판타지 엘란은 지금 기준으로 봐도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정구님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금협기행은 매우 기대되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런데 옛 기억 속의 모습이 너무 미화되어 있었던 탓인지, 아니면그 사이에 제 취향이 완전히 변해서인지 모르겠지만, 금협기행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즐거움을 얻을 순 없었습니다.
주인공이 돈에 집착하는 건 어릴 적 겪었던 처절한 사건 때문이라고 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게 문제가 된 건 그 외에 주인공의 생각이나 행동 중에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많았다는 겁니다.
광산에 팔려가서 강제노동을 당하던 때, 부당한 처사에 대한 반항이나 문제의식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대뜸 적응해버린 장면이라던가, 금을 들고 사라진 녀석에게 복수할 겸 찾아가서 벌인 일련의 사려 없는 행동들은 일반인을 기준으로 해도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수를 위해선 그 녀석을 찾아야 하고, 자기가 직접 발품을 판 게 아니라면 정보를 샀을테고 직접 찾았다해도 소문 등을 듣고 알아냈을텐데 악당의 '뒷배'가 있을 게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그곳에 눌러붙는 모습은 세상경험이 부족한건지 자기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는건지 모르겠더군요.
게다가 과거의 경험에서 자신이 익히고 있는 무공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충분히 알 법도 한데 생각 없이 써버립니다.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살인멸구를 하던가, 아니면 냉큼 숨어야했는데딱히 그러지도 않았죠.
살아숨쉬는 현실적인 캐릭터가 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성장해나가는게 정구님 소설의 장점인데, 주인공 캐릭터에 정을 붙일 수가 없으니 따라가기 버거웠습니다.
초반에 바닥을 구르는 부분을 참고 넘기지 못하는 제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서 읽는 걸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정말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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