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촌부
작품명 : 화공도담
출판사 : 청어람
전 부드럽고 따뜻한 글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자면 임준욱 작가님과 일필휘지 작가님들의 글을 좋아합니다. 화공도담 역시 부드럽고 담백하며 인간사의 정이 넘치는 글이라 기다리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읽다보니 거슬리는 점이 눈에 들어 오더군요. 어디선가 본 듯한, 그래서 뇌리 속에 머물고 있는 내용과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소재입니다. 학사검전을 떠오르게 합니다.
진자명과 운현의 성격은 얘기할 만한 것이 아니니 둘째치고, 그들이 무인과는 다른 학사니 화공이니 하는 것도 무시하겠습니다.
첫째, 화공도담의 천하오절입니다.
학사검전으로 보자면 환우 오천존이 되겠네요. 이들은 천하에서 가장 강한 다섯 명이며 어느 무협소설에서나 절대강자 몇인은 단골소재이기에 거론할 가치도 없는 것이지만 문제는 이들이 한 약속입니다. 일명 지약이죠. 이들 다섯이 한 약속인데 그 내용은 자기가 속한 문파나 어떠한 소속에도 도움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두 작품 모두 동일합니다.
둘째, 무림으로 향하는 진자명과 운현의 첫 행보입니다.
운현은 황궁에 살면서 무인들에게, 혹은 무림세가에 보내는 서신으로써 무림에 발을 올려 놓습니다. 진자명은 서신이 아닌 그림으로 인해 그러합니다. 운현이 비무를 듣는 것을 통해 모용세가의 진정한 검식을 알아냈다면 진자명은 수련을 보는 것을 통해 낭궁세가의 잃어버린 검형을 찾아냅니다. 이것이 비슷하다고 느낀 것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셋째, 절대강자들과의 관계입니다.
저만의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검성을 통해 신승을 만난 운현이나 당노태를 통해 신개를 만난 진자명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들을 너무 쉽게 만난다고 해야 할까요. 두 사람 다 무인과는 관계가 없는데 말이죠. 이 이유는 글을 쓰다보니 다분히 저의 억지가 들어 간 것 같습니다.
넷째, 두 주인공이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은 식이 아닌 형입니다.
운현의 경우 백호수련검을 수련하지만 초식의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백호수련검은 검식이 아닌 검형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진자명 또한 검형을 파헤쳐서 검식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뭉뚱그려 검형만을 이해하고 사용합니다. 또한 운현이 마음 속으로 검을 세우는 것처럼 진자명은 마음 속에 검형이 떠오릅니다.
다섯째, 두 주인공의 가장 큰 능력은 신안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운현은 비천문서로 추정되는 백호수련검을 통해 신안(와불과 불영이 언급)을 얻었고 진자명은 아름다운 것을 보는 법을 통해 신안이 뜨였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이죠.
덧, 화공도담의 적 세력이 암천입니다. 학사검전의 운현의 적 중 한 명은 암천무제죠. 이것은 약간 오바같네요..ㅎㅎ;
다음은 내용의 전개입니다. 악공전기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진자명은 화공이고 석도명은 악공입니다.
첫째, 주변인물의 성격입니다.
두 주인공의 사부격인 당노태와 유일소의 성격은 비슷합니다. 거칠게 말하고 대하지만 당연하게도 정이 있습니다. 또한 가슴 속에 품은 한이 깊습니다.
히로인격인 남궁화란, 한운영과의 만남이 비슷합니다. 주인공과 히로인의 생각이 달라 말로써 의견 대립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물론 악공전기에는 또다른 히로인인 정연이 있지만 말이죠.
둘째, 진을 돌파하는 내용입니다.
진자명은 신안으로써 진의 흐름을 읽고 돌파합니다. 석도명은 상당문이 펼쳐놓은 구궁무한진을 비파를 이용하여 진을 빠져나갑니다. 신안이라는 눈과 음악이라는 소리를 통해 이루었다는 것이 다르기는 하지만 소재의 비교가 아닌 내용으로 볼 때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셋째, 심법입니다.
그림을 통해 얻은 도원도의 호흡법과 음악을 통해 얻은 주악천인경은 무공이 아닌 필법(그림 속의 선인이 검선이기에 무공이라 볼 수도 있지만)과 소리를 깨닫기 위해 존재하는 구결일 뿐입니다.
화공도담이 완결된 책이 아니라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촌부작가님께는 죄송스럽고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고 기대하는 작품이기에 못내 아쉬워서 몇자 적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학사검전과 악공전기는 정말 아낍니다. 악공전기는 마무리가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학사검전과 악공전기 모두 독특한 소재에 따뜻한 문체로 이루어져 소장책 중의 애장책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억지성이 있더라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불편하게 보지 말아주셨음 합니다.
화공도담 역시 기억에 남는, 훗날에도 화자되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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