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전동조
작품명 : 묵향24
출판사 : 스카이미디어
참 오랜만에 나왔죠. 예. 사실 묵향은 판타지까지만 해도 묵향답다는 말이 절로 나올정도의 작품이었습니다.
1~4권의 묵향은 쿨가이입니다. 가끔 보이는 인간다운 모습이 정겨울 뿐, 바탕은 냉혹한이라는 설정이 멋졌었죠. 알몸뚱이 여자든 미공주든간에 자비가 없는, 그런 설정을 이어가다 보여준 소연 모자와의 연이 정겹지않았나요? 전 그렇게 느꼈었습니다. 공주 호위나 초우 일행과 흑풍대를 찾아가는 장면에서의 장난기는 넘어갈만 했습니다. 그리고 소연이 납치된 장면, 보통 타 소설에서는 일단 분노한 뒤 미친듯이 돌격한 뒤 박살내고 돌아오겠죠. 사실 이런 부분에서 주인공에게 짐이 되는 히로인은 대개 짜증만 유도할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묵향은 마교인물답게 그 납치에 크게 신경을 쓰지않았죠.
그 후 판타지로 넘어갑니다. 판타지에서 왠 묘족 소녀를 시녀로 두게 되죠. 거기서 전형적인 외강내유의 설정이 부여됩니다. 뭐, 나쁘지는 않습니다. 초반부분에서의 극냉혹한 이미지는 그에게 여유가 너무 없었다고 보아도 좋겠죠. 판타지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쓸데없이 묵향이 드래곤과 일대일로 사투를 벌여 승리한다던가 대륙을 재패한다던가 마왕을 단독으로 쓰러뜨린다던가 하는 먼치킨 성향을 보이지않은 것만 해도 만족합니다.
문제는 판타지에서부터 작가님이 인물 설정을 유지못하게 되신 것같다는 겁니다. 아르티어스만 보아도 처음 등장시의 모습은 어머니에 가까웠습니다. 전 처음 읽었을 때 그가 여자인줄로만 알았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도 '수틀리면 잡아먹고 땡이지'라는, 그렇게 정에 얽매이지않는 관계였죠. 그런데 몇화 지나지않아 그의 묵향 사랑이 도를 넘어서버립니다. 묵향이 뭐라 하면 벌벌 떨고, 언짢은 소리를 해도 뭐라 애교같잖은 애교 몇 마디면 헤헤거리며 넘어가죠.
그 후 무림으로 귀환합니다. 아르티어스가 같이 왔다는 것, 아르티어스가 워낙 인기캐릭터였으니 이해할만 합니다. 판타지계로 넘어왔다 그저 맨손으로 귀환하면 너무 허무할듯도 싶으니까요.
문제는 묵향이 차원이동의 영향으로 미쳤는지 성격이 너무 둥글둥글해졌다는 겁니다. 마교의 제거대상 10순위안에 들어갈 법한 정파의 화경의 고수를 이겨놓고 넘어갑니다. 소연이 납치되자 모든 일 내팽겨쳐놓고 냅다 달려가서 먼치킨의 포스를 보여줍니다. 사실 소연 구출은 꽤 전율스러운 장면이니 만족스럽기도 합니다. 옥화무제와의 거래에서 보여준 마교 교주다운 숙련미도 넘어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24권에서 이 넘어갈만 했던 단점들을 미친듯이 부각시켰다는 겁니다. 만통음제가 잡혀갔습니다. 사실 정말 잡혀간 것도 아니죠. 하지만 이 때의 묵향은 그 냉철했던 판단력은 저 너머 치레아에 놓고 귀환했나를 진지하게 의심해볼만 합니다. 정신이상을 의심할법한 판단을 거듭하다 결국 마교의 히든카드라 봐도 좋을법했던 염왕대와 기타등등 부대를 이끌고 돌격합니다. 장렬하게 아군을 다 죽이고 돌아왔죠. 이건 수십년만에 귀환한 믿음직스런 마교 교주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멉니다. 물론 실패 한두번은 괜찮습니다만, 이건 사유도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의형제가 납치당했다는 억측. 결국 마교 천하 이룩에 도움이 될법한 일들을 벌이다 실패해도 실망스러울 판에 이런 괴행각은 실망스러운 정도를 넘어섰습니다.
묵향 팬분이라면 마교의 염왕대의 등장은 전율스럽기를 기대하셨을겁니다. 십만대산의 저력을 보여달라. 공통된 소망 아니었을까요? 본 소설에서 활약하는 것은 대부분 묵향이였으니까요. 하지만 24권에서의 마교 병력은 그저 타 무협지의 무림맹 떨거지 부대에 불과했습니다.
묵향도 꼴이 말같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제 묵향에서 기대할 장면은 오직 하나뿐인듯합니다. 아르티어스 옹이 뛰쳐나와 금이니 무림맹이니 다 쓸어버린 후 마교천하 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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