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한상운
작품명 : 무림사계
출판사 :
무림사계. 보신 분도 계실테고 안보신 분도 계실 겁니다. 소설에 대해 무슨 식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단순한 독자의 한사람이라서 거창한 비판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뭐 읽고나서 좋았던 부분,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서 한번쯤 평을 해보겠습니다. 읽었던 분은 이건 아닌데 싶은 부분에 딴지를 걸어주시고 읽지 않으신 분은 제글 읽고 땡긴다 싶으신분은 한번 읽어보세요. 네타는 없습니다.
1.
개인적으로 소설을 읽을 때 "캐릭터"를 중시합니다.제 경우 흥미의 절반은 주인공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는 인물인가 아니면 얼마나 멋진가 입니다. 뭐 이 부분은 취향에 따라서 틀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최소한 주인공이라는 작자가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독자의 몰입도가 크게 떨어지게 되는 건 사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슬프게도 장르소설속 캐릭터는 그렇게 다양하지는 못하더군요. 뭐 워낙 단면적인 인물들이 많은데다가 독자들도 복잡한 건 바라지 않으니까요. 뭐 저만해도 먼치킨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아 시원시원한데 하며 즐겨읽는 편이니까... 하지만 가끔씩은 슬퍼지기도 하더란 말이죠. 뭐 작품마다 조금씩 틀리긴 하겠지만요. 난 작가가 창조한 세계속에서 정교하게 설정된 주인공을 본 기억이 조금.. 드문 것 같습니다. 주인공 스스로의 가치관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작가의 가치관을 제대로 풀어내는 주인공 조차 본적이 드물어 지는 것 같달까요. 뭐 소설은 재밌어야 하죠. 거기에 공식들이 있을 수 있구요. 주인공의 성격이란 것도 물론 공식의 내용에 포함된다는 점. 뭐 거기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작가가 조금만 노력한다면 독특한 성격의 주인공도 독자의 동의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고 색다른 읽는 재미를 줄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월야한담의 한세건을 현실로 끌어내서 생각해보세요. 독자가 납득할 수 있는 놈이든 아니든 이놈 현실에선 상또라입니다.폭탄테러범이죠.. 근데 고개끄덕끄덕 하면서 보거든요. 악인지로의 장두이 이놈도 얍실한게 화나는 타입인데 보다보면 재밌죠. 뭐 그런 겁니다.
2.
이런 관점에서 전 무림사계, 아니 한상운 작가가 좋습니다. 무엇보다 독특하고 색다르니까요. 한상운 작가님 같은 스타일의 무협을 쓰는 분은 제가 알기론 한상운 작가님 뿐인 것 같달까요. 그래서 뭐 다양성이랄까 천연기념물이랄까 그런 걸 보는 기분이 든단 말이죠. 흥행공식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지만 공감도 가고 재미도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물론 작가님 소설들도 양각양이나 비정강호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출판물들을 보면 비슷비슷한 모습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양각양에서 무기력하게 닥쳐온 상황들에 끌려다니기만 하던 비겁한 주인공씨는 작가와 함께 자라나서 무림사계에서는 현실에 이리저리 흔들려도 결국은 자기 자리를 찾아갈 줄 아는 인간이 되더군요. 뭐 약간의 변화라는 것이겠죠. 어쨋든 비슷한 스타일의 글들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이판에 잘쓴 글이든 못 쓴글이든 간에 비슷비슷한 설정의 글들이 많이 올라오다 보니 작가님의 글은 저한테 너무 좋더란 겁니다. 특히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생존을 위해 비겁한 짓도 서슴치 않는 주인공이 9대문파니 하는 사람들을 다 도망시켜놓고 나 혼자 막겠다고 비정하게 외치는 놈보다도 더 공감이 가고 동정이 간다는 거죠. 마지막의 무림사계 주인공놈의 작은 용기도 이자식이 그런 놈인걸아니까.. 훨씬 감동적이구요... 최소한 이작가님의 소설과 주인공엔 작가님이 있습니다. 작가님이 개입한다는 것이 아니라 작가님의 생각이 녹아있다는 거죠. 주인공의 모습과 사건의 연속들 속에요.그리고 장르판에선 이런 경우가 의외로 드문 것 같아요. 잘쓴 글인 경우에도요. 흥행이 목적인 만큼 자기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모두가 납득할 만한 것들만 적어놓는 듯한 느낌을 받을때가 종종있거든요...
3. 배경설정에 대해
전 그당시 중국에 살던 놈이 아니니 만큼 고증이니 뭐니 하는 것 잘 모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제대로 고증해서 와 정말 멋지다 라는 소리나게 써내지 못할거면 어설프게 역사적 사건을 들고 들어오는건 오히려 소설을 재미없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하구요. 뭐 사실 고증이 틀렸더라도 재 입장에서는 상관없어요 어짜피 픽션이니까요. 무협지를 읽으면서 역사를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거기 적힌 내용을 그다지 신뢰하는 편도 아니거든요. 뭐 이건 사람마다 입장이 다르겠지만 저는 그렇습니다. 단지 역사를 잘못들고 들어오던 거기에 픽션을 가미하던 간에 "납득이 가도록" 쓰여지길 바랄 뿐입니다.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만들어 줘야 된다는 거죠. 무림사계는 역사적 사실과는 무관하게 자유롭게 쓰여진 픽션입니다. 게다가 무림을 배경으로 하는 주제에 읽다보면 이거 무공쓰는 조폭들인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하지요. 무림세가들이 무슨 마피아 페밀리 같습니다. 작가님이 정의하는 무림은 결국은 폭력과 돈, 권력 그리고 음모로 돌아가는 세상인 것 같은데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낭만은 없지만 실제로 무림이 중국땅에 있었다면 그 모습이란건 저런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단말이죠.
장르소설들에는 왕이 있는땅위에 칼든 사람들의 또다른 세상이 존재하기 위해서 세우는 조건들이란게 있죠.무림과 관의 상호불간섭을 들고 오기도 하고 난세의 군벌, 지방세력들이 무림이었다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그렇데요. 좀 미흡하다 싶으면 작가님이 특정한 역사적 상황을 들고 들어오기도 하구요. 솔직히 전 이런거 별로 안따지고 읽습니다. 그냥 그런가부다하고 넘어가죠. 대부분 그렇게 쓰니까요. 심지어 아무 설명도 없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절 포함해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너그러운 것 같습니다. 여러 무협지를 읽다보면 비슷한 설정들이 반복되는 만큼 아 이것도 그런거 중 하나겠지 하고 넘어갑니다.
그런데요;;;자세히는 설명못하겠지만 가끔 어색하지 않나요. 거창한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작은 것들이 무시되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물론 그당시에 어땠을까는 알수 없지만 독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요... 몇만명씩 세력다툼을 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무사들끼리 낭만적인 대결을 하고, 강자존이니 하면서 생존보다 충성과 희생, 강력한 무를 존중하는 세상이란거 멋지긴 하지만 가끔은 어색하지 않나요? 저는 그렇더라구요. 사람이 저런 존재일 수 있을까. 저 상황에서 저렇게 행동할 인간이 몇이나 되지? 뭐 그런 회의가 들더란 말이죠. 그리고 몇마디 짧은 설명으로 강호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 건지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구요. 한상운식 무협은 낭만을 포기하고 대신 현실의 탐욕스런 인간들을 강호속으로 옮겨 놓죠. 뒷골목건달들이 권력을 잡은 것이 강호고 세가라는 설정입니다. 국가 권력은 이들과 유착되고 또 이들을 견제하죠. 조폭과 정부가 그렇듯이, 러시아 마피아들이 회사를 차려서 부와 권력을 얻듯이 말이죠. 현실에서 늘상 보는 것들이기에 웃으면서 납득할 수 있는 것이 한상운식 무협의 장점이랄까 뭐 그렇게 생각합니다.물론 한점 낭만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런점에서 무림사계가 한상운식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마지막에 보여진 주인공의 용기에 많이 감동했거든요. 그건 현실적인 선택은 아니었지만 멋진 선택임에는 분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안 읽어보신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거 그렇게 읽기 불편한 글 아니에요. 오히려 술술 읽힙니다. 말하자면 음.. 위트가 있는 글이랄까 그래서요. 권력이니 돈이니 해서 왔다리 갔다리 하는 인간들을 재밌게 묘사해놓고 계시구요. 읽다보면 웬지 모르게 가슴이 시원하더군요 저는. 고위관리 목달아날때 "누구"를 생각했거든요. 부조리한 현실을 목메단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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