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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란

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작성자
Lv.1 Rolland
작성
08.12.14 18:37
조회
2,743

작가명 :

작품명 :

출판사 :

요즈음 무협소설을 뽑아들면 겉표지에 써있는 말이 다릅니다. 어떤것은 무협판타지소설 혹은 (신)무협소설, 그리고 오리엔탈판타지라는 용어가 있더군요.

글쎄요...... 제가 오리엔탈판타지라는 용어를 보고서 느낀 생각은 일단 못마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저의 불만일지도 모르겠으나 말이죠....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하나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의문을 통해서 말해보려고 합니다.

첫째, 오리엔탈 판타지라는 것은 동양의 판타지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일반 판타지는 모두 서양 것이라는 말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굳이 판타지에다가 오리엔탈을 붙이지는 않았을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억지성이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판타지 작품이 서양을 배경으로 나오고 있다곤 하지만, 정작 우리의 판타지 소설은 서양의 판타지 소설과 많은 이질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서양의 판타지이야기 세가지를 들어보죠. 1. 아서왕전설 2. 반지의 제왕   3. 해리포터 4.트와일라잇

아마도 이 네 이야기는 웬만하면 다 아실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서양 판타지에 대한 어느 공통적인 면이 있나요? 아뇨.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네 작품은 우리나라의 판타지 작품과는 매우 다른 면을 보입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시켜먹는 자장면은 좋아하시는 분들도 중국에 가서 현지 자장면을 시켰더니 입맛에 전혀 안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장면 뿐만이 아니지요. 이탈리아 현지의 피자나 스파게티 역시 우리 입맛에 맞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그 음식이 들어와서 우리들이 먹는 입맛에 바뀌어버린 것이지요. 판타지 소설역시 이 범주를 넘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것과 동시에......

두번째, 왜 무협소설이 동양판타지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판되느냐? 라는 겁니다. 중국은 단지 아시아의 한 나라일 뿐입니다. 그런데 현재 쓰이는 말로는 오리엔탈판타지 = 무협소설 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무협이라는 단어가 오리엔탈이라는 단여와 같은 의미였던가요? 아니잖습니까? 제가 사전 몇가지를 뒤져본 결과 무협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대충 기사도를 의미하는  'chivalry' 로 번역될 수 있겠군요. 한마디로 무협지에 나오는 설정은 영어로 마땅히 대체할 단어가 아예 없던 겁니다. 그럼 그냥 무협소설이라 써놓아도 될 것을 굳이 동양의 판타지라는 타이틀을 걸기에는 사족이아닐까 싶습니다.

애초부터 판타지라는 것을 구체화시켜서 생각할 필요 따위는 하등 없습니다. 판타지의 시작은  난롯불 앞에 할머니가 뜨개질을 하면서 손자손녀에게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 확실한 예시로 1800년대 영국의 국어 대사전에는 오크와 오우거와 고블린이 같은 뜻을 가진 단어로 적혀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지금 판타지 소설을 읽는 사람중에는 의아한 사람들도 몇 분 계실겁니다. 하지만 1800년대에서 오크나 고블린이나 오우거나 다 할머니들이 그때그때마다 이야기에 등장시키는 - 공주를 구하는 기사가 나중에 무찌르는 괴물- 이라는 의미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처럼 오우거가 신장이 6-7m이고 고블린은 조그맣고 독침을 쓴다는 등의 설정 따위는 없었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끝마치는 말을 하겠습니다. 저는 오리엔탈판타지라는 단어를 보고서 판타지의 기본 설정은 서양의 것이고, 동양풍의 이야기는 무협소설이다라는 고정관념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도덕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을 한번 인용해 보겠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 가장 부합되는 판타지 작품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네,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너무 쪼잔한 비평을 해대는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판타지 작가분들이 고정된 설정에 잡혀있지말고 가끔씩은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펼쳐보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 담겨있습니다. 그럼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꾸벅~


Comment ' 11

  • 작성자
    Lv.1 리하이트
    작성일
    08.12.14 19:00
    No. 1

    도깨비,즈믄누리,두억시니 등등 눈마새는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한 판타지의 정점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ㅎㅎ 뭐 책자체 만으로도 어디에 견줘도 부족함이 없죠 제 개인적 순위로 손에 꼽히는 소설.. 오리엔탈 판타지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이글을 보니 동감이 가는 군요 찬성 누르고 갑니당.. ㅇㅅㅇ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Rolland
    작성일
    08.12.14 20:00
    No. 2

    리하이트님 공감하셔서 제가 다행이네요 혹시나 괜한 지적을 한게 아닌가 해서요.... 그런데 반대가 1표인데...잘못누르신거?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리하이트
    작성일
    08.12.14 20:10
    No. 3

    찬성 누르고 뒤로 눌렀는데... 아무래도 찬성이 안눌러 졌나봐요 다시 눌렀어요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nacukami
    작성일
    08.12.14 20:28
    No. 4

    쉬벌리.... 이 말이 어디에 쓰인 책이 있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나는군요. 어떤 분이 무협에 대한 걸 쓴 책에 적혀 있었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핵지뢰
    작성일
    08.12.15 00:41
    No. 5

    소설은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는 모사소설, 현실소설(이른바 메인스트림 문학)과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환상소설로 일단 나뉩니다. 즉 판타지라고 함은 비현실적인 이야기 전반을 일컬는 "광의의 판타지"를 말합니다. 환상문학 전반, 환상적인fantastic, 초현실주의, 마법적 리얼리즘... 전부 다 광의의 판타지에 들어갑니다.

    비현실의 이야기는 다시, 비현실적이지만 합리적이거나 자연적인 과학소설(SF)과, 비현실적이면서 초자연적인 "협의의 판타지"로 나뉩니다. 좁은 의미의 판타지가, 우리가 흔히 장르 판타지라고 부르는 것 되겠습니다. 물론 SF와 판타지의 경계는 희미하기 때문에 명백하게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만 일단 대체로 그렇습니다. (경계의 불분명함 때문에 대체로 장르계에서는 장르의 구분을 퍼지 집합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장르 판타지에서는 그 소재나 특질에 따라서 하위 장르를 많이 나누는데, 전통적인 페어리테일에서부터 히로익 판타지, 소드 앤 소서리, 에픽 판타지, 역사 판타지, 선사시대/중세시대/현대/미래 판타지, 탐정 판타지, 스릴러 판타지, 고딕 판타지, 다크 판타지, 행성 로맨스, 성인용/쥬브나일/아동용 판타지, 동물 판타지/짐승 우화, 하이 판타지/로우 판타지, 밀리터리/사이언스/테크노/오컬트 판타지, 코믹 판타지, 로드무비형에 대비되는 어반/캐슬 판타지, 리비저니즘 풍조의 판타지, 뱀파이어 물, 스팀펑크에서도 판타지와 결합하는 일이 많은 등등... 아주 많이 있습니다. 글쓴 분께서 착각하고 계시는 "판타지"라는 것은 이 하위장르 중에서도 아주 일부 하위 장르만을 예제로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하위 구분 중에 지역전통과 풍물을 주 테마로 삼은 지역적인 판타지 구분이 있습니다.
    동아시아 특히 중국과 일본의 전통 풍물에 기반을 둔 것을 오리엔탈 판타지라고 합니다.
    북유럽 판타지는 북구의 신화나 사가, 바이킹 등에 기반을 둔 것입니다.
    아라비아 판타지는 천일야화 등에서 영감을 얻은 중동풍 판타지입니다.
    켈틱 판타지는 켈트족의 문화와 풍습, 전승을 기반으로 하는 판타지입니다.

    일반 판타지가 서양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넓은 의미의 판타지"는 환상문학 전반을 말할때 쓰이고, 좁은 의미의 판타지에서도 중세풍, 소드 앤 소서리, 에픽, 하이 판타지 정도가 서양으로 대표될만한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판타지 장르는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무협이 오리엔탈 판타지 전반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리엔탈 판타지의 하위장르 중 일부에 무협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러니 무협소설에다가 오리엔탈 판타지라는 말을 쓴다고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무협이 일부 하이 팬터지와 공통점이 없다고 판타지라는 단어를 쓰면 안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리고 서양에도 김용 소설이나 홍콩 무협 영화등이 많이 알려져있습니다. 요새는 무협 장르를 서양에서는 중국어 발음 그대로 wuxia라고 하지만, 오리엔탈 판타지라는 말도 당연히 씁니다.
    서양에서도 자체적으로 오리엔탈 판타지를 써온지 제법 됐습니다. 무협 풍의 리모 시리즈 같은 것도 있고, 무협의 특질을 제대로 이해한 쿵푸 팬더도 있지않습니까? 반면에 봉신연의 풍의 중국 신화/신선기담 등을 기반으로 한 리 대협 시리즈 같은 것도 있지요.

    자신의 눈에 보이는 일부의 고정된 특징에만 사로잡혀있는 것은 일부 작가 뿐만이 아니라 독자들 또한 그럴지도 모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별가別歌
    작성일
    08.12.15 11:48
    No. 6

    판갤러님 멋진 말씀 감사드립니다. 꾸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Rolland
    작성일
    08.12.15 23:51
    No. 7

    판겔러님의 댓글을 다소 늦게나마 읽고 답변을올리려 합니다. 그전에 마지막 문장이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군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너는 자신이 얼마 보지도 못한 일부 특징에 사로잡혀서 잘못된 의견을 펼치고 있다 이 말씀인거죠? 판겔러 님의 의도가 어땠는 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히 비꼬는 감이 있는 말투군요. 어쨌든 님의 반론은 무엇을 말하는 지 제대로 파악이 안되게 써있고 크게 두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로 전혀 다른 부분을 비판하고 있고, 비판하는 범위를 잘못 설정한것입니다.
    첫번째 잘못으로는 판타지가 서양만의 것이 아니라 했습니다. 물론 찬성합니다. 그리고 서양에서 오리엔탈 판타지가 나왔다는 것도 역시 압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한국이 아시아에 있지 유럽에 있지 않다는 겁니다. 님말대로 따지자면 우리나라 판타지 시장의 대부분이 배경을 동양쪽으로 잡고서 몇몇개의 서양풍의 판타지를 '오시던트 판타지' 라 명해야 옳겠지요. 하지만 지금 상황은 주객전도라 할 수 있습니다. 도리어 서양풍 판타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죠. 그런데 님은 서양에 오리엔트 판타지가 있으니 한국에도 있는 게 뭐가 문제냐 하는데 여기는 서양이 아니란 말입니다!
    두번째로 제가 말하고 있는 범위는 평소 우리가 보는 판타지와 무협을 잡았지 sf라던가 대하역사소설까지 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문피아 회원분들중에서도 SF매니아나 대하역사소설에 관심이 많은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일반판타지에 무협에 대왕세종같은 역사소설도 포합하기에는 너무나 범위가 넓고 그래서 제가 쓴 글에는 그것들을 넣지 않았는데 자기 마음대로 판타지 범위를 무지막지하게 늘려놓은 다음에 그 집단에서는 이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라는 투의 반론은 과장된 전제의 오류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이윤후
    작성일
    08.12.16 00:42
    No. 8

    그냥 가려다가 딱 한마디만 할게요.
    판갤러님이 자기 마음대로 판타지 범위를 무지막지하게 늘려놓은건 아닙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3 워프
    작성일
    08.12.16 01:31
    No. 9

    무협은 세계관이 천편일률적으로 중국 중심이라서 손이 안가는군요. 배경을 다른 곳으로 둘 수는 없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핵지뢰
    작성일
    08.12.16 08:07
    No. 10

    간단히 몇가지만 짚어보겠습니다.

    1.
    deapair님께서는 본문에서 "애초부터 판타지라는 것을 구체화시켜서 생각할 필요 따위는 하등 없습니다. 판타지의 시작은 난롯불 앞에 할머니가 뜨개질을 하면서 손자손녀에게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라고 말하셨는데요, 이는 즉슨 판타지라는 것이 현재 한국 장르소설계에서 널리 차용되고 있는 일부의 하이 판타지, 소드 앤 소서리, 히로익 판타지 장르만이 판타지가 아니다 라는 의미로 쓰신 얘기로 이해됩니다. 1800년대 영국 사전까지 근거로 들어주셨지요.

    그런데 답글에서는 "하지만 지금 상황은 주객전도라 할 수 있습니다. 도리어 서양풍 판타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죠." 라고 말하셨습니다. 이번에는 판타지 = 서양풍이라는 규격으로 재단되는것 같군요.

    어느쪽이 본인의 의견이십니까? 페어리테일도 판타지에 들어간다고 했다가, 소드 앤 소서리 류의 판타지만 주류다라고 했다가...
    옛날 동화나 전승에 해당하는 페어리 테일, 하다못해 기사도 문학에서 내려온 존재인 아서왕 이야기도 판타지이고, 해리포터나 트와일라잇도 판타지에 들어가는데, 오리엔탈 판타지는 무협이라고 쓰면 되지 서양 판타지와 공통점이 없으니까 쓰면 안되고, 서양풍(하이 판타지)이 아닌 건 판타지가 아니다?

    혹시 페어리 테일도 서양이고 소드 앤 소서리도 서양이다 라고 생각하신다면, 장르 판타지의 역사에서 페어리 테일의 시대와 이차세계를 주무대로 하는 판타지의 등장 시기와 그 특질을 한번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매우 흥미로울 겁니다.

    제 입장은 앞서 답글에서 말했듯이, 넓은 뜻의 판타지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나 fantastic story라는 수식어로 표현되는 경계 문학, 초현실주의 등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고 좁은 뜻의 판타지는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요소를 사용하는 장르 판타지를 말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대의 장르 판타지의 원형을 제시하는 신화와 전승, 전설과 기담, 페어리 테일, 이솝 우화 역시 판타지에 속하지요. 동양의 신화나 신선기담, 아라비안 나이트나 켈트 드루이드 이야기 같은 것도 판타지이며, 가이 가브리엘 케이나 폴 앤더슨 같은 작가들이 쓰는 실제 역사 기반 또는 지역적인 풍물을 강하게 어필하는 판타지 소설들 역시 (히스토리컬) 판타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용의 무협 역시 중국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판타지의 경계에 들어가지요.

    2.
    제가 제 마음대로 임의로 판타지의 경계를 아주 넓혀놓았다고 생각하신다면...

    SF/판타지의 정의에 대해서는 장르계에서 오래전부터 널리 해오던 논담이고, 장르계를 좀 파보면 금새 알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며, 장르 팬덤과 사이파이 비평가나 잡지 등을 통해 대충 답은 나온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장르계를 다루는 강의, 문학계 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영화나 시나리오 쪽 강의 등에서도 1강에서부터 기본적으로 짚어두는 부분이지요.
    그래서 제 임의로 넓혀놨다는 말씀은 많이 당혹스럽군요. 장르계에 입문했다면 기본상식 수준의 논담이라서...

    이건 제가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겠습니다. 설득이고 자시고 보편적인 이야기니까요. 정히 납득이 안가신다면, 가능하다면 SF 판타지를 주제로 다루는 창작 강좌 계열에 한번 참여해보시면 좋을 터이고, 해외 서적을 구하실 수 있다면 환상백과사전을 한번 보시면 좋겠고, 아니라면 우리나라에서는 복거일 씨가 쓴 세계환상소설사전을 참고하시면 판타지의 정의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 내용이 있을 겁니다.

    2-1.
    노파심에 쓰자면...
    복거일의 세계환상소설사전은 확실히 한번 읽어보면 좋을만한 책이긴 합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공력이 쌓인 사람에게는 강력추천할만한 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요새 장르계에서 복거일 씨 만큼 많이 읽은 사람도 드물긴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이 완전 중립적인 것은 아니고 또 책 소개 부분에서 안읽고 대충 쓴 것 같은 부분도 있어서... 염두에 두고 보시면 좋지요.

    복거일씨의 오리엔탈 판타지는 서양 작가들의 작품만을 오리엔탈 판타지라고 부른다는 논리도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부분이지요. 오리엔탈리즘 영역까지 논의하기엔 제 공력으로는 버겁고, 또 이 부분은 논쟁도 두려운지라...
    복거일 씨의 "동양인 작가 본인이 스스로 쓴 동양풍 소설을 오리엔탈 판타지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리긴 하지만, (작가 본인이 스스로 어떻게 부르느냐와는 별개로) "오노 휴우미가 쓴 십이국기는 동양 판타지라고 불리지 않는가?" 또는 "아프리카 원주민 추장이 콩고를 배경으로 쓴 모험소설은 아프리카 문학이라고 불리지 않는가?", "미국의 서부극(웨스턴) 장르를 받아들여서 우리나라에서 만든 만주 웨스턴은 우리나라에서는 (웨스턴이 아니니까) 무조건 만주 활극이라고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으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작가들이 왜 판타지를 오시덴탈 판타지라고 부르지 않는가"라는 것에 답변 또한 될 것입니다.

    2-2.
    이건 사족도 아니고 별로 의미없는 소리입니다만... 사실 자기 소설을 저자가 뭐라고 부르는가는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의 작가인 김민영 씨는 '자신의 작품이 완전한 판타지도 아니요 그렇다고 아닌 것도 아니니, "반(半)타지"라고 해야 맞겠다'라고 했지만 그게 어디 작가 마음대로 됩니까. 자기가 붙이는대로 장르가 정해진다면 그럼 참마대성 데몬베인은 "황당무계슈퍼로봇어드벤쳐"가 되고, 미얄의 추천은 전기고딕로망이 되겠지요.

    3.
    게다가 장르의 경계선은 몹시 희미합니다. 그래서 퍼지 집합이라는 말로 장르를 느슨하게 묶는 것이지요.
    정말로 무협소설 겉장에 '오리엔탈 판타지'라고 붙여놓은 것에 비판을 가하려 하신다면... 우선 deapair님께서 생각하시는 무협과 오리엔탈 판타지의 역사와 정의, 무엇보다 "무협과 오리엔탈 판타지의 경계선" 내지는 "구분점"을 뚜렷하게 제시하여, "실제론 명명백백한 무협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상관없는 오리엔탈 판타지라고 딱지를 붙여놓은 소설"의 이름을 정면으로 지목하여 조목조목 비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무협의 기준으로 놓아야 할까요? 김용이나 대만 작가들이 만들어놓은 세계관만? 보통 무협의 시초나 원형을 사기열전이나 중국 고전 협객소설, 삼국지나 수호지 같은 것으로 잡습니다만 이것들도 정말로 무협 속에 넣어줘야 합니까? 한국 작가들이 독창적으로 창작해낸 것은 무협에 들어갈까요? 판타지도 쓰고 무협도 쓰던 작가가, 무협적인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여 기존 무협에서 제시되지 않은 클리셰 - 초능력이나 마법 같은 소재를 사용한다면, 그건 무협입니까 오리엔탈 판타지입니까? 중국 무협 작가들의 세계관은 한국인이 보기에 지극히 비틀어진 역사관(중화주의)과 비현실적인 요소를 듬뿍 담고 있는데, 한국 작가가 그러한 것에 비판을 가하며 한민족의 역사와 민족담론 같은 것을 주제로 무협을 쓴다면 어디까지 허용이 될까요? 매우 무협적인 세계관이지만 "협"이라는 개념은 전혀 보이지 않는 마치 피카레스크 무협? 악당 무협은 그럼 협이 없으니 무협이 아니게 될까요? 반면에 중국풍의 세계관 속에서 "무"의 개념이 없이 논리와 의와 덕, 또는 정치력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면 이것은 무협이 아니게 될까요? 14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고려 정권에 충성하던 한 무장이 사실은 대몽항쟁을 벌인 삼별초의 후예였다는 것을 빌미로 정치싸움에 휘말리게 되어 중국으로 도피하고, 원나라에 대항하는 백련교도나 중국의 무술가들과 교제하다가 명의 건국을 지켜본 다음 명나라의 북벌에 참여하는 소설은 무협의 영역에 들어갑니까, 역사소설의 영역에 들어갑니까, 역사 판타지의 영역에 들어갑니까? 여기에 구파일방이나 내공 등의 무협의 요소를 좀 넣거나, 비현실적인 부분은 판타지적인 상상이나 가정으로 메꿔넣는 식으로 장르적 특질을 끼워넣는다면 과연? 무협적인 느낌을 주는 요소는 끼워넣되, 다만 철저하게 역사에 기반해서 소림사나 백련교도 같은 부분만 용납하고, 중국 무술과 고려 무술의 고증도 철저하게 하고, 무협적인 "내공, 공력"의 개념을 현대 중국 전통권사들이 말하는 공력, 즉 경험이나 실력, 숙련도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식으로 무협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건드린다면? 이렇게 무협적인 요소는 상당수 차용하지만 비현실적인 요소는 거의 다 배제하여 고증을 맞춘 역사와 무술을 중심으로 다루는 팩션(faction)이 "무협소설"이라는 책껍질을 달고 대여점에 입고되어 무협소설과 나란히 진열된다면, 이건 사람들이 무협으로 볼까요 역사소설로 볼까요? 이걸 무협 작가가 쓴다면? 같은걸 역사학 교수가 쓴다면? 외국인 사이파이 작가가 쓴다면?

    저는 이런 많은 변수 중 상당수를 회피 또는 끌어안는 가장 속편하고 간단한 방법이 오리엔탈 판타지가 될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탈 무협을 해준다면, 무협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서 오리엔탈 판타지로 그 기반을 넓힌다면야 오히려 감지덕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기존의 중원을 중심으로 하고 중국 작가들이 만들어놓은 구파일방 따위의 소재를 베껴서 우려먹는 중국 무협의 영원한 아류로 남는 것보다야, 더 넓은 세계관 더 많은 소재 더 다양한 변수를 아우르는 오리엔탈 판타지가 백배 낫지않습니까.

    4.
    제가 윗 글의 마지막 문장으로 지적한 것은 (귀하께서 이 글의 주요 비평 대상으로 놓으신 것으로 사료되는) "작가 내지는 출판사" 뿐만 아니라, 읽은 것이 얼마 없고 장르 문학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한 독자들 역시 편견에 사로잡혀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 문장이 정히 본인을 지목하는 것처럼 느끼셨다면야, 타인의 느낌을 제가 어쩔수는 없는 노릇입니다만서도...
    그래도 제 의도가 어쨌든간에 그 마지막 문장이 비꼬는 것처럼 들리셨다면 불쾌감을 느끼신듯 하니 제가 사과를 드립니다.

    아울러 제 윗 답글에서 불쾌감을 느끼셨을지도 모를 다른 분들께도 미리 사과를 드리는 바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PaLcon
    작성일
    08.12.19 00:10
    No. 11

    우왕...판갤러님 짱이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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