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허담 (고검추산, 마조흑운기 작가)
작품명 : 무천향
출판사 : 청어람
이하 평어체를 사용합니다.
-------------------------------------------------------
고검추산을 재미있게 읽었던 바, 허담님을 기억하고 무천향을 들었다. 고검추산의 담백한 맛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장황한 설명과 퇴고를 하지 않은 듯한 부적절한 위치에서의 심경묘사는 1권 초반부부터 계속읽을 것인가 말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1. -첫 전투씬 (마적들이 주인공이 일하는 마장에 쳐들어 온다.)-
마치 처음 글을 쓰는 습작작가의 글을 보는 듯 하였다. 읽어보니 대강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1. 사람을 상대하는 전투를 처음하는 주인공의 심경묘사 2. 주인공의 무공 발전 이 두가지 의도는 적어도 '나'라는 독자에게서는 완전히 실패했다.
(아래는 전투씬의 상황묘사이다.)
친구에게 칼이 날아드는 상황에 끼어들었는데, 갑자기 이전에 읽었던 책의 무공해석을 이해하고 무공이 향상되어 공격한 마적의 손목을 베어버린다. 손목을 베고는 안도감에 엉뚱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주인공. 친구의 경호성에 정신을 차린다. 상대는 이미 멀쩡한 손목으로 출수를 하고 있다. 주인공은 다른데를 보고 있다가(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친구의 경호성을 듣고, 그 순간 상대를 보면서, 그 출수의 적절함(맨손으로 검을 상대하는)을 평하고 상대주먹의 투로를 읽어내며, 갑자기 어젯밤 읽었던 선인의 무공 경지가 떠올라 그 순간 검이 저절로 움직이듯이 상대의 팔을 베어낸다.
위의 전투씬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는가? '주먹한번 내지르는데 30분쯤 걸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꼭 필요한 묘사라 할지라도 적절한 양을 적절한 곳에 써야 전투씬의 몰입감을 높일 것 아닌가~?
어색한 것은 이뿐이 아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마적은 동료가 바로 옆에서 죽어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다. 보통 마적은 아닌 것이다. 마적역시 손목을 베이고 나서 여러생각을 한다. '저놈(주인공)은 평범한 목동이 아닐지도....' 라든가, '평범한 목동이 내공을 지닌 자신의 방어를 피해 손목을 벤 것이 불가능한 것이며, 이 어린 녀석은 무공을 숨기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무공을 숨기고 검을 들고 있는 녀석에게 맨주먹으로 덤비는 것은 무모한 것이라는 것.'등을 생각한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맨주먹으로 덤벼든다. 먼가 이건? 굳이 글의 전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마적의 심경묘사를 긴박한 전투의 한 가운데에 넣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알 수 없다.
게다가 방금전까지 사람과의 싸움에 두려움이 있던 주인공은, 사람을 죽여 놓고도 별다른 충격이 없다. 그렇다면 이전의 심경묘사들은 왜 넣은 것인가? 오히려 싸움이 끝나고 둘이 하는 얘기들은, 어디 찻집에 와서 담소를 나누는 듯하다. 극독에 중독되 위험한 듯 보였던 친구는 산공독이어서 별다른 조치도 필요없었고, 그 둘은 고수가 되기 위해 내공이 필요한지 그렇지 않은지 이야기를 나눌뿐이다. 도대체 방금전에 목숨이 오고가는 긴박한 전투가 있긴 했던가? 마적들이 그리 믿었던 '독한 독'은 산공독이라는 것인가? 결국, 처음에는 위험하게 보였던 전투도, 갑작스럽게 도착한 본가 무사로 인해 싱겁게 끝이 나 있다. 참 허무하다 아니 할 수 없는 전개다.
첫 전투가 끝나고 북마가의 소가주와(주인공의 친구) 함께 모용세가로 가는 주인공은 어느새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소가주를 구한 무용이 널리알려져 있고, 모용세가의 만무시(등용을 위한 비무대회)의 참가가 기정사실화 되어 있다. 게다가 모용세가 3개기관(?)인 풍청의 각주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먼가? 목동이 마적한명 베어낼 정도의 무공을 가진 것이 모용세가의 풍청각주가 관심을 가질만한 중요한 일인가?
거기에 주인공이 비무를 준비하는 도중 나오는 설명들을 보면 첫 전투를 두고 그렇게 긴장했던 주인공은 사실은 마적들을 상대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무공은 이미 가지고 있었다는 듯이 나온다. 허탈하다고 할까? 마적이 습격했을 때, 큰 위기가 닥친듯이 묘사하고 그 뒤에 허무할 정도로 쉽게 수습이 되어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
1권의 글을 보면 작가님이 너무 욕심이 앞선 나머지 장황한 묘사와 각인물들의 심경묘사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경향은 전투씬마다 등장한다.)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각각의 인물들의 독특한 맛을 보여주고 싶은 의도로 이해할 수 있을 듯 하지만, 이로인해 글이 작위적인 느낌이 들고, 몰입감이 떨어지는 것이 나에게는 더욱 심한 것 같다.
목장의 주인인 두지관이 단 한번 만난 이의 부탁으로 데리고 있던 주인공(목동)이 떠나는 날 하는 독백이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저 아이의 미래는 과연 어떤 것일까? 참으로 특이한 아이였는데....' 굳이 이러한 표현을 해야 하는 것인지....
2. 글이 어디로 가는가? 주인공은 별다른 목적없이 끌려다니고.... 주인공의 비범함은 더욱 빛을 발하고.... 주위에서는 더욱 관심을 가지고.... 모든 주인공이 목적의식이 분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별로 매력적인 주인공은 아니다. 그다지 원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이 자신의 손안으로 들어오는 주인공이라니....
친구가 주인공의 비범함(무공이 아닌 지혜)을 알아보고, 자신의 곁에 두길 원하나, 갑작스럽게 무공이 드러난 주인공을 위해 만무시(모용세가 등용문)에 추천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만무시는 등용문이다. 만무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모용세가의 사람이 된다는 것, 그러나 주인공은 모용세가의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 그냥 친구따라 강남가듯이 따라와본 것. 그렇다면 만무시 출전권을 준 북마가의 가주와 주인공의 친구인 소가주는 무슨 생각으로 다른사람의 출전권을 박탈하고 그렇게 해준 것인가? 단지 소가주의 친구라서? 또, 마장의 장주가 준 소개장은 머하려고 받았는가?
이후 나오는 대화체 또한 어색하다. 주인공은 마치 밑에 수하를 부리듯이 친구와 대화하고 있다. 계속해서 만무시와 주변 인물들 그리고 모용세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는 소가주에게 주인공은 "머야? 왜? ~라고 하지 않았나? 왜 ~~다른 거지? ~에 대해 말해봐." 등등 마치 옆집 하인 부리듯이 설명을 요구한다.
작가분의 의도는 이 소가주를 통해 여러가지 설명을 한다는 것이겠지만, 앞전의 전투 묘사에서 처음 사람과 칼을 맞대기 어려워 전전 긍긍하던 주인공이 마치 무슨 절대자처럼 꼬박꼬박 한 두 마디로 설명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에서 누가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까?
무공 또한 그렇다. 주인공은 별다른 심법없이 12초식의 검법 하나 배웠고, 그 검법은 늑대 몇마리 잡는 수준이라고 나오는데.... 이건 조금 지나면 마적을 잡고, 모용세가 방계 최고 후기지수를 쉽게 압도하고, 다동이 찾잔 놓는 것으로 무공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별한다. 내공을 가진 친구녀석을 딴세상에 사는 고수로 생각하던 주인공이 언제 이렇게 바뀌었단 말인가? 너무 갑작스럽지 않은가? 도대체 그 짧은 시간동안 상대가 무공을 익힌 흔적을 찾아내는 방법은 누구에게 배웠단 말인가? 묘사 또한 어색하다. 강호 경험이 전혀 없는 주인공이 하는 생각이 '양쪽 찻잔 위를 옮겨가는 복남의 손놀림이 마치 강호 고수의 손놀림을 보는 듯 빠르고 간결했다. ~ 저 손에 검이 들리면 무서운 초식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조금 후에 나오는 설명에는 '단보가 남기고 간 열두 초식의 검식을 수련하면서 파소의 눈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수들이 펼치는 초식을 살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을 독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적어도 난 그렇지 않았다.
작가분도 그래서인지 바로 뒤에 부연설명을 해놓았다. '그런 그의 눈이 마적을 베었고, 북마가에서 송거련과의 비무를 승리로 이끌었으며, 지금 차를 따르는 다동 복남의 손에서 무공초식을 읽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다. 이전에 나왔던 우루가 마적과 3대1로 싸울때 자신이 끼어들어 방해가 될까바 나가지 않았던 것은 머란 말인가? 우루가 바위를 부수며 무공을 보여줬을 때, 내공을 익힌 무인은 자신과는 다른세계에 사는 고수라고 한 생각은 또 먼가? 자신의 무공수준과 바로 곁에 있는 친구의 무공수준도 모르던 주인공을 생각할 때,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다.
그리고 작가분은 이 설정 (자신의 무공수준을 잘 모르지만, 상대의 무공의 흔적을 찾아낸다든가 하는, 자신이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상대의 초식을 피하고 자연스럽게 헛점을 파고드는 설정- 이전에는 비무한번 해본적이 없이 혼자서 수련만했던 주인공이)을 계속 유지할 듯 하다.
어쩌면 첫 전투씬이 맘에 안들어 색안경을 끼고 책을 놓을까 말까하며 읽었던 것들이 여러 '비평꺼리'를 찾아낸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큰 것도 사실.... 작위적인 느낌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계속해서 이 책을 들수는 없을 것 같다.
Commen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