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황보세준
작품명 : 필살기
출판사 :
그런 소설이 있습니다. 연재할때나 초반부에 극찬이 이어지며 폭풍같은 추천이 쏟아지면서도 그러한 초반부 이후 어느샌가 감상란에서 찾아보기도 힘들고 말을 꺼내는 사람도 없어지는...
처음의 인기를 생각해보면 한권한권 나올때마다 "*** 몇 권을 읽고(미리니름 주의!)" 와 같은 글이 감상란에 꾸준히 떠줄것 같은데 어느샌가 기억에서 사라지는..
필살기는 무협소설입니다. 하지만 4권까지 읽고 5권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현재 과연 무협소설인가..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초월적인 존재들의 환생과 다툼, 집중해서 읽어보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불가사의한 깨달음과 그 깨달음으로 표현되는 세계..
그러한 깨달음 속에서 찾게되는 것은 결국 주인공도 알고보니 원래..
이러한 두 가지로 표현되는 장르가 뭐가 있을까요?! 네, 판타지 입니다. 무협소설이 검은머리를 가진 바로 이웃나라 중국을 생각하게 되는 어떠한 친근감이 있어 상상의 영역이 제한되는 반면(흔히 기환무협이라 불리우는 신선류의 글들이 상대적으로 양이 적거나 인기가 빈약한 이유가 개인적으로 이런 상상의 영역에 대한 제한적 측면이라고 생각하는 1人),
판타지는 세계관부터 창조가 시작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신이 어쩌고 악마가 어쩌고 결국은 혼돈이 킹왕짱먹네와 같은 류의 글들이 등장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판타지에서 강함은 결국 '나'를 찾아가는 과거로의 강함입니다. 알고보니 내가 창조주의 조각이라더라..알고보니 전설의 용사의 핏줄이 흐르는.. 깨달음이란 결국 본래의 초월적이던 나를 찾아가는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래의 내가 작가의 설정상에 존재하고 독자도 어느정도 알고 있다면 깨달음을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지극히 개인적임 감정(대표적인게 분노죠..)의 상승을 통해 그저 단계를 밟아 상승하는것이 독자에게 "아..그냥 그런가보다"하고 허용됩니다.
무협소설은 보다 더 나은 존재로 약하던 내가 강해져가는 과정입니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무는 내공을 길러 강해져가는 미래지향적이고 외부환경에서 기를 모아가는 상호작용적인 상승입니다. 따라서 독자가 알지못하고 작가도 알지못하는 세계에 대해 깨달음이란 표현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덧붙여 깨달음이란 측면은 그렇게 발전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노력의 성과로 외부의 자극에 의한(실제적으로 분노란 무협에서 대부분 주화입마의 원인 중의 하나로 표현되죠.)면이기 때문에 외부에 대한 설명 역시 더욱 있어야 합니다.
내부의 내공부터 시작하는 무협, 외부의 마나로서 시작하는 판타지..이러한 와중에도 강해지는 요인이 무협에서는 외부적 요인을 필요로 하는 반면 판타지에서는 개인적인 감정의 상승이라는 내부적 요인을 필요로 하는 것..문득 재미나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글은 필살기 비평이므로 다음에 생각해보겠습니다.
판타지에도 소드마스터가 있지 않느냐?!라며 되물으실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소드마스터의 경지란것이 깨달음으로 표현될때 그 깨달음에 대해 정신적인 측면과 외부 환경과의 고려가 과연 존재하느냐 라는 의문과 함께, 무협세계에서 판타지로 넘어간 사람들이 압도적인 경지의 상승이 존재하고 같은 경지라도 체계적인 깨달음이란 측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되짚어 보시기 바랍니다.
자 이렇게 각설하고 필살기란 소설을 알아보겠습니다.
서두에 말한바와 같이 필살기에서 가장 중요한 두가지 요소는 "본래의 나"를 찾아가는 깨달음과 초월적인 존재들의 등장입니다.
이러한 판타지적 요소의 도입이 나쁘다는 것인 아니지만 확실히 무협에 적용하기엔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먼저 본래의 나를 찾아가는 것에서 보자면 이미 본래의 나를 알고 있는 누군가가 존재하므로 주인공의 자율성이 일단 약화됩니다. "안배"라는 것이 잘쓰면 글의 치밀함을 끌어내지만 얽히고 설키는 안배의 치밀함이 없고 그것이 독자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저 읽는 내내 껄끄러움만 가질뿐입니다.
필살기에서는 판타지식 본래의 나를 전제로 하여 본래의 나를 알고 있는 초월적 존재들의 개입과 그를 위한 "운명"이니 뭐니 하는것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개인감정적인 측면에서 발전같은게 이루어지고 등장인물이 적고 환경에 대한 묘사 역시 없다보니 치밀함을 구성하는 요소도 없을뿐더러 치밀함 자체를 찾기가 힘들어 주인공을 위한 안배가 읽는 내내 껄끄러웠습니다. 주인공이 뭔짓을 하든 어떻게 발전하든 그 끝엔 본래의 주인공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다음으로 초월적인 존재들입니다. 초월적인 존재들의 등장은 절대 함부로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상상하는 세계관의 크기가 재고되지 아니하고는 초월적인 존재들의 희노애락만이 글을 좌지우지 하기 때문입니다.
세계관이 크지 않아 등장인물이 많지 않은 글에 초월자들이 등장한다면 이미 초월적이니 발전이나 고난의 가능성을 찾는 것은 힘들며 결국 작가가 글을 전개하기 위한 인과가 감정적인 선을 탈 수 밖에 없고 이러한 감정적인 면은 극단으로 치달아갈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러한 감정적인 측면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무협지란 장르(판타지도 마찬가지만)는 단순 감정선에서 모든것이 이루어지고 인과관계가 형성되어서는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힘들뿐더러 독자들의 요구에도 전혀 부합되지 않습니다. 로맨스 소설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협이든 판타지든 일정 무력과 상상세계를 표현함이 주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필살기는 주요등장인물이 몇몇 되지 않고 일반인이 거의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즉 작가가 글에서 표현하는 세계관이 엄청 작습니다. 특히 주변환경에 대한 묘사는 전무하죠. 하다못해 날씨가 어떻다는 표현도 찾기 힘듭니다;; 거기다 초월자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초월자들을 초월의 반열로 이끌어주는 비교대상인 일반인이 등장하지 않고 초월자가 활동하는 이세 계에 대한 묘사조차 적으니 초월자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잘 모르겠고, 어떤 거대한 세계의 대의를 위해 움직이기에도 이 거대한 대의를 실행할 범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초월자들의 이야기는 감정적인 면을 탈 수밖에 없습니다. 즉 초월자들이 초월자 답지 못합니다. 이웃나라 이야기같은 무협소설에서 초월자답지 못한 초월자답지 못한 초월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를 끌기는 힘들지요.
그러다보니 무협소설에 무와 협이 없습니다. 초월자들의 감정다툼에 무와 협이 존재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이 성장하는 모습에서 "무"가 있지 않느냐라고 말씀해주실지도 모르지만, 그 강해지는 과정에 있어서의 깨달음이란 것이 설득력을 갖지를 못합니다. 외부환경과의 교류도 없을뿐더러 비교대상이 되어줄 일반 무인들도 없고(즉 주인공의 강함을 증명해주고 찬양해줄 요소) 그 내용도 없으니 그냥 강해지면 강해지나부다. 일정 단계에 이르렀으면 그냥 단계에 이르졌나보다..하는 생각만 들뿐입니다. 더군다나 주인공은 전생의.. 주인공과 주변인들의 성장에 공감하기가 힘들더군요.
협은 당연히 없지요. 결국은 초월자들의 싸움이고 등장인물이 적다보니 감정적인 측면으로 전개될뿐, 대의나 일반인들의 등장 여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쓰고보니 좀 두서가 없고 내용만 많아져서 여기까지 읽어주신분들 께 일단 감사를 드립니다.
필살기의 이러한 경함은 결국 싸움과 성장의 반복되는 스토리구조로 귀결됩니다. 더군다는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부에 등장했던 외부환경과의 교류, 즉 독자 상상의 배경이 되는 무협세계에 대한 묘사는 없어지고 등장인물은 적어짐에도 불구하고 글은 초월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초월자들의 감정다툼과 초월자들의 세계에 대해 나름대로 묘사하려고 노력하신 모양이지만 이해되지 않고 설득적이지 못한 구름잡는 이야기의 반복...결론은 주인공도 초월적인 존재이다로 귀결되리라 예상되는 전개..
필살기의 초기에 열화와 같은 성원이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유가 지금까지 썼던 내용이 원인이라 생각됩니다.
전 5권중 4권까지 읽었지만 남은게 없습니다. 주인공의 세가를 천하제일로 끌어올리려는 이야기인가 싶더니 난데없이 초월자들이 등장해 쿵짝쿵짝, 강호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패권다툼인가 싶었더니 초월자들이 등장해 쿵짝쿵짝,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장하는가 싶더니 주인공은 원래 전생의 쿵짝쿵짝..
초월자들이 등장함에도 그들을 초월로 이루어주는 비교대상이자 환경인 일반세계에 대한 묘사가 없는 글은 연령이 어린작가들의 판타지 소설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글의 목적의식도 찾기 힘들고 독자가 작가가 상상한 세계에 빠지기도 힘들지요.
앞으로의 글들은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여 스케일과 등장인물을 끊임없이 고려했으면 좋겠습니다. 몸이 안좋아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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