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풍령인
작품명 : 풍현운기
출판사 : 파피루스
얼마 전, 오랜만에 대형 서점에 갔다가 한때 문피아에 연재되었던
[풍현운기] 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무협 리셋물'이라는 초유의 장르를 택하고 있는데, 초반의
분위기라면 분명 '리셋 라이프'와 상당히 흡사한 면이 있더군요.
주인공 풍현운은 젊은 시절을 방탕하게 보내다가 북경 최고의
문신 가문 중 하나인 북경 풍가의 둘째 아들 자리를 잃고 맙니다.
상당히 알 수 없는 인물로 나오는 아버지라는 자가 주인공과 아예
절연을 해 버렸으니 말이죠.
결국 군 관료로 편입되서도 타성에 젖어 있다가 정체불명의
반역세력이 일으킨 전투에서 목숨을 잃는 신세의 풍현운.
여기서 풍현운이 리셋됩니다. 어린 시절, 아직 생활이 건강했던
8살의 풍현운으로(8살이 맞나요? 아닐 지도 모르겠군요).
전생의 후반 버러지에 가까운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던 그는
새로운 기회를 완벽하게 잡기 위해 그때부터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그의 목표, 감찰어사가 되어 예전 정체불명의 세력이
반군을 일으키는 것을 막는 것을 향한 길에 매진하지요.
대략 2권까지는 풍현운의 무공적 성장이 주를 이룹니다.
이 때는 사건들이 소소하지만 상당히 아기자기하게 잘 짜여 있고,
그러면서도 꽤나 속도감있는 서술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군요.
무당파의 속가제자로써 상당한 성취를 이룬 풍현운은 무림에서
떠나 어사가 되기 위해 전생의 기억을 이용합니다. 결국 장원급제.
또한 무림맹 측에서도 무림맹의 어사와 같은 '은풍'이란 직책을
얻어낸 풍현운. 이때부터 풍현운의 무림조사행이 시작되지요.
확실히 주인공의 배경이 빵빵하고, 예전에 실패에서 비롯한 각오
와 경험으로 새로운 삶을 이겨나가는 점에서, 그리고 기본 구도
가 '리셋 라이프'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물론 풍현운은 명성은
없고 능력이 탁월한 데 반해 리셋 라이프의 주인공은 유명세가
대단합니다만).
하지만, 여기서 풍현운기의 차별성과 장점을 말씀드리자면
첫째로, 말 그대로 '개념작'이라는 점입니다. 사건 사이의 개연성
과 인물의 생각, 행동 등이 매우 개념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또한, 인물의 성격이 단 한 가지로 결정지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유명 문파의 후기지수는 거만하기도 합니다만 한 편으
로는 나름대로 사려깊고 머리가 잘 돌아가기도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인지, 풍현운의 개성이 약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만,
그리 신경쓰이지는 않는 소소한 단점이지요.
또, 특히 '리셋 라이프'와 비교했을 때 훨씬 뛰어난 점으로 '머리로
이해가 가는 주인공의 애정사'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히로인을
지금까지 본 여자 중 가장 오래도록 알아온 미녀기에 적당한
호감을 표시하고 있으며, 히로인은 빠질 것 없는 바탕에 실력과
성품 모두 우수한 풍현운에게 눈길이 쏠리는 정도. 그에 비해
'리셋 라이프'에서는 일단 호감을 가지게 되는 것 부터 이해가
안 갑니다만 주인공이 무관심함, 혹은 자비심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
의 태도로 히로인들의 숨은 정체를 받아들인 점도, 결말도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저는 곽건민 작가를 좋아합니다. 진심으로).
어쨌든간에, 스포를 조금 뿌리면서 글을 마무리짓도록 하지요.
사견입니다만 '리셋 라이프'는 다른 시간역행자를 만나는 부분에
서부터 글의 실패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풍현운기 역시 4권의 마지막에서 주인공은 다른 시간역행자를
만나게 됩니다(실리적인 일처리만 하고 넘어가지만 말이죠. 풍
현운의 성격입니다. 깔끔하고 치밀한 거).
과연 풍현운기는 판타지 요소를 깊게 받아들인 그저그런 무협으로
전락하게 될까요? 혹은 지금처럼 준수한 수작으로 남을까요?
다행이지만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풍령인이란 작가 분은 첫 작품인 것 같은데도 적어도 상당히
잘 쓴다는 소리는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필력을 소유하고 있더군요.
4권의 맨 마지막까지 '막장'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에, 저는 이
글에 더 큰 기대를 걸어 보렵니다.
지금까지 오랜만에 본 신선한 수작 [풍현운기]에 대한 비평(이라
기보다는 그냥 추천)이었습니다.
아... 고 3이 30분동안 이런 글이나 쓰고.. 뭐 하는 짓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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